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댓글 그만 보련다
지난 3월 16일, 송고했던 기사가 오름으로 채택되었다. 내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4050 글쓰기’ 그룹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은 주제이기도 하고, 적지 않은 부부들이 ‘가사 분담’을 비롯한 ‘부부 역할 문제’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써 본 주제였다.
그런데 오늘까지 사흘간, 정말 욕을 많이 먹었다. 물론 ‘좋아요’ 수가 적지 않아서, 공감해 주고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해준 이들이 더 많을 거라고 나 자신을 부지런히 위로하긴 했다. 그러나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고, 거침없이 비난을 일삼는 댓글들에 멘탈이 휘청했다.
글쓰기 그룹에서, 또는 지인들이, 무엇보다도 가족들이 세상에는 희한한 사람들이 많으니, 댓글 하나하나에 연연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었고, 나 역시 그럴 거라고 굳게 마음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게 상황이 닥치면 참 멘탈 관리가 쉽지 않다.
나의 이야기가 그렇게 분노를 조장할 이야기인가? 억울한 마음마저 들었다. 댓글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글을 끝까지 읽지 않고 함부로 판단하고 비난한 것 같다는 느낌의 글들이 대다수였다.
일일이 대댓글을 달아주고 싶었다. 기사를 끝까지 읽고 댓글을 다셔야죠.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셔야죠. 남녀를 갈라치기 위한 글이 아니잖아요. 다 우리 집 같지 않으니까 각자 대화로 적정한 선을 찾으라고 말했잖아요...
처음에는 나를 향한 자책이 먼저 들긴 했다. 전업주부로서 외벌이 중인 남편에 대해 더 고마워하지 못한 게 크나큰 잘못인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낮 동안 쉬는 시간도 자꾸만 죄스러워 이것저것 할 일을 억지로 찾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편집자를 향한 원망의 마음이 들었다. 분명, 처음 송고할 때는 ‘아무리 내가 소설을 쓰고, 시민 기자로 활동을 하고, 여전히 손이 가는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홀로 감당하며, 주말에 교회에서 교육부서를 섬기고 있다고 해도, 그의 직장 생활에 비하면 스트레스가 현저히 적으니...’라는 문장을 써넣었다.
그러나 그 문장 자체가 삭제되었다. 게다가 내가 보낸 글의 제목은 ‘가사 분담의 재정립-중년에 이르러 성공했습니다’였다. 그러나 편집 후 제목은 ‘애 셋 잘 키웠는데... 중년에 남편이 이럴 줄이야.’가 되었다. 그 제목을 보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남편 욕하는 글인 줄 알고 비난 댓글 쇄도하겠구나.’
그럼에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현재(3월 18일, 오후 3시)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인기 기사 1위에 올라 있다. 작년부터 채택된 31개의 나의 기사 중에서 최고의 조회 수를 갱신했다. 조회 수 8만이 넘는다니! 이게 그렇게 관심받을 일인가?
비난의 댓글이 많은 만큼, 그만 노출되고 어서 기사가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우습게도 나를 미끼로 던져놓고, 언론이 장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참 우울한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아닐 것이다. 그렇게 나쁜 일로 인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서, 참 우울감을 느낄 일이 많은 세상이라서, 자유를 침범하는 민주주의가 위태한 현 실정이라서,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든 그런 세상이라서, 댓글이라는 형식으로 담아 두었던 말들을 작게나마 토로하고들 있는 게 아닐까.
“지들이 뭘 알아? 애 셋 키워봤대?”
무엇보다도 우울의 언저리에 있는 나에게 남편이 말해 주었다. 그래, 우리 둘의 관계를 기반으로 글을 작성했지만, 우리의 모든 것을 그들이 알 리 만무하다. 잘 모르는 이들의 댓글에 절대 휘둘릴 필요가 없다. 난 원고료를 잘 챙겨 받았고, 참 좋은 글을 썼다는 소수의 칭찬도 잘 받아먹었다. 그러니 이제 댓글 그만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