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벽을 만났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 벽을 넘는다.
작년 10월 출간을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진짜 쓰고 싶은 글을 쓰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글 쓰는 일을 사랑했다. 시를 쓰며 등단을 꿈꿨던 학창 시절. 쓰는 삶을 살겠다 마음먹은 건 그때부터였다. 그런데 시를 쓰는 일은 계속되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내가 사랑하던 나의 시가 더 이상 투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뒀다. 대신 이제 산문을 쓴다. 그저 에세이를 쓰는 게 나는 좋았다. 비록 회사에서는 마케팅을 위한 글들을 써야 했지만 그건 그저 업을 위한 장르로 분리했다.
엄마가 되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태생적으로 "too much talker"인 나는 써야만 했다. 엄마가 되면서 단절된 듯한 세상 속에서 계속 외치는 방법은 SNS를 통해 말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썼다. "너는 마케터가 왜 브랜딩과 상관없는 글을 써?" 누군가는 그렇게 물었다. 누군가의 쓰는 일을 돕고 싶어 "나찾기 프로젝트"를 론칭했을 때 사실 나의 멘토님은 이렇게 조언했었다. "너는 마케터니까 마케팅 글쓰기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왜냐고 묻는다면, "내가 그걸 하고 싶어서"라고 대답한다. 돈 버는 일이 싫은 건 아니다. 돈 버는 일을 잘하는 이들이 나는 참 부럽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게 쉽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내가 의미 있다 생각하는 일이 아니면, 지속하는 힘이 생기질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 SNS를 그저 내 이야기터로 사용했다.
그렇게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이들을 돕기 위해 만든 것이 "나찾기" 프로젝트였다. 1인 기업가에게 "나"는 브랜딩의 시작이 된다. 하지만 그것을 브랜딩에 끼워 맞추기 시작하면 진짜 내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된다. 내가 원한 것은, 자연스레 브랜딩이 될 수는 있지만 일부러 브랜딩을 위해 만들어낸 것은 아닌, 그런 "나"의 이야기였다. 지금도 지속하는 힘은, 충실히 함께 한 이들이 내어주는 말 한마디이다. "덕분에 나를 찾았어요." " 덕분에 글 쓰는 일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것이 "나의 사업 스토리가 되었어요." 하는 목소리들.
그런데 딱 한 번. 글쓰기를 하면서 실용성을 앞세운 결정을 한 일이 있다. 그건 바로 나의 첫 책의 주제를 잡는 일이었다. 내 일생일대의 결정. 책을 써보기로 한 것. 그리고 그때 마주친 현실은 아무도 그저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즐거움이, 혹은 위로가 되길 원했는데. 그저 나의 이야기를 적은 책은 결국 쓰레기가 되어버릴지 모른다고 누군가 말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나는 결정했다. 책이라는 게 가져야 할 당위성. 그것을 실용성에서 찾자고.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을 쓰자고. 지난 8년의 두 아들 전업맘으로서의 시간을 짜내어 나 같은 현실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는 육아서를 쓰자. 그렇게 몇 개월을 갈아 넣어 자료조사를 했고, 나의 경험을 다시 갈아 넣어 육아서를 완성했다. 쓰고 보니 이 책은 그런 책이었다. 막 첫째를 낳았던 그때의 나에게 건네고 싶은 책. 엄마가 되어 몸과 마음이 힘든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써 내려간 책. 그저 필요한 이에게 닿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기도하면서 썼던 책.
그 책이 지난 10월 출간되었다. 감사하게도 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읽어주었고,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주었다. 유명하지 않은 평범한 작가라 더 많이 알려지지 못한 내 책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그저 그 한마디가 행복했다.
다른 이들의 글쓰기의 시작을 돕는 "나찾기", 그리고 누군가의 육아를 돕기 위한 나의 책 "엄마 육아 공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 나의 글쓰기가 멈췄다. 실용적인 육아서를 쓰는 일에 나를 쓰는 동안 나의 산문은 길을 잃었다. 다른 이들의 시작을 응원하는 동안 나의 스토리는 잊혀져 갔다.
그러다가 김영하 작가님의 책 "여행의 이유"를 다시 읽게 되었다. 내가 리드한 독서모임을 위해서였다. 다시 한번 책을 읽고 발제하고 멤버들과 토론했다. 놀랍게도 그 과정에 '다시 글을 싶다.'는 욕망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이 책은 여행을 주제로 잡았지만, 여행기가 아니다. 삶의 기록이다. 그 과정이 너무 흥미로웠다. 그래서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흉내 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시작했다. '여행'의 기록을. 분명 그 안에 내 삶이 녹아있을 테니.
그 터는 이곳 브런치로 잡았다. "너는 마케터잖아."라는 이야기가 나를 압박하지만, '이제 돈이 되는 무언가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고민하게 하지만. 나는 다시 가장 브랜딩과 멀리 있는 느낌이 드는 이곳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저 쓰고 싶어서 쓰는 글. 쓰는 삶을 이어가고 싶어서 쓰는 글. 나를 담는 글.
나의 모든 경험을 담아 글을 하나하나 완성해보련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