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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ri Oct 13. 2023

4) 소녀들의 덕질 소비 사례 ② 감정 공유

시부야 원더랜드 오타쿠걸 1장 : 최애만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어 4

4) 소녀들의 덕질 소비 사례 ② 감정 공유


앞서, 자기표현 목적으로 덕질과 관련된 소비를 하는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직접적으로 덕질 대상에게 소비하는 것 외에도, 일상 속에서 늘 최애를 떠올리고, 자신의 덕질을 보다 더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기 위한 지혜들을 엿볼 수 있었다. 


감정의 공유와 관련된 덕질 소비의 사례들을 보기 이전에, Z세대의 덕질용 도구로서 SNS가 매우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다.  Z세대는 덕질을 할 때에도 SNS에 무엇을 어떻게 올릴지를 기준으로 역산해서 행동하는 것이 기준이 되어있으며, SNS를 통해 덕질메이트를 사귀기도 한다. SNS를 통해 자기 자신의 덕질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같은 가치를 가진 동료를 불러 모아 새로운 교류로 확대시켜 나간다. SNS는 덕질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요소인 것이다.


SNS를 통해 덕질을 같이 할 친구를 사귀거나, 실제 오프라인 교류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1. 인스타그램과 자체 기념일


1-1. 인스타그램과 덕질의 상관관계


우리나라에서는 덕질용 SNS로 X (구 Twitter)를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에서 덕질용 SNS로 높은 이용률을 자랑하는 것은 의외로 인스타그램이다. 물론, 일코용 계정과 덕질 전용 계정을 분리해서 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X (구 Twitter)가 덕질의 메이저 플랫폼인 우리나라의 경우, 자신의 의견 피력이나 정보 공유, 주접 등 텍스트 베이스의 교류가 메인이라고 한다면, 인스타그램이 주류인 일본의 경우 덕질의 순간을 자신의 관점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기는 것을 좀 더 중시하는 문화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복수의 SNS와 계정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덕질 등 목적에 따라 분리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 매체와 소셜 미디어에 익숙해진 요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일본에서도 일상의 여러 가지 결정에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가(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한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자기 자신의 표현도구인 덕질은 이러한 기준에서 당연히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인스타그램에 적합하도록 최애와 관련된 상황, 물건을 최대한 예쁘고 특별하게 보이도록 한다면, 덕질은 인스타그램과 상성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앞 챕터에서 언급한 꾸미기 문화는 이런 상황에서 한층 빛을 발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콘서트나 동인 행사 같은 이벤트가 중지되고 오프라인 활동에 제약이 생기게 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 덕질에 대한 욕구를 발산시키기 위한 수단을 모색해 나간다. 최애를 직접 만나거나 오프라인 상의 폭넓은 교류는 못하더라도, 나 홀로 혹은 가까운 소수의 사람들과 덕질을 위한 시간을 자발적으로 만들기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1-2. 해쉬태그로 보는 인스타그래머블 덕질 트렌드


코로나가 한창 기승이었던 19년~22년 사이, 호캉스, 피크닉, 애프터눈티 등이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이는 Z세대 오타쿠 층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단순히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를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덕질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애의 굿즈, 인형 등을 지참해 함께 사진을 남기고, SNS에 업로드하는 것이 덕질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자신의 시간 한 켠을 기꺼이 최애의 공간으로서 할애하는 이러한 트렌드는 #최애가있는〇〇(#推しのいる~) #최애와〇〇(#推しと~)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해쉬태그를 검색하면 대량의 투고수와 연관 검색어를 찾아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덕질 관련 해시태그 중 #본인부재생일파티(#本人不在の誕生日会)라는 것이 있다. 

덕질 대상의 생일이나 데뷔일, 발매일 등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를 사서 혼자 즐기는 문화는 덕질 세계에서는 꽤 유구한 문화 중 하나였다. 전통 있는 문화에 이름표가 붙고 소셜성이 더해진 것이다. 다만 SNS를 통해 보여지는 것이 중요시되면서 특별 제작한 케이크,  호텔을 빌리거나 소품을 갖추어 장소까지 꾸미는 등 규모감도 함께 커지게 된다. 자발적이고 소소한 개인 차원의 의식이 대대적이고 화려한 이벤트로 레벨업했다.


일본의 300엔 균일가 잡화점 쓰리코인즈의 덕질 생일파티용 아이템 특집


한정된 행동 범위 안에서도 소소하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내는 지혜로운 덕질 문화는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도 꿋꿋하고 행복하게 덕질을 하고 있노라는 일종의 생존 표현일 것이다. 


2. 가까워지는 성지순례 문화와 응원 광고


사례 1. 어느 날의 시부야.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거리에 갑자기 사람들이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기 시작한다. 줄을 선 사람들은 대부분이 젊은 여성들. 줄을 선 이유는 어떤 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아무런 특이할 것이 없는 평범한 도로일 뿐인데, 줄을 서서까지 사진을 찍으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례 2. 시부야 지하도를 통해 도겐자카(道玄坂) 방면으로 이동하다 보면 사람들이 바삐 흘러가는 시부야의 모습과는 다른 다소 이질적인 공간이 나온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다른 곳과 명백하게 다른 이곳은 지하도의 마지막 출구 부근이라는 위치 상, 유동 인구수가 적다는 점 외에도 벽면의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춰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전시실의 회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1. 일상에서 최애의 흔적을 찾는 작은 여행


덕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지순례라는 표현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타쿠 세계에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소설의 배경이 된 장소, 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 등의 촬영지를 성지(聖地)라고 부르는데, 이런 장소를 방문하는 것을 성지순례라고 한다.


지금까지 덕질에서 성지순례라고 하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특정 지역 등 본격적으로 그 장소에 여행처럼 가는 느낌이 강했다. 그 덕분에 유명한 작품들이 지역 부흥에 기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물론 이런 본격적인 성지순례 여행도 덕질 문화 중 하나로 여전히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요즘은 좀 더 가까운 거리에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나고 있다. 


우선 사례 1에 대해서 해설하자면, 2022년 K-POP 아이돌 세븐틴의 멤버가 일본에 왔을 때 시부야에서 찍은 사진에서 기인한다. 세븐틴 공식 SNS에 올라간 그 사진은 일본 내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 해당 멤버가 사진을 찍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팬들이 모여들었고 줄을 이루기까지에 이른다. 

그 당시에는 아직 코로나로 인해 여행, 공연 등에 제약이 있었던 시기였다. 멀게만 느껴졌던 최애가 자신의 행동반경 안에 있었다는 신기함, 벅찬 감정 등이 어우러져 팬들의 직접적인 행동을 자극했다. 최애의 발자취를 짚어보며 그의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자 하는 팬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2-2. 일본에서 화제인 광고 스폿과 인증 문화


사례 2의 장소는 최근 시부야의 덕질 핫플로 뜨고 있는 해피보드이다.

해피보드는 덴엔토시(田園都市) 선 시부야역 지하 1층에서 SHIBUYA109로 가는 길에 있는 지하통로의 양쪽 벽면에 게재하는 H2,060 mm×W21,480 mm의 대형 광고의 명칭이다. 

이곳은 일반적인 지하도와 달리 양 벽면의 사이가 10미터 정도의 넓은 통로 형태로 되어있어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거나 멈추어 있어도 통행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상 벽면 광고를 느긋하게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는데 특화되어 있으며 20미터가 넘는 대형 광고가 주는 임팩트도 있어 SNS 상에서 종종 화제가 되곤 한다. 

모바일 게임부터 아이돌의 신곡 홍보, 새로운 드라마 시리즈 등 다양한 콘텐츠들의 광고 장소로 자주 활용되며, 해당 콘텐츠의 팬들은 일부러 광고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SNS에 남기는 문화가 당연한 것처럼 퍼지고 있다.

시부야 지하도에 위치한 해피보드. 인증 사진을 찍거나 발걸음을 멈춰 광고를 감상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상기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가까운 곳에서 최애의 흔적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발로 되어, 팬들의 온라인/오프라인 상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있다는 점이다. 성지 순례라고 하기에는 거창할지 몰라도, 최애에 관한 무언가를 보기 위해 일부러 발걸음 한다는 행동의 본질은 동일하다. 단지 거리가 조금 가까워졌을 뿐이다.

나와 가까운 장소에서 최애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일상 속의 작은 비일상적인 이벤트는 SNS를 통해 공감대와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지며 다른 사람의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 그 장소가 곧 성지가 된다.


이런 장소 인증 문화는 한국은 물론, 문화권이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국경을 넘는 덕질에 대한 가치관을 보여준다. 옥외 광고, 팝업스토어 등이 점점 더 이목을 끄는 이유이다.


나아가, 덕질 대상의 흔적을 좇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팬들이 세상에 그 흔적을 새기기 위해 광고를 내는, 매우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행동에 이르기까지 하는데, 이른바 한국에서 팬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은 기념일 광고가 여기에 해당한다. 일본에서는 흔히 응원광고라고 하는데, 최근 들어 일본에서도 지하철역이나, 거리의 대형 광고비전을 통해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이 또한 일부러 그 장소를 방문하여 인증샷을 찍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팬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광고 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출전 및 참고자료

https://xtrend.nikkei.com/atcl/contents/18/00837/00001/

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046.000020799.html

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167.000033586.html

https://www.palcloset.jp/display/article/detail/?acd=2307243co_001&b=3coins

https://mutsumiya.jp/2023/06/06/%E6%BF%80%E3%82%A2%E3%83%84%E3%80%90%E9%81%93%E7%8E%84%E5%9D%82%E3%83%8F%E3%83%83%E3%83%94%E3%83%BC%E3%83%9C%E3%83%BC%E3%83%89%E3%8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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