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거울이다 3-2편 : 영화 <서치>
한 편의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바둑의 복기(復期)처럼 감독의 시각에서 되짚어 보는 것이다. 영화 제작과정에서 감독의 연출은 시나리오 창작부터 촬영과정의 제반 시각 묘사, 그리고 후반 작업에서 편집과 사운드의 총제적인 부분, 그리고 최종 프린트가 나올 때까지 책임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서치>의 영화적 성과는 평론가 최재필이 “실험적인 화면에 스릴러와 가족 영화적 요소와 정서가 무난하게 담길 수 있었던 요인에는 인물들의 모든 행위와 기기 활용에 꼼꼼한 상징성을 부여한 감독의 계산된 연출력이 한몫했다.”고 평가한 것처럼 디지털 세대의 문화와 감성이 담긴 20대 감독 아니쉬 차간티의 연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IT기기와 SNS에 묻혀 사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 영화 <서치>가 왜 성공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그의 연출의 세부적인 항목을 살펴보자.
어떤 시나리오를 쓰거나 선택하는 것은 감독의 연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 단계라 할 수 있다. <서치>의 시나리오는 감독인 차간티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세브 오해니언(Sev Ohanian)과 같이 썼다. 오헤니언은 차간티의 <구글 글래스: 시드>(2014)에서도 프로듀서로 참여한 바 있다.
한 남자가 사라진 딸의 행방을 추적해 찾아낸다는 이야기인 <서치>의 시나리오는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메인 장르에다 부분적으로 가족멜로라는 보조 장르가 사용 됐 다. 물론 그러한 전통적인 장르를 파운드 푸티지라는 새로운 포맷에 담아야 했기에 그 시나리오의 디테일 묘사는 다소 특별했을 수도 있다.
각본에서 특별한 점은 두 사람이 하나의 완성된 세계를 구축한다기보다 관객도 동시에 이야기를 만들어볼 수 있을 정도의 설정 또한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서치>는 다른 어떤 영화보다도, 관객들이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각자 아마추어 탐정처럼 모든 단서를 분석해 각자 추리해 볼 수 있는 내러티브를 제공한다.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나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을 통해 현장감을 강조하며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서치>는 주인공 데이빗이 (관객과 함께) 순전히 PC 검색을 통해 미스터리와 스릴을 유지하며 딸을 찾는데 집중한다. <서치>가 기존의 파운드 푸티지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매우 모범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고, 거기에다 가족 멜로를 효과적으로 접합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 <파라노말 액티비티>, <언프렌디드>, <곤지암>등의 영화들은 파운드 푸티지라는 장르 자체에 철저히 집중한 덕분에 공포를 극대화해 관객을 끄는데 성공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한 플롯과 결말로 인해 미학적인 여운은 부족하다. 만약에 파운드 푸티지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그 영화들은 플롯의 디테일이 너무 빈약해 장편으로 유지하기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서치>의 경우엔 설사 그 작품이 파운드 푸티지 장르 포맷을 활용하지 않았을 지라도, 모범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탄탄한 플롯 구조 덕분에, 비록 새로운 장르 영화는 못되었을 지라도, 충분히 성공적인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차간티 감독은 “<서치>의 초기 아이디어는 단편이었는데, 그것을 장편으로 확장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영화의 플롯은 그대로 둔 채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방법으로 이야기를 더하고 싶었다. 즉 아버지가 딸의 컴퓨터를 통해 딸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는 설정은 그대로 둔 채, 이야기를 길게 전개하기 위해 둘의 관계에 집중했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 몽타주를 배치하여 관객과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멘털 게임을 하는 동시에 감정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스크립 닥터(script doctor)인 데이비드 하워드와 에드워드 마블리가 ‘시나리오 가이드’라는 저서를 통해 주장한 ‘잘 짜인 좋은 스토리’의 기본 요건으로 다음 다섯 가지를 내세운다.
①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누군가(somebody)에 관한 스토리다.
② 그 누군가는 어떤 일(something)을 하려고 대단히 노력한다.
③ 그 어떤 일은 성취하기가 어렵다(difficult). 그러나 불가능한 건 아니다.
④ 그 스토리는 최대한의 ‘정서적 임팩트(emotional, impact)’와 ‘관객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⑤ 그 스토리는 ‘만족스러운 엔딩(satisfactory ending)’으로 맺어져야 한다. 반드시 해 피엔딩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서치>의 스토리텔링은 위와 같은 5가지 요건을 모범적으로 잘 갖춘 영화 텍스트라고 할만하다.
① 즉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 이야기이며
② 그 아버지는 실종된 딸을 찾으려고 치열하게 애쓰며
③ 딸의 행방을 찾기는 어렵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능한 상황에 다가가며
④ 딸을 찾는 과정에서 진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으면서, 관객 또한 동시에 아버지처럼 검색을 통해 같이 그 행방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⑤ 그 결과는 극적으로 생존한 딸을 찾게 된다는 만족스런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납치된 딸을 구하는 아버지의 고군분투를 다룬 피에르 모렐 감독의 <테이큰>(Taken, 2008)와 플롯 구조인 <서치>의 주제는 ‘가족애’로 요약된다. 그런데 달리 보면, <테이큰>이 부성애를 내세워 전직 특수요원 아버지의 강력한 액션을 통한 미국식 남성 히어로를 강조하듯, <서치>는 IT 전문가인 아버지의 예리한 검색(searching)을 통해 딸을 구하는 미국식 신세대 남성 히어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대신 이 영화의 주인공 남성은 전통적인 할리우드 영웅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백인이 아닌 아시아(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이 새롭다.
차간티 감독은 기존의 할리우드식 히어로 서사를 활용하지만, 주제를 접근하는 방식은 좀 더 깊다. 즉 <서치>는 외면적으로는 부성애 강한 히어로를 다루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자기 성찰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감독은 그러한 가족애를 이중적으로 접근한다. 사실상 ‘가족애’로서 <서치>의 주제는 단순히 주인공 데이빗 가족뿐 아니라, 이 영화의 서브플롯에 속하는 형사 로즈마리 빅의 가족 묘사도 동시에 한 덕분에 돋보인다. 로즈마리 빅은 적대자 역할을 하는 인물인데, 그녀의 아들에 대한 왜곡된 사랑을 통해 ‘모성애나 부성애’라는 가족애가 어떻게 작동해야 옳은 것인지를 반동적으로 묘사한다. 데이빗은 아내의 죽음 이후, 딸 마고에게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섣불리 꺼내지 못하며, 마고는 그런 아빠가 상처받을까 두려워 엄마를 그리워하면서도 속으로만 삭힌다. 경찰 로즈마리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아들을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범죄를 저지른 아들을 감싸고자 더 큰 잘못을 저지른다. 마고의 삼촌 피터는 조카 마고의 아픔을 공감하며 들어주려 하지만 미성년자에게 마리화나를 건네는 큰 실수를 저지른다. 이렇듯 등장인물들의 어긋나고 왜곡된 사랑은 나비효과처럼 서로 맞물려 비극적 사건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현실 속의 인터넷 세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서치>는 페이스북, 유투브, SNS 등을 통해 드러나는 현대인들의 삶과 이중성을 풍자적으로 그린 측면도 있다. 관객들 입장에선 파운드 푸티지라는 장르로 인해, 메인 주제인 ‘가족애’보다 그러한 인터넷 세계에서 간접적인 소통의 문제점과 인터넷을 통해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관음증(voyeurism), 댓글 등을 통한 문자폭력 등 부조리한 상황들이 더욱 부각되어 각인된다. 현대인의 인간관계 대부분은 이제 컴퓨터와 모바일에 있는 개인 SNS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온전하게 자신만의 소통공간을 갖게 되고, 이를 선택적으로 타인에게 드러낼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경쟁하듯이 자신의 일상과 생각들을 온라인에 올리기 시작했다. 공개와 노출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은 온라인을 타고 퍼져나간다.
데이빗도 마고가 실종된 이후 딸의 친구들과 연락을 취하려 하지만 누가 딸과 친한지, 누구와 어울리는지 조차 모르는 자신을 보며 한탄한다. 결국 딸을 찾기 위해 마고의 컴퓨터를 켜고 SNS를 탐색하기 시작하며, 계정은 비밀번호 찾기 하나로 손쉽게 뚫려버린다. 개인의 깊숙한 사적 영역은 비밀번호가 뚫리는 순간 모든 민낯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그런 장면을 보며 실종사건 자체보다 자신의 SNS를 탐색하는 데이빗의 모습에 더욱 섬뜩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파운드 푸티지 영화들은 내러티브가 시간 순서로 전개되는 단순 플롯을 선호한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복합 플롯은 흔치 않다. 역시 서사적으로 엮어진 단순 플롯인 <서치>는 기본 플롯개념인 3막 구성을, 아래 [표1-2]에서 보듯,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맞게 모범적으로 잘 적용하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영화 <업>(Up 2009)의 도입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서치>의 프롤로그의 묘사는 탁월하다. 아빠 데이빗(David Kim)이 어린 딸 마고(Margot)에게 첫 인터넷 계정을 만들어 주는 데서 시작하는 1막 도입부에서 데이빗 부부와 딸의 행복한 가족 묘사, 그리고 갑자기 암에 걸린 데이빗의 아내(Pamela Nam Kim)의 죽음까지 보여준다. 5분간(타이틀 백 제외하고) 진행된 그 프롤로그(<업>에서는 10분)는 단지 PC화면 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푸티지들 만으로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뭉클한 감정(멜로)을 자아낸다. 특히 이 프롤로그는 이후에 벌어질 메인 플롯(미스테리 스릴러)과 반전 등 많은 복선이 치밀하게 배치된 매우 효율적인 세팅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선동적 사건은 데이빗이 딸 마고의 연락처가 끊기고 소식이 두절되는 것을 알고, 실종 신고를 하는데서 시작된다.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되는 2막에서 인터넷 검색(searching)을 통해 딸을 찾기 위해 애쓰는 데이빗과 담당형사인 로즈마리 빅 형사의 모습이 보인다. 데이비드는 마고를 찾는 과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마고의 깊은 마음을 알게 되고, 자기가 딸을 너무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 캐스트’라는 라이브 방송 사이트를 통해 피쉬 앤 칩스라는 사람과 자주 소통한 것을 알고, 그 대화록을 통해 마고가 엄마를 잊지 않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의 중심점(midpoint)은 영화의 시작 50분쯤 위치인데, 이때 마고의 차량이 호수에서 발견됨으로써 실종사건이 납치사건으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잠시 마고와 나눈 문자대화를 보면서 남동생 피터를 의심하지만, 그건 오해였다. 피터가 마고와 마리화나를 피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실종과는 관련이 없다. 영화 후반에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에서 종종 속임수로 활용되는 가짜 범인이 등장한다. 즉 마약과 성폭행으로 복역한 칼토프가 자백 동영상을 남기고 자살한 것이다. 하지만, 얼마 후, 사건의 진범은 그동안 담당형사였던 로즈마리 빅과 그의 아들이었다는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3막 에필로그는 절벽에 떨어진 마고가 2일째 내린 소나기 덕분에 5일간 생존해 살아남음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사운드 푸티지 영화는 모든 화면을 카메라나 모바일, 또는 인터넷을 통해 보여줘야 하는 장르 특성상, 캐릭터의 조건으로 반드시 필요한 설정이 있다. 그것은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는데, 적어도 둘 중 하나에 속해야 한다. 첫째는 카메라나 모바일에 집착하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메라나 모바일이 반드시 현장에 있어야 하는 당위성 때문인데, <그레이브 인카운터>나 [REC]처럼 그 인물이 TV 생중계 프로듀서나 카메라맨이 주요 인물이거나, <혼숨>이나 <곤지암>처럼 인터넷 개인방송 팀일 수 있다. 아니면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 <파라노말 액티비티>, <크로니클>처럼 캠코더를 잘 다루는 영화학도이거나 아마추어 영상 애호가일 수 있다. 두 번째는 IT(정보기술, Information Technology)나 모바일 전문가이거나 컴퓨터를 통해 SNS에 집착하는 일반인인 경우도 가능하다. <언프렌디드>나 <서치>, <프로필> 등의 캐릭터들이 여기에 속한다.
<서치>의 주인공 데이빗은 IT전문가라는 직업 덕분에 딸 마고의 실종 사건을 인터넷 검색(searching)만을 이용해 추적해가는 데 설득력을 얻는다. 고교생인 그의 딸 마고 킴은 죽은 어머니를 그리워하지만, 아버지 앞에서 쉽게 말을 못 꺼낸다. 학교에서도 외톨이 신세로 지내면서 주로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익명의 인물들과 소통한다. 그녀 캐릭터를 통해 요즘 청소년들의 정서를 엿볼 수 있다.
이 영화가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로즈마리 빅 형사의 캐릭터 설정 덕분이다. 처음엔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아들(로버트)를 극진히 사랑하는 모성애 강한 형사로 데이빗의 조력자로 행동했던 그녀가 알고 보니, 아들 로버트(피쉬 앤 칩스)가 저지른 우발적인 범죄의 공범으로 밝혀지면서 드라마가 훨씬 극적이 될 수 있었다. 데이빗과 로즈마리를 부성애와 모성애라는 정서적 감정으로 대비시켜 진행한 것 역시 효과적이었다. 로즈마리 빅 형사의 경우 캐릭터의 아이러니가 돋보인다.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을 사랑하는 모성애 강한 경찰이면서, 동시에 범죄 공범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 대비를 통해 그녀의 이기심을 강조한다. 데이빗 역시 마고의 실종 사건을 통해 딸을 잃을 뻔 했지만, 그로인해 딸의 진실 된 속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일종의 아이러니다.
<서치>속 주인공들은 한국계 미국인들이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류의 기존 영화들처럼 전혀 한국계 교포들에 관한 특정한 삶 자체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겪는 사건처럼 접근한 감독의 태도가 오히려 새롭게 느껴질 정도다. 캐릭터를 대하는 그런 감독의 태도는 <서치>의 메인 주제인 ‘가족애’와 서브 주제인 ‘인터넷 세계를 통해 드러난 인간의 이중성’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서치>는 모티프, 복선등과 같은 극적인 요소들이 매우 치밀하게 배치된 작품이다. 모티프(motif)란 영화 속에서 자주 반복되어 사용되거나 보여 지는 것으로, 작가나 감독들이 주제나 인물의 성격을 강화시키기 위해 미리 세팅하는 극적인 장치다.
차간티 감독은 그의 영화적 재능을 알린 초단편< 구글 글라스: 시드>에서도 ‘노란 봉투(임신한 아기의 X-레이 사진이 든)’라는 모티프를 마치 맥거핀(macguffin)처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연출한 바 있다. <서치>에서도 다양한 모티프들, 특히 PC화면, SNS, 유케스트, 피아노 교습, 포켓몬, 휴대용 피아노, 마리화나, 2천5백 달러 등과 같은 소도구 모티프를 매우 잘 활용하고 있다. 이런 소도구들은 영화 진행과정에서 스토리를 진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PC화면(SNS, 유케스트 등)은 영화를 이끌어 가는 공간의 모티프이기도 하다. 피아노 교습과 포켓몬, 그리고 휴대용 피아노 등은 소도구 모티프이자 초반에 중요한 복선으로 배치되기도 한다.
특이하게도 <서치>에서 대부분의 모티프들은 영화에서 필수적인 극적인 장치인 복선(伏線)으로도 동시에 활용되고 있다. 마고의 엄마 파멜라는 임파선 암으로 죽은 이후에도 계속 마고의 실종 사건을 끌고 가는 중요한 캐릭터의 모티프이고, ‘피쉬 앤 칩스’라는 온라인 속 여성 역시 알고 보면 실종 사건의 주요 단서를 제공하는 캐릭터이다. 즉 그 캐릭터는 마고의 남자 동창 로버트가 익명의 모델 사진을 도용한 인물인 것이다.
‘실종 수색’과 ‘온라인 검색’을 의미하는 영화 제목 ‘서치(Searching)’ 역시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중요한 액션의 모티프다. 거기엔 주인공 데이빗이 자기 자신과 딸 마고의 내면을 탐색해 간다는 은유도 담겨 있다. ‘김치 검보’ 레시피나 ‘엄마에 대한 그리움’ 역시 행동의 모티프로 작용한다. 마고가 자주 가곤 했던 ‘바르보사 호수’는 일종의 공간의 모티프다. 그 호수는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자, 추후에 사건의 단서를 유추하게 된 공간의 복선이기도 하다. 데이빗이 종종 PC에 썼다가 지우곤 했던 ‘엄마도 그랬을 거야(Mom would be too)’라는 문장은 이 영화와의 주요 정서를 대변하는 대사의 모티프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초반에 스치듯이 등장한 ‘조난당한 남자가 극적으로 생존했다는 인터넷 기사’ ‘동생 피터의 마리화나’ ‘핀스 운동복’ ‘로즈마리 형사와 극진히 사랑하는 그녀 아들 사진’ ‘유튜브에 업로드 된 로즈마리 형사와 찍은 전과자들의 사진’ 등과 같은 모티프는, 동시에 감독이 세팅한 치밀한 복선으로, 후반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설득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모티프들은 주로 시각적 이미지로 소개되는데, <서치>에 유난히 그런 모티프가 많이 활용된 것은 PC를 기반으로 한 파운드 푸티지 영화 특성상, 상황이나 대사 보다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배치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이어 마지막 3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