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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04. 2023

첫사랑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면 3

사랑은 타이밍


한 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 친구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리고 혹시라도 사귀게 된다면?' 그러나 우리가 오랜만에 다시 연락이 되었을 때마다 그 친구에겐 여자친구가 있었고 나 역시 10, 20대의 설렘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한참을 연락 없이 지내다 올해 우린 다시 연락을 하게 되었다. sns 알고리즘 기능이 친구 추천을 해주었고 sns에 서툴던 그 친구는 뒤늦게서야 날 발견했다며 미안하다 연락을 해왔다. 검사가 꿈이던 그 친구는 사업을 하고 있었고 자신의 책도 몇 권 출판한 멋진 청년으로 성장해 있었다. (책이 쉽게 읽히고 내용이 유익해서 홍보해주고 싶으나 나의 프라이버시가 있기에 조용히 있기로 한다)


 sns로 자주 안부를 주고받았고 내가 프로필 사진을 바꿀 때나 사진 업로드 할 때면 꾸준히 반응을 남겨주어 전보다 대화를 나눌 일이 많아졌다. 하루를 무척 바쁘게 보내는 그 친구는 (J라 예상했는데 역시나 J였다. 완벽한 계획형 삶) 주말에도 바쁜 탓에 부모님 집에도 못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보러 인천까지 오겠다 연락이 왔다.




그 친구도 커피를 좋아해 매일같이 카페를 찾곤 했다. 그래서인가 내가 올린 사진을 보곤(라떼 아트 사진) 카푸치노냐며 마셔보고 싶다 연락이 왔다. 친구들이 우리 동네에 놀러 올 때면 늘 데려가곤 하는 카페맛집이었기에 기회가 되면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맛 보여주겠다  답했다. 대충 예상되었겠지만 (다른 나의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 남자 (내가 짝사랑하고 있던) 카페였다.


어쩌다 보니 연애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되었는데 헤어진 지 1년이 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현재 많이 외롭다는 말에 소개팅에 대한 이야길 나누게 되었는데 이상형 상관없이 누구든 만나고 싶다 하길래 진지하게 'D양을 소개해줄까' 하는 고민을 했다. (후에 D양은 좋은 사람이면 옆에 둬야지 왜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할 생각을 하냐며 면박을 주었다.)


그리고 나의 연애를 묻는 질문에 나는 나의 짝사랑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렇게 그 친구는 부모님과의 약속과 주말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나를 만나기 위해 인천으로 와주었다.




나중에 이 일로 나는 친구들에게 아쉬움이 담긴 꾸중을 들었더랬다.  친구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던 친구들은 우리가 다시 연락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했다. (나의 오랜 짝사랑 이야기를 알고 있었기에) 그러나 내가 그 남자 이야길 했다는  말에 굳이 하지 않았어도 되는 말을 왜 한 거냐며 꼭 그렇게 솔직할 필요는 없었다 잔소리를 해댔다.


나도 안다. 바보 같은 짝사랑 중이라는 걸 말할 필요까진 없었다는 걸. 그렇지만 그 사람을 좋아하는 내내 나는 쓸데없이 솔직해졌고 다른 사람과 만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를 그냥 놓아버렸다. 그 사람 때문에 내내 속상했으면서도,,,


이왕이면 맛있는 커피를 먹게 해주고 싶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 남자와 그 공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 식사를 한 후  공간으로 이동했다. 난 그 사람의 멋짐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님 친구에게 상담받고 싶었던 것일까.  (근데 남자들은 다 그런가? 서로 멋있다 칭찬하는 걸 보며 난 어이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둘이 뭐 하세요??'였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며 이야길 나누는데 역시 참 멋있게 성장했구나 싶었다. 일과 삶에 대한 가치관도 뚜렷했지만 연애에 대한 생각도 참 건강한 사람이구나 생각되었다. 또래 남자와들과는 다르게 술집이나 클럽에서 여자를 만난 적도 없고 그동안 늘 신중하게 만났다 했다. (친구들 유혹도 있었지만 모두 무시하고 조심하며 살았다고 강조ㅎㅎ)

그리고 나에게 왜 그 남자가 좋은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를 앞에 두고 진지하게 물었다.




나중에 (그 남자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카페 직원분은 내가 그 친구와 소개팅을 하는 줄 알았다지?


하긴, 

그곳에서 2시간 넘게 이야길 나눈 것 같다. 처음엔 오랜만에 만나 어색함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편해진 탓에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다. 그리고 과거 이야길 나누다 문득 떠오른, 오랜 기간 숙제 같은 질문을 갑자기 던졌다.


"내가 고등학교 때 너 3년 동안이나 좋아한 거 알았어?"


친구는 무척 당황스러워했다.  "진짜? 정말 몰랐어." 란 이야길 몇 번이나 반복하며 웃었는지 모른다.


'내가 이 말을 정말 아무런 감정 없이 아무렇게나 할 줄이야.' 나도 상황이 참 신기했다. 어릴 적부터 몇 번이나 생각해 봤던 장면인데 그 이야기가 이렇게 쉽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다니,,, 너 때문에 내가 스타트를 잘못 끊어서 지금도 짝사랑으로 고생 중인 게 아니냐며 장난을 쳤더니 거기에 또 한 번 당황한 친구는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왜 말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지난 이야기에 적어놓은 사건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에게 시기 질투를 받은 줄 아냐는 타박과 함께.

 친구는 호시절이었다며 이미 지나간 그 시절 이야기는 그만하자며 웃었다.


그리고 혹여나 들릴까 자세히 말하진 못했지만 나의 짝사랑 이야길 들은 그 친구는 많이 힘들었겠다며 좀 더 솔직해지라 말해주었다. 자신도 응원해 주겠다고. 그리고 속상할 때 말하면 언제나 들어주겠다고.




얼마 전 올린 이야기에 '이제는 괜찮냐'며 조심스레 물어온 친구 중 하나도 이 친구였다. 친구와 만난 지 이틀 후 난 그 남자에게 내가 많이 좋아했노라. 고백을 했고 친구는 그 이야기도 알고 있다. 그때부터 맘에 계속 걸렸었다며  고백 이후 한참이 지나 다시 카페를 찾았을 때도(sns스토리에 사진을 올린걸 보곤) 무슨 일이냐며 먼저 연락을 해왔다.


사실 이 이야긴 21년도에 썼던 글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글의 끝도 지금과는 다르다.  그때는 이 친구와 다시 연락되기 전이기도 했고 내 마음에 누군가 있는 상태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서인가 그때는 오로지 그 친구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난 그토록 바라던 친구와 만나고 하고픈 말을 했음에도 그 이후 그 남자의 태도가 더 기억에 남는다. 평소엔 질문도 별로 안 하던 사람이 친구에 대해 뭐가 그리 궁금한지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장난을 치자 정색하며 자기 취향은 작은 사람이라 말하고.


난 너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뿐인데 넌 그때도 참 나쁜 사람이었다.



그렇게 난 또 욱했고 제일 큰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으나 오늘은 좀 후회스러운 그 사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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