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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구원해야 한다는 이유로

30.어린시절 성추행 이후 왜곡된 무의식 세계

여자가 섹스를 하는 이유

유엔 보건기구에서는 섹스란 건강한 남녀가 하는 보편적 행위라고 규정한다. 결혼이 전제가 아니라 건강함이 전제다. 건강함이란 육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신건강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섹스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정신건강의 문제를 돌아보아야 한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잠을 자고 섹스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섹스에 대한 태도는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 '여자는 대화를 위해 섹스를 참고 남자는 섹스를 위해 대화를 참는다'는 말이 있다. 여자는 섹스 자체보다 대화를 통한 분위기에 이끌려 썩 내키지는 않지만 섹스를 하고, 남자는 여자의 말을 듣고는 있지만 관심은 섹스에 맞춰져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남녀의 차이뿐만 아니라, 개인별 차이도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요즘 시대다.

'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라는 책을 쓴 미국 텍사스대학교 임상심리학과 신디 메스턴 교수와 데이비드 버스 교수의 연구가 아니더라도, 여자들의 섹스 행위에는 남자보다 더 복잡한 이유가 숨어 있다. 자기가 원해서, 타인이 원해서, 혹은 복수를 위해, 욕구 충족을 위해, 경험 삼아서, 의존적이라서 등등 생각해 보면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여성 자신이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 가끔 이와 관련한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무의식적 동기를 발견할 때가 있다. 

무의식속 동기를 찾아내기

30대에 들어선 미선(가명)씨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자신의 멍한 상태 탓에 하루가 우울하다. 우울감 때문에 만사가 귀찮고 아이들을 방치할 때가 많다. 그래서 주변의 권유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역할극을 시작하자 그녀는 사람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냈다. '난 너희들의 눈동자가 싫다'로 시작해서 '하나님이 있냐, 없냐'는 등 아무 말들을 마구 쏟아냈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인상을 평하면서 공격했다. '넌 미꾸라지 같은 인상이야', '넌 내 밥이야', '넌 거짓말하는 인상이야'라면서 사람들이 싫은 이유를 말했다. 그런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게 더덕더덕 붙는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귀찮게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여자의 말대로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를 둘러싸게 하자 그녀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그러면서 '안 볼 거야', '안들을 거야'라는 말을 계속했다. 이런 반응은 어떤 무의식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했다.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 장면도 역할극으로 재연했다. 자신의 삼촌이 목사로 있는 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삼촌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왜 하나님이 자신의 삼촌이자 목사를 데리고 갔는지 궁금해 사람들한테 묻고 다녔다. “왜 죽은 것인지?” 그 질문에 대답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답은 엉뚱했다. '기도하면 된다'라든지, '믿음이 떨어지는 소리를 하지 마'라며 외면할 뿐이었다. 그 후 그녀는 대학에 들어갔고 신에게 반항하듯 자신이 생각하는 타락을 시작했다. 술 먹고, 남자와 관계를 갖기 시작하면서 언제까지 신이 자신을 봐주는지 도전해보고 싶었다 한다.

역할극 속에서 여자는 결혼 전 몇 번의 연애와 성적 경험을 가졌다고 말했다. 어떨 때는 지적인 남자가 좋아서 섹스를 했고, 어떨 때는 성적으로 개방된 남자가 좋아서 섹스를 하곤 했다. 정서적인 느낌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에 따라 남자를 사귀고 섹스를 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재연했는데, 남자가 다가오자 그녀는 싫다고 뿌리쳤다. 그리고 덤덤히 '그만해'라고 했다.

섹스 얘기 중 첫 경험을 말하면서 유치원 시절 성경책을 든 고등학생이 자신에게 키스 연습을 하도록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싫어서 발버둥 치고 거부하면 고등학생은 "싫어? 난 좋은데"하면서, 달래고 설득하며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다른 참여자들이 재연하는 것을 바라보던 그녀가 불쑥 "성경책 든 새끼들 혀를 다 잘라야 돼"라고 거친 말을 뱉었다.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말은 살벌했지만, 말투는 냉정하고 차분했다. 과거의 남자들이 다시 다가와도 "그만둬"라고 한 말, 어린 시절 자신을 성추행한 고등학생에게 "혀를 잘라야 해"라고 한 말은 그저 국어책 읽듯 내뱉을 뿐이었다. 그녀의 문제는 성문제가 아니라 말의 문제였다. 말하지 못하는 정신적 상황이 섹스를 거부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교회가 가식적이라고 느끼는 순간부터 솔직한 남자에게 끌렸고 숨기면서 할 것 다하는 남자보다 솔직하게 '난 섹스가 좋다'라고 하는 남자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도 수많은 여자를 섭렵한다고 자랑하는 남자는 자신에게도 거리낌 없이 대했다. 이상한 것은 자신도 성적 욕구가 일어났지만 싫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녀의 무의식은 남자의 개방적인 성적 태도에 대한 호감이 아니라 그런 남자의 삶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자를 고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섹스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줘야겠다고 마음먹게 되고, 결국 자신이 몸을 던져서라도 그 남자를 구원하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성추행의 트라우마일까...아닐 수도

이렇게 무의식이 진행된 원인 중 하나는 '말의 문제'였다. 어릴 때 성추행을 당하면서, 삶의 문제에 대해서, 사랑과 섹스에 대해서 물어볼 사람이 없고, 들을 수도 없었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말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을까? 첫째는 참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회에서 배웠고 유교 문화에서 습득한 ‘참아라’는 말은 여성에게 더 강한 명령으로 내재화되었다. ‘내가 참지 않으면 엄마가 힘들 거야,’, ‘내가 참지 않으면 상대방이 힘들 거야’라는 생각들이다.

두 번째는 남자는 그래도 되고 여자는 수치스러워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끄러운 일은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분노와 고통은 꿈에서 나타난다. 꿈속에서 복수하는 장면은 일상이 되어간다. 세 번째로 그녀는 나름의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냈다. '불쌍한 남자를 도와준 거야'라든지 '내가 남자를 구원할 거야'라는 식이다. 어떤 여성은 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사역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하나님이 자신을 밧세바로 사용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밧세바란 성경에서 나오는 여자로 다윗 왕이 간음을 하기 위해 밧세바의 남편 우리아를 전쟁터에 보내 죽게 한 사건의 주인공이다. 다윗의 스토리에서 밧세바란 필요한 존재로 인식될 뿐이다. 하나님이 다윗을 사용하고 왕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그래서 성경 이야기를 자기의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상담 여성의 이상행동을 단순히 성적 문제나 성추행이나 성폭행으로 등치시킬 수 없다. 더 복잡하고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마음의 문제가 내면을 지배하고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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