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스트레스가 누적이 됐다. 임계치에 다 달아 몸이 이상신호를 보내온다.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미친 듯 올라오고 뇌척수액누출은 났지 않고 있다.
해결 방법을 나는 알고 있다. 퇴사 후 가만히 누워서 쉬기. 그게 말은 쉬운데 쉽지 않다. 일개 직장인이 갑작스러운 퇴사가 어떻게 쉬울 수 있을까.
이런 상황 속 문제를 함께 논의할 사람은 없다. 나보다 더 바쁜 남편이기에. 집안을 돌보고 대소사를 챙기는 것 역시 나였다.
회사에서는 거의 쓰레기통급으로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 못하는 일의 종착지는 나다. 아무런 연관이 없어도, 단 한 번도 설명을 들어보지 못한 프로젝트 일지라도, 나는 해내야 했다. 더구나 언론 홍보인 이상 본업인 언론 홍보를 ‘잘’ 해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고객사와 소통하고 기자와 소통하고 고객사의 말도 안 되는 불만을 조율하는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냥, 버거웠다. 이런 상황 속 아무런 성과나 성취 없이 달려야 한다는 게. 따뜻한 말 대신 매번 날카로운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게.
아무런 생각을 안 하고 어딘가 빠지고 싶어 넷플릭스를 틀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새로 시작됐단다.
아무 생각 없이 3화를 볼 때, 한 환자가 간호사에게 한마디를 했다.
“힘들죠?”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네...”라고 답하며 한참을 울었다.
그냥, 너무 오랜만이었다. 내 힘듦을 알아주는 것 같은 그런 말이 너무 오랜만이었다. 그 한 회차가 방송되는 내내 울었다.
위로받는 느낌. 이래저래 치이는데 위로를 해주는 이가 없는 요즘. 드라마 대사 하나가 내게 위로를 건넸다.
“힘들죠?”
나뿐 아니라 힘든 이들이 많을 거란 걸 안다. 토닥토닥. 힘든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다. 다 당신만큼 아파하며 이겨내며 또는 무뎌지며 그렇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