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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Nov 06. 2021

회사 내 조직문화를 바꾸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1가지

줄리 바틸라나, 티치아나 카시아로 <권력의 원리> 

흔히 사회적 위치가 높으면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직장 에피소드를 다룬 커뮤니티 게시물을 보면 '여기 사장은 바보다. 아무것도 모른다.' '무논리로 꼬투리 잡는 과장 때문에 괴롭다.'는 이야기가 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조직의 부당한 처사를 개선하거나, 체계적으로 조직문화를 바꾸는 방법을 고안하지 못한다. 직급이 낮은 자신은 아무 힘이 없고, 목소리를 낼 여력 조차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며 버티듯이 회사를 다닌다. 그냥 참고 다닌다.


그러나 책 <권력의 원리>는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진짜 '권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재정의한다.


상대방이 가치 있게 여기는 자원에 대한 접근 권한을 통제하는 능력

단순히 직위가 높다고, 오랫동안 일했다고 권력까지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어도 상대가 원하는 가치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이 있다면 충분히 '권력'을 소유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권력의 원리>는 권력을 획득하는 근본적인 원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에 대한 상대방의 의존도를 높이려면, 자원을 제공하는 소수의 무리에 들어 내가 제공하는 자원에 상대방이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도록 만들면 된다. 반대로 상대방에 대한 나의 의존도를 낮추려면, 상대방이 제공하는 자원의 가치를 약화하거나 해당 자원을 공급하는 대안을 찾아 상대방의 지배력을 낮추면 된다. p.42"


조직 내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하려면 제공하는 자원의 '가치'가 높아야 한다. 예를 들면, 내가 누구보다도 회사에서 엑셀을 잘 다루는 능력이 있다면, 직급이 낮아도 엑셀을 사용하는 업무의 권한은 최종적으로 내가 갖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겉으로 보기에 상사가 모든 결정을 내리는 듯 보여도, 실제 업무는 내가 담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제공하는 자원이 '귀할수록' 권력을 행사할 권한이 자동으로 주어진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이 출중하다고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 괜히 혼자서 부당함을 외치다 상사와 동료들에게 '변절자'라는 낙인이 찍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간절히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싶다면, 먼저 조직 전체의 '역학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권력의 원리>는 집단의 전체적인 흐름, 특히 누가 조직에서 힘이 가장 센지 파악하려면 다음 질문을 해 볼 것을 권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를 찾아가나요?


여기서 특정 인물의 이름이 '자주' 거론된다면 그/그녀는 조직 내 '진짜 권력자'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여기서 변화를 시도할 의지가 있다면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을 선별해 참여시켜야 한다. 조직의 개선이 필요할 때 반대를 줄이려면 일반적인 조직도를 한 꺼풀 벗겨 사람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자세히 '관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공식적인 조직도가 아닌 '힘의 배치도'를 그려 진정한 '권력자'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한다. 


공식 조직도
힘의 배치도. 행정직 말단 직원이 가장 권력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힘의 배치도를 그릴 수 있을까? 책은 5가지 질문에 먼저 답할 것을 권한다.


1. 팀에서, 조직에서, 산업 전체에서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2. 이들이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자원은 무엇인가?


3. 해당 자원에 대한 접근 권한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


4. 동맹이나 제휴를 맺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5. 이들과 맺는 관계의 본질은 무엇인가?


단순히 직위가 높다고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혁신을 일으키려면 먼저 '힘의 배치도'를 그릴 능력부터 갖춰야 한다. 누가 누구와 친밀하고, 누가 누구에게 영향력을 미치며, 누가 중요한 인물이고, 누가 인정을 덜 받는지, 나를 거부하거나 지지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명확히' 알아내야 한다. 그러나 만약 내가 동료보다 직위가 높다면, 직위와 권력을 동일시하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자신은 허수아비인데 장군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럴수록 '겸손''공감'능력을 길러 자신의 진짜 사회적 위치가 어디인지 되짚어야 한다.


하지만 힘의 배치도를 잘 그리려면 먼저 '관찰력'이 뛰어나야 한다. 자신에게 몰두하기보다, 나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을 주의 깊게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지루한 회의 속에서도 누가 업무 주도권을 잡고 있는지, 습관적인 제스처는 무엇인지, 누가 누구 말에 따르는지, 숨은 갈등, 동맹 관계는 무엇인지, 영향력을 얻거나 잃는 사람은 누구인지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진짜 조직도를 그려 '숨은 힘의 균형'을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조직에서 무언가 개선하고 싶은 욕구가 든다면 반드시 '관계의 역학'을 알아내야 한다. 빨리 개선하고 싶다며 혼자 독단적으로 모든 걸 결정해서는 안 된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변화를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을 물으며 서로 간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그러니 "여기서 영향력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려고 찾는 사람은 누구인가?" "누가 성공했고, 누가 힘든 시간을 보냈지? 각각의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합류한 후 이곳은 어떻게 변했지?" 질문하며 동료들과 함께 조직문화 변화를 추진해보길 바란다.


<참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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