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만난 건 행운이야
우즈베키스탄에서 건너온 이것
뭐하는데 쓰는 물건일까?
우리는 작년 여름 6개월 된 아이와 다 같이 우즈베키스탄
시댁에 방문했다
샤로프 : 시장에 뭐 살 거 있는데 갈래?
나: 왜? 잠깐만~!!
나는 시장에 구경 가는걸 무척 좋아하는 터라 시장 이야기만 나오면 그 누가 가자고 해도 따라나선다
샤로프 : 이게 뭔지 알아?
나 : 아니? 이게 뭐지?
샤로프 : 이건 베쉭크(Beshik)라는 아기침대야
조금조금씩 디자인도 다르고 나무에 따라 가격도 다르다고 하는데
나는 뭐 저런 게 있나 싶었지만 아기 선물은 그 무엇이 됐든 감사히 받기에 냉큼
마음이 가는 걸 가리켰다
집에 돌아와 어머님에게 베쉭크(침대)의 유래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1500년 정도 전에 유목민족이 영아를 목초지에서 목초지로 옮기고 어린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그때는 장바구니에 담았다고 한다
끈으로 단단히 침대에 묶어 안전하였고 엄마의 손이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어서 남편과 부족을 도와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베쉭크의 바닥 엉덩이 부분에 둥근 구멍을 뚫어놓았는데 여자아이인지 남자아이인지에 따라 배뇨를 위한 특수 튜브 세트가 포함되어있어서
아이가 잘 때도 소변이나 대변을 보면 갈아주지 않아도 밑으로 떨어져서 편리하였다
빨대 같은 막대가 있는데 아이의 성기에 갖다 대고 그 채로 고정해 아이를 묶는 것이다
볼일을 보면 밑에 구멍으로 소변이 내려가는 식이다
대변은 바로 구멍 아래로 직행
베쉭크는 옛날부터 전통의 지지자와 의사 진보된 젊은이들 그리고 새로운 세대 사이에서 아직까지도 끝없는 논쟁을 한다고 한다
베쉭크는 한국돈으로 5만 원 정도 하는데
디자인이나 어떤 나무를 사용하였는지 등에 따라 보통 가격이 다르다고 한다
그중 우리가 산 침대는 테 락크라는 나무로 만들었는데 한국어로 자작나무다
껍질은 거의 기름기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썩지 않아 벌레가 먹거나 뒤틀리지 않고
오랜 세월 유지가 가능하다고 하며 단단하고 치밀하기에 침대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다
보통 이 나무로 만든 침대가 잘 팔린다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우즈베키스탄 아기들의 국민 템이다
신기하게 생긴 이 침대는 우즈베키스탄에만 있는 건 아니고 파키스탄을 제외하고 우즈베키스탄 근처 탄 탄 탄으로 끝나는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나라는 모두 있다고 한다
이것은 공장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목수가 직접 만들어서 시장에서 팔고 있었는데 아이가 많아서 그런지 아주 많이 판매되고 있는 듯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지내는 동안 길을 가다 보면 이 침대를 나르는 트럭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아이가 태어나면 40일 동안 저녁에 기도하는 시간부터 아침까지 그 누구도 아이를 볼 수 없고 없고 엄마만 아이와 함께 있는데 아기 몸이 약하기 때문에 그 어떤 사람들과도 접촉을 피한다
한국에서 백일이 안된 아이가 너무 어려서 사람들과 접촉을 꺼려하는 거랑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은 그 기간엔 엄마도 밖에 나가면 안 된다고 한다
보통 친정엄마가 와서 맛있는 음식만 해주고 가고
그렇게 40일이 지나면 빵과 초콜릿을 들고 가족과 지인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아이를 낳았다고 이야기하고
그러면 사람들은 선물을 가지고 아이를 보러 온다
남자 쪽에서는 아기를 낳으면 양을 잡아 가족과 지인을 불러 음식을 나눠먹으며 잔치를 하고
친정에서는 베쉭크와 같은 아기침대와 옷, 아이에게 필요한 용품을 사준다고 한다
어머님은 벼루고 있다가 우즈베키스탄에 가자마자 우리에게 사주셨다
1년 6개월 정도 사용해보니 베쉭크는 너무 좋은 아기용품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베쉭크를 사용함으로써 안아서 재운 적이 없다 덕분에 손목 통증 없이 아이를 재웠고
지금도 안아 버릇하지 않아서 졸려울 때 안아달라고 하지 않는다
아기 재우는 게 어려운 엄마라면 손으로 흔들기만 하면 되니 스킬도 필요 없고 편하다
침대를 흔들면서 핸드폰을 하거나 새벽에도 자다가도 울면 손으로 흔들기만 하면 된다
둘째, 아이가 잘 때 묶어서 고정하므로 뒤척일 일이 없어 아이가 깨지 않고 잘 ~ 잘 수 있었다
먹는 것만큼 자는 것도 중요한 아이에게 평균 아이들보다 잠을 많이 자고 통잠을 잘 수 있어 키가 잘 큰 것 같다
셋째, 기저귀 값이 아주 많이 절약되었다, 새벽이면 일어나 기저귀를 갈아야 됐지만
기저귀를 안 갈아도 되고 자다 일어나면 한 번씩 닦아주는 정도니 덜 수고스럽다 또 뭔가 비위생적일 것 같지만 오히려 여름에도 기저귀 발진이나 땀띠 걱정이 없고 깔끔하다
넷째, 안 보이게 가릴 수 있는 덮개가 있어서 쉽게 잠이 들 수 있다
아기가 묶여서 자니 불편하고 꺼림칙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이가 베쉭크에 눕히면 차렷하고 손을 내린다
다섯째, 저렴하다
누군가는 안 좋은 시선으로 볼 수 있겠지만 한번 쓰면 편해서 중독되고 안 쓸 수가 없다
베쉭크는 생후 40일부터 12개월 정도까지 쓴다고 하는데 두 돌이 지난 지금도 쓰고 있다
아이가 커서 이제는 잘 때 소변을 안 보니 기저귀를 채우고 옷을 다 입히고 흔들어 재운다
(침대 사이즈도 안 맞아서 샤로프가 톱으로 잘라서 늘리고 꾸역꾸역 쓰는 중이다)
중요한 건 이 침대가 안 맞아서 잘 못 자고 울고 하는 아기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중 시누이도 아기 때 몇 개월 못쓰고 다른 사람 주었다고 한다
모든 아이가 다 잘 자고 잘 맞는 건 아닌 것 같다
정도 많이 들고 첫애를 낳아 키우는데 이 침대의 공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젠 베쉑크를 진짜 떼야 되는데 어떻게 이 친구와 이별할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