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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ri Oct 07. 2023

3) 소녀들의 덕질 소비 사례 ① 자기표현

시부야 원더랜드 오타쿠걸 1장 : 최애만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어 3

3) 소녀들의 덕질 소비 사례 ① 자기표현


덕질 소비 배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면, 이제 본격적으로「좋아하는 것에 대한 Z세대 여성들의 표현 및 소비 방식」라는 테마에 충실하게, 여성들의 덕질 소비 사례를 들어보려 한다.

Z세대는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덕질하는지 우선은 가볍게 설문조사 순위를 통해 참고해 보자


먼저 언급하였듯이, 덕질은 최애를 중심으로 자기표현과 감정 공유를 하는 다각적이고 복합적인 소비 형태이다. 그러므로 덕질과 관련된 소비를 볼 때에는 단순히 어떤 것이 유행하고 팔리는 가를 떠나, 그 안에 내재된 가치가 어떤 형태로 발현된 것인지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에, 최근의 덕질 소비 중 눈에 띄는 사례 몇 가지를 "자기표현"과 "감정 공유", "순간 공유"세 가지 중심축으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다. 먼저 이 챕터에서는 "덕질 =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하는 재료"라는 측면에서, Z세대 여성들이 덕심을 일상생활에 녹여내고, 이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한다.


1. 마음 한편에 최애를 품고 일상이라는 전투에 임한다 : 패션과 미용 활용 사례 


많은 여성들은 덕질과 같은 취미에 몰두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꾸미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특히 Z세대 여성들은, 일상생활 속에서나 덕질을 하러 갈 때 TPO에 맞춰 덕질 요소를 자신의 스타일에 현명하게 반영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본적으로 타깃 소비자층이 겹치기 때문에 패션과 뷰티 업계는 덕질 트렌드에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덕질은 패션과 미용의 구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러 브랜드들이 다채로운 오타쿠층을 타깃으로 마케팅이나 제품 개발을 진행한다.


최근의 패션, 뷰티 브랜드의 모델은 2D와 3D를 가리지 않는다. 캐릭터나 작품의 이미지를 따온 콜라보 제품, 오리지널 제품들도 다수 출시된다. 패션 잡지에서는 덕질용 코디네이트를 제안하는 특집기사가 실리기도 한다. 

게임 도검난무의 캐릭터 이미지를 활용한 아이섀도. 클레어보떼라는 서브컬처 IP와 콜라보를 전문으로 하는 색조 화장품 브랜드를 통해 발매되었다.
패션 브랜드 RAGEBLUE, dazzlin과 VTuber 니지산지의 콜라보. VTuber들이 직접 모델로 활약한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K-POP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하는 경우, 일본에서도 그대로 사용되는 편이다. 


덕질을 하는 여성이 패션과 미용에 신경을 쓰는 이유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상황별로 분류하자면, 일상과 특별한 날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1-1. 특별한 날의 패션 : 멀티 페르소나의 표현


많은 여성들은 콘서트나 공연 등 오프라인 이벤트(이하 오프 이벤트)에 참가하는 날, 자신의 기분을 고양시키기 위해 패션과 미용에 시간과 돈을 들인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오프 이벤트에 갈 때 착용하는 복장을 흔히 "참전복"이라 칭하는데, 특히 아이돌 덕질을 하는 팬들에게서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참전복이라 하더라도 사람에 따른 취향이 있고, 덕질 장르에 따라서도 다소 스타일의 차이를 보이는데, 여성스러운 실루엣과 장식이 달린 소녀 감성의 복장이나, 모노톤을 기조로 한 펑키한 스타일, 최근에는 K-POP 유행의 영향을 받은 스포티한 디자인도 자주 보인다. Z세대 여성이 주 고객층인 의류 브랜드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참전복에 적합한 옷들을 모아둔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두기도 한다.


공연이나 콘서트에 참석하는 것은 하나의 비일상적인 빅 이벤트이다. 이 특별한 날을 위해 평소에 잘 입지 않는 옷을 입고,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 네일에도 공을 들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참전복은 다시 말하자면 오프 이벤트라는 비일상적 공간에서의 활동을 위한 아바타 아이템 같은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하고 그 순간을 최대한 즐기는 것. Z세대 나름의 멀티 페르소나의 구현 방식이다.

여성 패션지의 참전복 코디네이트 특집. 위는 10대 초반 (초등학생) 대상인 니코푸치, 아래는 30대 초반을 주 타깃으로 삼는 CLASSY라는 잡지이다.


1-2. 일상 속의 최애 패션 : 최애 이미지 컬러, 손민수를 통한 은은한 활용


또 한 가지 특징적인 패션 표현 방식으로, 최애의 이미지 컬러에 맞춘 아이템이나, 캐릭터 관련 아이템을 코디에 반영하는 방법이 있다. 공식적으로 정의된 아이템이나 캐릭터는 아니지만, 최애의 개념적인 이미지를 가진 물건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최애를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물론 공식에서 정식 굿즈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공식 굿즈 외에 최애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을 사는 이유를 물었을 때, 생활 속에서 조금이라도 최애를 느끼고 싶어서 라는 답변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외에도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최애 관련 굿즈가 갖고 싶어서, 특별한 느낌을 내고 싶어서 등의 답변을 통해, 직접적으로 최애와 관련이 없는 단순한 이미지 소비만으로도 팬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HIBUYA109 웹매거진을 통해 연재되는 아이돌 그룹별 팬 이미지 코디네이트 일러스트 시리즈

마지막으로 연예인의 착용 복장이나 사용 제품을 따라서 구입하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명 웹툰의 캐릭터 이름을 따온 손민수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브이로그나 비하인드 등 영상 콘텐츠, 개인 SNS의 공개가 늘어나면서 연예인들의 사적인 애용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만큼, 이를 따라서 구입하는 소비 패턴도 함께 증가했다. SNS에서는 이러한 아이템의 정보 공유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2. 별다꾸 문화는 국경을 넘어 : 각종 꾸미기 문화


즐겨 사용하는 물건들을 자기 취향에 맞게 꾸며가며 커스터마이즈 하는 것이 젊은 세대의 유행 중 하나로 종종 언급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Z세대를 표현하는 단어로 별다꾸(별 걸 다 꾸민다는 말의 줄임말)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물론 꾸미기 문화는 덕질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다만 이런 꾸미기 문화가 어제오늘 갑자기 유행한 것은 아니다. 90년대 일본의 갸루 문화가 주류였을 때는 라인스톤이나 큐빅 등으로 화려하고 블링블링한 꾸미기가 인기였다. 최근에는 한국 느낌의 감성적이고 힙한 디자인, 여성스럽고 스윗한 스타일, 혹은 캐릭터 상품을 중심으로 한 귀여운 아이템 등을 과하지 않게 사용하는 것이 인기다. 꾸미기도 그때그때의 유행을 반영한다. 


2-1. 왕년에 2D 분야 덕질 꾸미기 문화를 주름잡았던 이타백


태초에 일본의 오타쿠 분야의 대표적인 꾸미기 문화로는 이타백 (痛バッグ) 이 있었다.

가방 한 면에 투명한 PVC가 덧대어져 그 안쪽으로 덕질용 굿즈를 장식할 수 있는 가방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최애 캐릭터의 캔뱃지를 빽빽하게 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공식 굿즈로 캔뱃지가 종종 등장하는 것은 이타백이라는 직관적인 사용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제작 단가가 낮다는 장점도 있다.)

이타백으로 사용되는 베이스용 가방은 최애의 이미지 컬러에 맞춰 고를 수 있도록 다양한 색상이 판매되고 있으며, 덕질용 아이템이 여유롭게 수납되는 큰 사이즈의 에코백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미니 숄더백이나 백팩 등 다양한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 탈착 가능한 커버가 붙어있는 일코용 상품도 있다. 장식용 아이템도 캔뱃지 뿐만이 아니라 인형, 포토카드, 액세서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애의 이미지를 캐릭터화한 아이템들이 유행하면서 이렇게 대놓고 보여주는 형태의 꾸미기는 다소 인기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일본 서브컬처계에서는 메이저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애니메이션, 게임 관련 장르에서는 이타백이라는 단어가 고유명사로 통한다. 


이타백에 사용되는 가방에 특화된 인터넷 쇼핑몰이나 장식 방법을 알려주는 서적도 있다.


2-2. 언제 어디에서나 함께 하는 최애 인형


최애 이미지를 캐릭터화(化) 한 것으로 최근 유행하는 것은 10cm 정도 사이즈의 마스코트 인형이다. 가방에 달고 다니거나, 인증샷용으로 많이 활용되는데, 대상의 특징을 잡아 데포르메 되어있기 때문에 팬들이 보면 그 캐릭터를 떠올릴 수 있지만, 실존인물이나 2D 등장인물의 비주얼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오타쿠 굿즈라기보다 그저 귀여운 캐릭터 상품에 가까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덕질 취미를 주변에 대놓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SNS 등에서는 덕질용 인형을 피사체로 한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K-POP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는 한국의 팬덤에서 아이돌의 이미지를 따와서 제작한 인형을 구매대행을 통해 입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들은 보통 그대로 유행한다. 

그 외 J-POP 아이돌은 초상권 등의 문제로, 팬에 의한 2차 제작물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인형과 의상 등을 공식 굿즈나 라이선스를 통해 판매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인형은 주로 정식 라이선스를 통해 판매되거나, 게임센터 크레인 게임 등의 경품 형태로 발매된다. (물론 K-POP에도 공식 제작 인형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팬 제작 인형이 보다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인형이 덕질 필수 아이템처럼 여겨지면서 공식 제작 인형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옷을 갈아입히거나 장식을 하는 등 취향에 따라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는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이다. 인형옷이나 장식 아이템은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 거래가 주를 이루지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점포도 있다. 최근에는 다이소 같은 100엔 샵에서도 간단한 아이템은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유명 캐릭터 브랜드 산리오의 인형 커스터마이즈 아이템. 산리오에서는 인형 촬영 특설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서 활용 방법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한편, 최애와 이미지가 비슷한 유명 캐릭터 (산리오, 치이카와 등)를 덕질 굿즈로 활용하는 것도 덕질의 이미지 소비 패턴 중 하나이다. 일반적인 사람이 보면 그냥 유명한 캐릭터일 뿐이지만 팬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 그 비유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은은하게 최애를 어필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이미지 소비를 주로 "모에화萌え化"라 말한다. )

이러한 캐릭터 브랜드들도 최근 트렌드를 빠르게 잡아내고, 덕질을 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인형이나 다양한 커스터마이즈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 



그 외에도 최근 일본에서 유행했던 덕질 관련 꾸미기로는 응원봉 장식, 포토카드 케이스 꾸미기 (특히 휘핑크림 데코나 스티커 데코가 인기다), 비즈 스트랩, 자체제작 아크릴키홀더 등이 있다. 덕질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낯이 익은 단어들이라 생각한다. 이들 모두 우리나라에서도 덕질 분야에서 유행하고 있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최애를 일상생활에 녹여내고, 더 사랑스럽게 보이기 위한 꾸미기 문화에 국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출전 및 참고자료

https://www.itmedia.co.jp/business/articles/2308/23/news167.html

https://shibuya109lab.jp/article/220712.html

https://twitter.com/animateinfo/status/1244445983498371072

https://animeplay.0101.co.jp/ec/nijisanji/

https://space-media.jp/news/detail/5089/

https://senken.co.jp/posts/view-230621

https://xtrend.nikkei.com/atcl/contents/18/00837/00001/

https://www.nicopuchi.jp/article/detail/36159

https://classy-online.jp/fashion/210412/

https://corp.paidy.com/news/article/5lqv4CmlT36CfaKndoxLIu

https://www.shibuya109.jp/magazine/?pi3=243559&pi=243558

https://shop.sanrio.co.jp/item?category_id=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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