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스릴러+ 파운드 푸티지
<서치>를 처음 봤을 때, 컴퓨터 피시와 SNS로 보여준 화면만으로 영화를 만들어 관객을 휘어잡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무엇보다 정말 적은 돈으로도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범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한번 이 작품을 분석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소논문으로 썼다. 그리고 나는 1700만원 정도의 제작비로 천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전설적인 영화 <파라노멀 액티버티>처럼,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단돈 2천만원, 아니 1천만원 정도로, 장편 공포영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2018년 개봉된 아니쉬 차간티(Aneesh chaganty) 감독의 장편 데뷔작 <서치>(Searching)는 10억 정도의 저예산 영화로서 드물게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이다. 영화 사이트 IMDB에 의하면, 2018년 11월 5일 기준, 미국 내 흥행 성적으로만 $26,020,957(291억)로, 제작비의 30배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특히 국내에서는 295만 명을 동원함으로써 제작국인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 관객 최종 집계는 295만명(2019.01.29.일 기준)정도인데, 그 정도 관객이면 국내에서 100억짜리 대작영화의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성적이다.
<서치>는 아버지(David Kim)가 갑자기 실종된 딸(Magot Kim)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언뜻 보면, 할리우드에서 흔한 미스터리 스릴러 같지만, 딸을 찾아가는 모든 과정을 오직 OS 운영체제와 모바일, SNS, CCTV 화면 등으로만 보여주는 영화라는 측면에서 <서치>는 새로운 영상 포맷을 완성도 있게 창조했다.
인도계 미국인인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1991년생으로, <서치>로 데뷔했던 해에 28세였다. 남캘리포니아 대학(USC) 영화과에 다니며 많은 단편을 만들었고, 졸업하던 해인 2014년 뉴욕의 구글사(Google)에 입사 했는데, 그 계기가 된 작품이 바로 2분 29초짜리 초단편 영상 <구글 글래스: 시드>(Google Glass: Seeds, 2014)다. 그는 구글이 런칭한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로 아내의 임신 소식을 인도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하기 위해 머나먼 여정을 떠나는 모습을 촬영한 그 홍보 영상은 유투브에서 24시간 만에 100만 뷰를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 있었다. 이를 계기로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Creative Lab)에 스카우트되어 광고영상을 작업하다 4년 만에 감독 데뷔를 하게 된 것이다.
차간티 감독이 파운드 푸티지 영화인 <서치>를 감독하게 된 것은 카자흐스탄 출신의 감독이자 제작자인 티무르 베크맘베토브(Timur Bekmambetov, 1961년생)의 새로운 기획력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크맘베토브는 이전에 <언프렌디드: 친구삭제>(Unfriended, 2014)를 비롯한 파운드 푸티지 장르영화의 제작자로 활동한 동시에, 본인이 직접 파운드 푸티지 영화 <프로필>(Profile, 2018)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91년생) 주연 존 조/ 아니쉬 차간티 /배우 데브라 메싱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라는 면에서 <서치>가 결코 새로운 건 아니다. 일반적인 영화처럼 전지적 시점이 아닌, PC나 모바일, CCTV, 캠코더 등을 통해 일인칭 시점으로 찍은 영상소스를 중심으로 구성된 파운드 푸티지 장르는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The Blair Witch Project, 1999)가 성공적인 개봉을 한 이후, [REC](2007), <클로버필드>(Cloverfield, 2008), <파라노말 액티비티>(Paranormal Activity, 2007), <크로니클>(Chronicle, 2012)등과 같은 동일 장르 영화들이 활발하게 제작되었고, 국내에서도 <혼숨>(2016), <곤지암>(2018)등과 같은 작품이 개봉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운드 푸티지 영화로서 <서치>의 연출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전 영화들과 다른 질적인 완성도 때문이다. 주로 공포영화로 소비된 이전의 파운드 푸티지 영화들은 매우 단순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다. 그런 반면에 <서치>는 공포가 아닌, 전통적인 미스터리 스릴러와 멜로 장르를 파운드 푸티지 장르에 매우 효과적으로 융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영화사 초기에 실험영화에서 주로 시도되던 파운드 푸티지는 이제는 페이크 다큐의 하위 장르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본 글은 이론가 시각으로 보다는 철저히 픽션(fiction)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의 입장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특히 90회 미국비평가협회상, 2018 독립영화 톱10, 선댄스 영화제 알프레드 P. 슬로안 상, 관객상(Best of NEXT 상)등을 수상한 <서치>의 상업적, 비평적 성공은 기본적으로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에 있다고 보고, 본고를 통해 그 연출의 다양한 부분을 세부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영화 <서치>는 철저하게 등장인물의 시선이 PC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디바이스 매체를 통해 재생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는 이미 언급한 파운드 푸티지를 기반으로 한 형식이다. 파운드 푸티지의 본래 의미는 우연히 ‘발견된(found) 영화필름(footage)’을 활용한 영상을 말한다.
우연히 발견된 오브제(필름) 조각을 배치해 작품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가깝게는 플럭서스(fluxus)와 팝아트(pop-art)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으며, 조금 더 멀리는 콜라주(collage)를 도입했던 피카소(Pablo Picasso)에게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실험영화에서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기존 푸티지의 개념을 파괴하고, 해체와 파편을 반복하여 변증법적 콜라주로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시공간의 구축을 도모하는 구성을 뜻하는 것으로 발전되었다. 권수진의 박사논문에 의하면, 파운드 푸티지는 출처를 알 수 없거나 이미지의 시각적 분간이 불가능 하더라도 예술작품의 재료로써 사용 가능하다.
그런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는 최근에 와서는, 본래의 의미를 다소 벗어나, 페이크 다큐멘터리(또는 mockumentary)영화의 하위 장르(sub genre)로 구분 된다. ‘원래의 발견된 푸티지’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푸티지를 활용한 것처럼 가정하고 촬영한 ‘페이크 다큐나, 유사 다큐’를 그렇게 부르곤 한 것이다. 영화학자 데이빗 보드웰(David Bordwell)은 이런 용어가 혼란을 야기한다고 비판하며, 대신 내러티브 속임수를 위한 ‘발견된 푸티지(discovered footage)’라는 용어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파운드 푸티지는 현대 영화에서 주로 공포영화 장르가 사실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빈번하게 사용하게 되자,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기 시작하였다. 최근 디지털 매체의 급속한 확장과 인터넷을 통한 이미지 범람, 그리고 편집 소프트웨어와 카메라 기술의 발전은 오늘날의 영상예술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중 파운드 푸티지 영화 제작은 1980년대 이후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들의 방법론은 영화와 시각예술 양쪽에서 모두 주목받고 있다. 최근 파운드 푸티지 영화제작에는 필름 외에도 텔레비전과 비디오, 그리고 인터넷에서 수집된 이미지들을 확장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하위 장르(sub genre)로서 파운드 푸티지 극영화의 선조가 되는 영화는 이탈리아 감독 루게로 데오다토의 <카니발 홀로코스트>(Cannibal Holocaust, 1980)다. 아마존 강 탐사를 떠난 탐험대가 실종되고, 이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원주민 마을에서 그들이 남긴 필름을 회수해 온 사람들이 그 영상의 내용을 보고 경악하는 내용의 그 영화는 전체 상영 시간의 절반 정도를 모큐멘터리(파운드 푸티지) 방식을 차용했다. 이때만 해도 파운드 푸티지는 극영화 속의 일부로서 극의 사실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될 뿐이었다. 그런데 1999년 페이크 다큐멘터리로서 파운드 푸티지를 활용한 공포영화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면서 독립된 장르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서치>는 이러한 파운드 푸티지 장르 진화의 정점에 서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점차 메인 장르(main genre)의 하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파운드 푸티지는 아래 표와 같은 특징 덕분에 영상에 관심 있는 제작자나 감독이라면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 표에서 보듯이, 특히 저예산으로 제작이 용이하다는 점이 큰 매력인데, 실제로 <서치>는 10억 정도의 제작비로 현재까지 60배 정도(한화 600억 정도)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블레어 워치 프로젝트>(1999)의 경우는 6만 불의 제작비로 2억4천 8백만 불 수익을, 현재까지 영화사상 가장 가성비 높은 영화로 평가되는 <파라노말 액티비티>(Paranormal Activity, 2007)는 순제작비 15000불(한화 1700만원)로 1억 9천3백만 달러(한화 2193억)의 수익을, [REC](2007)은 170만 달러 제작비로 3천2백4십만 달러 수익을, <언프렌디드: 친구 삭제>는 100만 달러 제작비로 6400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 (imdb.com 참조)
한국영화로서 본격적인 파운드 푸티지 시대를 연 공포영화 <곤지암>(2018)의 경우 마케팅비를 포함한 24억의 제작비(순제작비 11억)를 들여 국내수익만 총 211억으로, 거의 20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바 있다. 물론 모든 파운드 푸티지 영화가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저예산으로 제작이 가능하기에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앞으로 기존의 장르 못지않은 인기 있는 장르로 정착될 가능성이 많다. (이어 2부 계속)
* 본 글은 2020년 학술등재지 '영상기술연구'지에 실린 논문을 수정 정리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