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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더필즈 Apr 10. 2021

감기 걸린 꼬마가 된 기분, 베르무트

스페인에서 토푸렉실을 맛보다


2019년 12월, 바르셀로나 여행 3일차.

1 3 알콜을 매일매일 실천하고 있던 남편과 나는, 까바(cava) 레드 와인을 벗어나 베르무트라는 술을 마셔 보기로 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리워질 낮술과 타파스라는 조합을 맘껏 즐기기 위해, 대낮부터 베르무트를 파는 가게(베르무테리아, vermuteria) 찾았다. 열심히 서치해 찾은 최종 목적지는, 그라시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La vermu'라는 가게였다.


 바가 위치한 거리는 너무 한적해서, 이거 장사를 안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을 했지만 그도 잠시,

빨간 문이 아주 인상적인  가까이에 다가서는 순간부터, 거의  월드컵  스크린 달린 치킨집에서 느껴지는 열기 정도의 데시벨로, 스패니쉬의 강렬한 억양이 묻어나는 왁자지껄 대화 소리가 우리를 압도했다.  제대로 왔구나.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만석이었던 테이블   테이블의 무리가 일어나 나간 덕에 우리는 바로 가장 아늑한 구석 공간에 앉을 수가 있었다. 우리는 고민 없이 베르무트 두 잔과 오믈렛을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담한 플라스틱 컵에 올리브를 곁들인 베르무트  잔이 나왔고,

목이 말랐던 나는 마치 콜라를 마시는 느낌으로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으악! 웬걸 이거 도수가  센데?


그런데 베르무트가  안에 퍼지는 순간 갑자기 떠오른 것은 


'토푸렉실' 시럽이었다.


뭔가 달달하게 카라멜 향과 알콜이 조화를 이루면서  안에 퍼지는데, 여기에 15~17 정도의 알콜 때문에 기분이 알딸딸해져 오는 것이 마치 열감기가 심할 때의 알딸딸한 기분과 동일시되면서, 어릴적 감기로 끙끙 앓다가 엄마가 입에   넣어주는 토푸렉실을 먹는  상황이 연상되어 버린 것이다!


그냥 감기약 맛, 이렇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단지 베르무트 한 입만으로  이름마저 정확하게 기억이  렸다. 개봉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시럽병 뚜껑에 허옇게 눌러붙어 버린 설탕 자국까지 기억 맨 위로 불쑥 떠올랐다.  옆에  짝궁으로 붙어 있던 오렌지색 부루펜 시럽도 함께.


뭔가  토푸렉실의 존재를 아는 또래를 찾아  베르무트를 맛보게 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 일었다.  


한 잔을 다 마신 뒤에는 살살 머리가 지끈지끈해져오는 것이, 딱 열감기 때의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와 언니에게 토푸렉실을 먹이며  못 이루고 힘들어하던 엄마의 젊은 시절도 짠하고(그때 엄마 나이가 지금의  나이일텐데.)

열감기를 잘 버텨내고 매운 음식을 찾던 어린 나도 그리워졌다.



바르셀로나의 3일차 낮술 한잔은 그렇게 많은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근화제약 토푸렉실 시럽,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다.

찾아보니, 놀랍게도 현재에도 여전히 토푸렉실이 생산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있었다. 비록 토푸렉실 플러스 시럽이라는 이름과 낯선 포장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참고: 토푸렉실의 주성분 및 용법/용량


[주성분]  

아세트아미노펜 6.66 mg/mL: 타이레놀 성분. 해열 및 진통 작용을 위해 쓰인다.

구아이페네신 6.66 mg/mL: 거담제. 기침을 가라앉힌다기보다는 기도의 점액을 묽게 만들어 가래를 배출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옥소메마진 330 mcg/mL: 항히스타민 작용을 하며, 기관지 확장을 통해 기침을 가라앉힌다. 진정 작용이 있어 졸릴 수 있다.


[용법, 용량] 1일 3-4회 식후 및 취침시에 복용한다.  

성인(15세 이상): 1회 5-10㎖ 1일 2-3회 복용한다.

5세 이상 - 15세 미만: 5㎖

2세 이상 -  5세 미만: 2.5㎖

만 2세 미만에게 투여하지 않는다. 다만, 꼭 필요한 경우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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