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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작 Jul 28. 2022

마침내, 강릉

오죽헌, 자전거 그리고 맛

    그예, 재작년 6월을 끄집어냈다. 업무차 한 달가량 지냈던 강릉에서의 즐거움들을 수면 위로 들어 올렸다. 나는 삼십 대 초반이었고, 애인이 있었고, 친구들이 있었다. 본격적인 피서철을 앞선 몇몇의 휴가자들이 있었고, 그들을 바라보며 덩달아 신났던 혼자인 내가 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지금보다 많은 눈물이 있었다.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많아진다고 하던데, 아직까지는 그 나이가 아닌가 보다. 그런데 정말일까.




이곳은 구 오천원권의 오죽헌 전경 촬영지점입니다


    남들이 하는 것을 일부러 안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남들이 좋다니까, 일단 싫어하고 보는 나의 성격에서 기인한다. 오죽헌에서의 첫 경험도 그러했다. 지금의 아내와 천천히 오죽헌을 읽으며 걷고 느꼈다. 한 바퀴 크게 돌고, 출구를 마주하기 전 '이곳은 구 오천원권의 오죽헌 전경 촬영지점입니다'라는 발자국 모양의 조형물을 보았다. 나는 말했다. "사진 찍으라고 해 놓으면 왠지 찍기 싫은데? 그래도 남들이 하는 거니까 해 보자."라고 했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행동하는지 알았다. 시원하게 사진이 찍혔다. 자연의 경관을 적당히 해친 바닥의 붉은 벽돌은 아마 최선이었을 것이다. 만약 다시 강릉을 간다면 오죽헌이 1순위이지 않을까.




오죽헌


    그저 기억은 무한하게 흘러간다. 이동 수단이 자전거였던 그때. 지금의 아내가 강릉에 놀러 왔다. 함께 보낼 주말 동안 여자 친구가 탈 자전거를 대여했다. 그렇게 자전거로 강릉을 해집고 다녔다. 6월, 그 더운 날. 자동차로는 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곳들을 구석구석 다녔다. 아파트를 만났고, 강릉역을 기념하고, 바닷가에 앉아 노을을 지켜보았다.




(좌) 강릉5차 (우) 강릉역과 두 대의 자전거


    그래도 여행이니까 먹는 것들이 있다. 평소라면 먹지 않았을 것들, 생각지 못했던 것들. 아내와 나에게는 아이스크림이 그러한 것이다. 남대천을 오른쪽에 두고 경강로를 따라 순두부젤라또를 먹으러 갔다. "맛있다.", "맛있네, 사람들이 찾는 이유가 있네. 우리 남들 하는 거 다 해 볼까?"




순두부젤라또


    하나의 공간을 기억하는 여럿의 추억이 쌓이는 것이 '여행' 아닐까. 추억과 발길이 겹겹이 쌓인 그곳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지속되게 거기 있기 때문에 언제든 기억을 추억이라 불러내어 다시 갈 동력을 선물한다. 또한 기억에 남는 장소에는 줄곧 기억에 남는 음식이 함께했다. 삼겹살이 먹고 싶은데 혼자선 갈 용기가 없었던 그때의 나는, '식당에서 나를 받아 줄까?'라는 걱정으로 퇴짜 맞을 각오를 하고 식당들을 방문했다. 정확히 세 군데에서 안 된다고 했다. '왜 안 되지? 술도 시킬 거고, 혼자서도 3인분 정도는 시켜 먹을 건데. 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네 번째 고깃집을 들렀다. 구구절절 설명할 거리를 마련하고 들어갔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는 "편한 곳에 앉으세요."라고 했다. "혼자인데, 넉넉히 시킬게요.", "드실 만큼만 시키세요.", "일 때문에 왔는데 삼겹살이 먹고 싶어서요." 훗날 아내를 데리고 그곳에 갔다. "여보, 바로 여기가 나 혼자 삼겹살을 시켜 먹었던 가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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