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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Che Oct 15. 2021

촬영과 편집의 개념을 새롭게 바꾼 서치

영화는 거울이다 3-3 : 영화 <서치>

영화는 거울이다(3편) : 영화 <서치> 3-3


   현대의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으로서 새롭게 제시되곤 하는 <서치>의 영화 문법은 흔히 디지털 기기에 비친 사람들의 삶을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뜻하는 ‘스크린-라이프(Screen-life)’라고 불린다. 그렇게 명명한 장본인은 사실 <서치>의 프로듀서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였다. 그는 이미 SNS 세대를 위한 공포물인 <언프렌디드: 친구삭제>(Unfriended, 2015)에서도 제작자로 참여하면서 그런 형식을 시도한 바 있다. <서치>의 그런 시도는 전통적인 촬영과 편집 개념에 다양한 변화를 주었다.

5. 촬영과 편집의 새로운 개념

   가령, 일반적인 영화가 화면 사이즈와 카메라 이동 등과 같은 촬영기법을 이용해 감독이 배우의 감정과 연기를 잡아내는 것과 달리, <서치>는 마우스 커서의 깜박임, 타이핑 속도, 글자를 썼다가 지우기 등과 같은 단순해 보이는 작은 효과만으로도 캐릭터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표현한다. 그야말로 기존의 카메라 언어 활용법은 푸티지 속에서만 한정해 구사되고, 스크린의 대부분은 컴퓨터 마우스로 대체된다고 볼 수 있다. 구글 크레이티브 랩에서 근무한 바 있는 감독 차간티는 카메라의 활용과 감정표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구글의 상업광고를 만들면서 기술을 활용하거나 스크린을 통해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배 웠다. 사람의 얼굴이 나오지 않더라도 어떻게 표현 할 수 있는지 알게 됐고 장편 영화로 표현하면 더욱 많은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서치>촬영에는 기존의 영화용 고화질 카메라가 아닌 아이폰, 고프로, 드론카메라, 소형캠코더, 미니 DV카메라, 뉴스카메라, DSLR, 보안카메라 등 일상에서 아마추어들도 쉽게 구입 가능한 카메라 10여 종류를 수시로 사용했고, 감독 차간티 본인의 휴대폰이 종종 A카메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렇게 촬영된 소스들이 모두 PC화면을 통해 보여 지는데, <언 프렌디드: 친구 삭제>의 경우엔 거의 대부분 일정한 PC 프레임의 크기를 유지하는 반면, <서치>의 경우엔 PC화면을 디지털 줌인 아웃, 컷에 의한 클로즈업, 또는 팬 등을 활용해 사이즈에 변화를 주면서 종종 컴퓨터를 다루는 주인공의 주관적인 감정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런 식의 영화 스크린 포멧의 변화는 전통적인 제작 과정에도 큰 변화를 주게 된다. 영화는 일반적으로 프리 프러덕션(Pre-Production)- 프러덕션(Production)- 포스트 프러덕션(Post-Production)이라는 세 단계 과정을 거치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실제 현장에서 촬영 과정인 ‘프러덕션’ 단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스크린 라이프’를 내세운 <서치>의 경우는 ‘프러덕션’보다 ‘프리 프러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이 훨씬 비중 있는 과정으로 다뤄졌다. 

   차간티 감독은 프리 프러덕션 과정에서 본격 촬영 들어가기 전, 100분 분량의 영화 전 과정을 본인이 직접 시범 연기를 한 ‘거친 버전(rough version)’을 만들었다. 즉 그는 구글에서 익힌 ‘프로토타이핑(試製品化)’기술을 차용해, 촬영에 들어가기 7주 전부터 미리 편집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이를 일반적인 영화 제작 과정에서 보면 ‘사전시각화(pre-viz)’라고 할 수 있다. 즉 여러 임시 영상들과 자체적으로 모은 여러 재료들을 미리 프로젝트의 초기 버전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는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문제점을 미리 발견해서 해결할 수 있었고, 촬영본 없이도 미리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전달해 작품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차간티 감독은 그렇게 완성한 버전을 본격적인 촬영 전에 스텝들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버전을 보여줬다고 한다. 

   IT 전문매체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영화 <서치>의 실제 촬영기간(production)은 13일에 불과했다. 오히려 후반 작업(post-production)이 2년 가까이 되었다. “차간티 감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면을 맥북 컴퓨터 2대로 구현해냈고, 이 작업을 함께 한 편집자는 5명뿐이었다”고 말한다.

영화 이미지 구성이 컴퓨터 화면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감독 입장에서 전통적인 프레임에서의 미장센 연출은 촬영 당시가 아니라, 주로 후반 편집 과정에서 더 세밀하게 이뤄진 경우가 많은 점도 있다. 거기에 차간티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크린 화면에서 전통적인 촬영 방법을 사용할 수 없기에 관객에게 보여줄 수 없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건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예를 들어 시간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에 한계가 있었는데 대신 컴퓨터 화면 속 시계나 아침 사진을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전통적인 촬영 방법과 새로운 촬영 방법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했다.”

   이 작품에선 전통적인 컷의 개념도 애매해 진다. 컴퓨터 화면을 클릭해서 새로운 화면이 등장하거나 클로즈업이 될 때, 그걸 컷으로 봐야하냐 아니면 롱 테이크 속의 움직임으로 봐야하냐가 모호해 진다. 동일한 화면에 다중 화면도 많은 게 이 영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대사는 많은 경우, 스크린에 뜬 문자로 대치되곤 한다.    가령 아래 그림에서 보듯, 그 프레임의 대화 장면은 일반적인 영화에서 여러 개의 다양한 몽타주 컷으로 표현되겠지만, 스크린 라이프 중심인 이 작품에선 다중 화면을 통해 한 컷에서 소화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하지만 파운드 푸티지 장르는, 촬영자의 1인칭에 시점에 의한 리얼한 현장감을 강조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사실상 미장센에서 한계가 있다. 물론 <서치>의 경우 앞에 언급했듯이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를 미장센으로 배치함으로서 뛰어난 복선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일반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입체적인 미장센에 비해 다소 평면적인 느낌을 준다. 가령 3인칭 시점에 의한 프레임 내에서 고화질 화면의 색감과 앵글, 예리한 조명, 그리고 심도의 깊이(Deep-focus)를 통해서 다양한 의미를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6. 파운드 푸티지 장르에서 연기 연출은 어떻게 하는가? 

   새로운 스크린 라이프 영화 형식은 연기연출의 경우도 변화를 주었다. 일반적인 영화에서는 감독이 배우들에게 일정한 동선(blocking)을 주면서, 다양한 화면 사이즈(Long, Medium, close)와 이동(zoom, tracking, pan)등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서치>는 클로즈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배우들 스스로가 규칙과 언어를 정립하면서 연기해야 했고, 그에 따른 화면 구성, 조명, 디자인과 관련된 요소들은 후반작업에서 추가됐다. 감독은 각 인물의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인물 뒤에 배치되어 있는 공간적 색채 또한 섬세하게 구현해 냈다. 실종된 딸 ‘마고’의 색은 녹색과 노란색, 부드러운 크림색이었다. 특히 ‘마고’와 ‘마고’의 엄마가 함께 등장할 때에는 햇빛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계열을 사용해 따뜻한 느낌을 전하도록 했다. 아빠 ‘데이빗’의 경우 갈색과 빨간색을 주로 사용하여 아내를 잃은 가장의 모습과 딸을 찾기 위한 열정을 표현한 것이다. ‘로즈마리 빅’ 형사의 경우 푸른 톤을 유지한다. 경찰이라는 캐릭터 설정과 극 중 유일하게 냉정하고 차가운 모습을 유지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형사 ‘로즈마리 빅’ 역을 맡은 데브라 메싱은 “존 조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이었는데, 단 한 순간도 존과 같은 공간에 있어본 적이 없다. 내가 있던 방에는 노트북 한 대와 그 위에 달린 고프로(GoPro) 하나뿐이었다”라고 말해 독특했던 촬영 현장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고 서로 호흡해야 하는 일반적인 촬영 환경과는 달리, 카메라 렌즈를 마주 보고 연기를 해야 했기에 더욱 어색하게 느껴졌다”라고 전했다. 배우들이 클로즈업 상태에서 격렬한 감정 연기까지 선보여야 했기 때문에 감독은 디테일한 연기연출을 해야 했고, 종종 배우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연기뿐만 아니라 촬영까지 직접 해야만 했다.  배우가 촬영에 직접 개입한다는 것은 전통적인 영화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출연중인 배우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면서 연기하곤 하는 것은 사운드 푸티지 장르만의 특성이기도 하다. ‘개인방송 생중계’라는 콘셉트를 가진 공포 영화 <곤지암>의 경우도 배우들이 많은 분량을 직접 연기하면서 셀프 촬영을 했다. <서치> 역시 종종 배우들이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캐릭터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직접 촬영하곤 하였다. 


결론

   이제 영화는 보편화된 값싼 도구(카메라, 편집 툴)덕분에 전문가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누구나 찍고, 연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파운드 푸티지라는 장르의 경우, 기존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에 비해 얼마나 더 감독의 연출에 대한 통제력이 강해질 수 있었나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물론 그런 통제력의 확장에 비해, 형식을 제외하고는 소위 기존의 작가주의 감독들보다 주제에 새로운 접근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었지만, 적어도 스크린 포맷에 대한 새로운 시도는 분명 주목할 만 하다고 본다. <서치>는 전통적인 스크린이 21세기 온라인 세상을 구현한 모니터에 의해 대체된 특별한 포맷을 가진 영화다. 그래선지 평론가 정시우는 ‘장르적 재미를 위해 형식을 끼워 맞춘 게 아니라, 형식 자체가 또 하나의 주인공이 된 좋은 예다.’라고 말하고, 이동진은 ‘스스로 부여한 형식의 장벽을 창의성의 발판으로 삼았다’고 평가한다.

   최근 파운드 푸티지 장르는 상업영화에서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나 <파라노멀 액티비티>처럼 이야기를 극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한 ‘포석(布石)’으로만 존재했다. 현대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유투브나 SNS 등 수 없이 다양한 푸티지를 양산하고 있다. 사실 우리 현대인에게 PC와 모바일 기기는 그 앞에서 하루의 반나절 이상을 보내는 우리의 일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감정들을 설명할 수 있는 통로나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컴퓨터나 모바일을 통째로 뒤져만 봐도 그 사람의 실체를 낱낱이 알 수 있는 시대이기에 <서치>의 공간적 배경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전통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요소에 현대적인 ‘스크린-라이프’를 접목한 영화 <서치>는 주인공 ‘데이빗’이 딸을 찾기 위해 온라인 세상 여기저기를 검색하는 모든 화면들을 담아내며 관객들도 마치 극중 인물이 되는 것 같은 리얼한 체험을 선사한다. 그러기에 기술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오롯이 작품 안에 녹여낸 <서치>는 단순히 극적 진행을 위한 ‘포석’을 넘어서는 단계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범죄 미스터리 작가 니콜 헨리(Nicole Henley)이  ‘왜 파운드 푸티지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장르인가?’라고 한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파운드 푸티지가 관객들에게 영화의 등장인물에 대한 친숙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테크닉을 가진 독특한 장르라고 하면서, 여러 면에서 매우 흥미롭고 창의적인 필름 기술이 영화제작 기술에 통합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파운드 푸티지 장르로서의 <서치>가 전통적인 장르인 미스터리 스릴러와 멜로를 효과적으로 융합했다는 점은 큰 장점이자 한계로도 작용한다. 장르의 성공적인 융합 덕분에 새로운 형식의 영화가 되었지만, 만약에 파운드 푸티지 장르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현재의 내러티브로도 충분히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가 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했다면 <서치>는 그저 평범하게 잘 만든(well-made)영화에 그쳤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그릇(파운드 푸티지 장르)에 잘 담아 낸 덕분에 그 미스터리 장르가 빛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사운드 푸티지가 최고의 장르라는 니콜 헨리의 주장이 다소 허황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서치>를 계기로 그럴 가능성이 엿보이는 건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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