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더필즈 Feb 03. 2021

오래된 에스프레소 샷에서

오래 전에 내려놓고선 잊어버린 채 마시지 않았던 에스프레소 샷에서

낡은 모텔 방 냄새가 났다. 



순간

어떤 사람들이 떠올랐다.


솔이 솔솔 빠지는 칫솔이 떠올랐다. 


대용량 케라시스 샴푸 향이 떠올랐다.


미처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맞이했던 외할머니의 장례식 후, 전주 어느 모텔방에서

알프라졸람 한 알을 먹고 쓰러져 잠든 엄마의 옆모습이 떠올랐다.


낡은 침대에서 본 수많은 영화들의 강렬했던 장면들이 떠올랐고


옆의 누군가와 나누었던 대화의 조각들이

눅눅한 공기 속에서 데워진 숨결들이 떠올랐다.




그 장면들 속으로 돌아가서 

울고 있는 마음들을 안아 주고 싶었다. 

이전 10화 상대방을 다독이고 싶게 만드는 냄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