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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의 Jul 26. 2023

성과평가의 어려움

DBR과 <팀장의 감정 사전>에 담긴 평가 이야기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팀장들의 난상 토론 이야기가 실렸다. 내가 대화에 참여한 건 아니지만 

팀장으로서 늘상 고민하는 '평가'에 관한 이야기라 하나하나 훑어보는데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우리 회사에선 직급별 역할을 규정해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해요.

'별찌 팀장'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팀장님의 사례였는데 요약하자면, 오랫동안 일했는데도 계속 '과장 직급'인 게 불만인 팀원에게 회사에서 '차장 직급'의 역할로 정의한 '사내 인플루언서'라는 역할을 설명했더니 자신이 아직 인플루언서로는 미숙한 것을 시인하고 평가 결과를 수용했다는 내용이었다. 


우선 '사내 인플루언서'라는 차장 직급의 역할 정의가 신선했다. '실무를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며 원활하게 협업을 이끌어갈 수 있어야 차장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별찌 팀장은 설명했는데, 듣고보니 우리 회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인 듯 했다. 사실 대부분 그냥 적당히 10년 넘게 회사를 다니면 차장이 되는 걸로 생각하는데, 문제는 그래서 적당히 다녔는데 차장이 안 되면 마음이 상하는 거다. 승진의 기준이란 게 다 자기 기준대로 생각하기 마련이니, 내가 승진하는 건 당연하고, 저 사람이 승진하는 건 뭔가 공정하지 못한 느낌. 모두가 그렇게 애매하고 두루뭉술하게 신경전만 벌이는 상황에서, 저 회사는 나름대로 명확하게 차장의 역할과 자격을 명시하고 있었다. (물론 어떤 영향력이 얼만큼 있어야 인플루언서 자격이 있는지는 또 미지수지만) 


또 하나 신선했던 점은, 그 직급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면서 '당신 스스로 보기에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는 점이다. '당신은 인플루언서가 아니라서 승진을 못한다'가 아니라, 스스로 자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 팀장도 훌륭하고, 그에 대해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수긍한 팀원 역시 훌륭하다. 이렇게까지 질문과 성찰이 오가는 대화가 현실에서 얼마나 있을까냐마는, 최소한 어려운 얘기를 피하지 않고 꺼낸 팀원의 용기와,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만든 팀장의 용기 모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모르긴 몰라도 이 대화를 나눈 팀원은 '사내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본인이 부족한 부분을 찾아 노력할 것이고, 머지않아 차장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팀장 역시 성공이다. 팀원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게 리더의 역할일테니까.




팀장이라면 어떻게든 피하고만 싶지만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 '평가 시즌'이기에, 내가 쓴 팀장 리더십 책 <팀장의 감정 사전>에도 초보 팀장의 평가 반성문 한 꼭지를 실었다. 나름대로 팀원들을 공정하게 평가해보겠다고 머리를 싸맸던 지난 연말이었다. 우리 회사는 실적에 대한 상대평가로 A,B,C를 나누고, 그 중에서 가장 탁월한 사람에게는 본부장 재량 절대평가로 S를 준다. 당시 우리 팀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낸 팀원에게 최고 등급인 A를 주었는데, 놀랍게도 그 팀원은 어째서 자신이 S를 받지 못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초보 팀장으로서 좋은 팀장이 되기에 급급했던 나는, '본부장 재량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상황을 회피했고, 팀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아쉬운 의문을 가득 머금은 채 자리로 돌아갔다. 한동안 이불킥을 했다. 어떻게든 납득을 시켰어야 했는데, 비겁하게 핑계대지 말고 좀 더 용기를 냈어야 했는데, 다음에 S를 받으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를 같이 상의했어야 했는데... 


<팀장의 감정 사전>에 담아둔 반성문 ㅎㅎㅎ




만약 지금 팀원이 내게 찾아와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면 이렇게 말해줄 것 같다. 

A까지는 '성과'의 영역이고, S는 '감동'의 영역이란다.

일을 잘 하고 성과를 낸 건 A평가를 받을 만큼 훌륭했지만, 팀장인 나를 포함해 주변에 앉아있는 동료들, 그리고 부서장과 실장, 본부장, 더 나아가 고객들까지 감동할만큼 이 조직에 기여한 사람이라면 S가 아니라 S+를 주어도 부족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질문을 할 것이다. 당신은 주변에 앉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는지.  자신이 그런 존재인지 아닌지는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알테니까. 


여전히 100퍼센트 클리어하진 않다. '일을 잘 한다'는 것,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것, 영향력이 있다는 것, 감동을 주었다는 것  모두 다 애매하고 모호한 기준이고 말장난 같지만, 사실 사람이 모인 곳에서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게 있을까. 결국 얼마나 평소에 서로를 신뢰하고, 기준에 대해 공감대를 만들고, 불편하더라도 분명하게 설명하려 애쓰는지에 따라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것이다. 평가라는 게 그래서 어렵다. 진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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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아티클 전문] ▼

https://dbr.donga.com/article/view/1101/article_no/10930/ac/m_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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