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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작 Oct 05. 2022

이제야 선명하게 생기는 나의 집밥

    8월 중순, '2박 3일간의 쉼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에 대해 한 달 전부터 3일의 첫날까지를, 아내와 나는 고민하였다. 3일 중 하루는 반드시 평생을 기억하고, 간직해야 할 날이었다. 잊어서는 안 될, 잊을 수 없는 그런 날이 2박 3일의 마지막 하루였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 회사라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 아내와 나에게 그때의 2박 3일은 '이게 행복이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3일이었다.


    어느 대학의 교수이자 건축가의 말을 잠시 인용해본다. "그렇게 자기 공간에 규칙을 부여할 때, 그때 그 공간에 애정이 드는 거예요."


    모 교수의 이야기를 듣기 전, 적어도 내가 사는 공간에서 아내와 나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효율적이며,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인지하고 있던 터였다. 공간에 애정을 느끼는 법을 우리는 자연스레 알게 된 듯하다. "여보, 우리의 생각이 틀린 게 아니네."


"집을 치우자! 3일, 어떻게 보낼까? 근데, 우선, 먹을 게 빠지면 안 되지."




(좌) 쌀국수 (우) 고수


    정통 라멘, 정통 쌀국수, 정통이 들어가는 오리지널 (?)에는  입맛이  도는 나는, 아내 덕에 다양한 오리지널들을 맛본다. 대학로에서 처음 접한 이곳의 쌀국수는  입맛에 딱이었다. 일산 부근에도 있어, 맛에 대해 의심 없이 찾아갔다. 이곳의 좋은 점은  형태의 테이블 정면에 이러한 문구가 있다. "조용히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청의 태도에 따라 부탁과 억압의 모호하며, 때로는 감정을 건드리는 경우가 있다.  식당의 문구와 분위기는 '그렇지. 조용함이 좋아서 여기 오는 건데, 조용함을 따르는 것에 비용을  오는 것은 억울하지 않지. 좋아'이다.




팥빙수


    밥을 먹었으니 소화를 시켜야 했다. 소화를 위해서는 또 다른 먹거리가 몸속에 들어와야 되는 것이다. 평소 잘 즐기지는 않지만, 모처럼 팥빙수가 당겼다. "맛있는 팥빙수집 찾고 싶다.", "동네에 있겠지, 찾아보자."


    지도, 블로그 가릴 것 없이 검색을 시작했다. 이 가게를 설명하는 글이 흥미 있었다. "사람들만 아는 일산로컬 찻집", '응? 사람들만 아는?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거지?' 흥미를 가지고 방문했다. 상당한 웨이팅, "더운데 어디 가지 말고 기다리자."

수제 팥이라 한다. 팥의 냄새는 좋았고,  달아서 정말 좋았다.  오고 싶은 . "단팥죽 출시하면 먹으러 오자.", "빙수 끝나기 전에  오자."

    

    벌써 10월이다.




육개장

    

    학창 시절에는 급식이 있었고 스무 살에 바로 자취를 시작했더니, 나에게 집밥은  '생소한 정서'였다. '생소한 기억'이라는 말이  정확할  같다. 전혀 없지는 않지만, 많지도 않은  같다. 전혀 없지 않은 음식  하나가 경상도식 소고기 뭇국이다. 할머니께서 차려 주신 음식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육개장이다. 아내는 육개장을 끓여 줬다.  맛이었다. 왜곡된 기억일  있겠으나, 정말  맛이었다. "여보, 할머니가  주신 소고기 뭇국 같다.", "이거 육개장인데?", "대구 맑은 소고기 뭇국이 아니라, 이렇게 빨갛다.", "어릴  생각나?", "……."


    이제야 선명하게 생기는 나의 집밥. 아내와 함께하는 매끼는 이제 선명한 집밥이고 정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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