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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Che Oct 17. 2021

K-무비, 기생충이 기생한 영화들

봉준호의 영화는 우리 사회의 거울이다

영화는 거울이다(4) : 봉준호의 <기생충>(2019)


  <기생충>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나는 지금 전세계 사람들이 환호하는 만큼 열광하진 않았다. 봉준호니까 당연히 영화를 잘 만들었을 거라 예상을 했고, 이미 칸 황금 종려상을 받고 난 뒤라, 얼마나 잘 만들었길래? 하는 심정으로 봐서 그랬는지 모른다. 영화를 보는데, 자꾸 문제점이 눈에 띄곤 했다. 송강호의 전형적인 대사 톤이 거슬렸고, 마지막 정원 파티에서 기택(송강호)이 박사장(이선균)을 칼로 찔러 죽일 때, 저게 말이 되나? 하는 의문이 들었고... 물론 그런 몇가지 외에는 당연히 좋았다. 하지만 나는 봉준호의 전작들인 <살인의 추억>(2003)이나 <괴물>(2006)을 처음 봤을 때 만큼 충격을 주진 못했다. 내가 자주 보는 영화 관련 사이트인 IMDB에선 한국영화로선 최고 평점인 8.6(영화 역사상 Top 25위)을 주고 있지만, 나는 그래도 두 번째 평점인 8.4(Top 69위)를 받고 있는 박찬욱의 <올드보이>(2003)를 여전히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두 번째가 <기생충>이다.

     

전 세계가 고민하는 계층간의 문제를 가장 장르적으로 표현하다.

   <기생충>이 칸 황금종려상을 받을때도 놀랐지만, 영어권 중심의 영화제이자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을 때는 정말 충격이었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 역사상 단 한번도 외국어상 후보조차 올라가지 못했는데, 순수 한국어 영화가 작품상, 감독상 등을 모두 받다니...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분석을 하고 싶어졌다. 물론 우리같은 평범한 영화감독들은 아무리 공부하고 분석해도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나는 습관적으로 성공한 영화들에 시도했던 것처럼 해부해 보고 학교 강의에 활용하기도 했다.

   스콜세지 감독이 얘기한 ‘가장 개인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에 공감했다는 봉준호는,  <기생충>을 통해 지극히 한국적인 현실이지만, 전 세계가 어디서나 벌어질 법한 이야기로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란레스 이나리투 감독은 <기생충>을 ‘심각한 주제를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매우 창의적이고, 영화적으로 표현했다’ 고 평가했다. 예나 지금이나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빈부, 계급, 계층간의 문제를 가장 장르적으로 표현했다고 많은 평자들이 얘기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많은 나라에서 <기생충>을 보고 ‘우리 나라 상황과 유사하다’고 말하곤 한다.

영화는 세련되면서도 신선한 방식으로 내용과 형식을 조화 시키고 있다. 봉준호가 항상 그러듯이, 스릴러, 미스테리, 공포, 코미디 등의 장르를 적절하게 혼합해서 그만의 독특한 색깔의 영화를 만들어 냈다.


 부잣집에 기생해 계급상승을 꿈꾸다 실패한 반지하 가족의 이야기


   <기생충>의 주요 공간은 기택 가족이 사는 반지하로, 서울 경기 지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그런 공간의 열악함에 공감할 것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30대 중반에 첫 데뷔작 영화가 실패한 뒤, 인생의 바닥에 떨어지게 되면서, 친한 후배가 무료로 제공한 반지하방에서 산 적이 있다. 비만 오면 물이 넘쳐 창문 틈으로 물이 넘쳐 흘러 들어올 정도로 열악한 집이었지만 그나마도 내겐 고마웠던 공간이었고, 그곳에서 준비한 시나리오로 다음 영화를 만들어 극적으로 회생할 수 있었기에 반지하의 삶은 씁쓸하면서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영화 <기생충>을 처음 보고나서 난 ‘이 영화는 일종의 환타지이자, 우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속에 일어난 사건들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사건의 이면에서 느낄 수 있었던 보편적인 풍자성 덕분이었던 것 같다.  <기생충>은 일정한 직업도 없이 반지하에 사는 기택 가족이 어느 부잣집에 가짜 이력서를 통해 전원 취업하게 되면서 겪는 판타지와 악몽같은 시간을 오가는 이야기다.  ‘부잣집에 기생해서 계급상승을 꿈꾸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는 반지하 가족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하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신분상승 욕구, 그리고 빈부격차 속에서 하층민들의 왜곡된 생존 욕구와 현 자본주의 시스템의 현실과 모순을 폭로하고 있다.

   오르테가라는 프랑스 감독이 봉준호에 관한 다큐를 통해 <기생충>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을 보면, 왜 세계 사람들이 그 영화에 열광하는지 좀 더 이해가 될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인간과 사회를 비틀어진 렌즈로 들여다본다. 처음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현실을 독특한 방식으로 비튼다. 그의 영화세계는 우리의 삶 그 자체다. 웃기기도 하고 동시에 비극적이다. 무섭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다. 그는 이 모든 다양한 감정들을 축소해서 필름 형태로 담아낸다. 삶을 영화 포맷으로 옮겨놓는다. <기생충>이 유난히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현 프랑스의 정치적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중산층이 점점 몰락하고 있고, 시민들은 노란 조끼 운동으로 표출된 프랑스 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이런 정치적 기류가 <기생충>의 흥행 성적에도 기여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왜 봉준호 영화는 항상 뛰어난가? <기생충>을 포함 그의 대부분의 영화엔 공통되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그의 영화는 항상 사회적인 문제의 이면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사회학과 출신이어서 그런가? 그의 영화는 항상 사회적인 문제 제기가 담겨있다. <살인의 추억>은 당시의 군부정권을 풍자했고, <괴물>은 미군의 환경파괴문제, 그리고 <기생충>은 계층간의 갈등 문제를 다루고 있다.

두 번째, 여러 장르를 활용해서 영화적으로 재미있게 담아낸다. 소위 ‘봉준호가 장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영화는 사회 문제가 담긴 스토리를 절묘하게 융합한 장르 영화가 된다. 주로 미스테리, 서스펜스 스릴러, 사회적 리얼리즘, 코미디 등의 장르를 절묘하게 버무려 그만의 색깔을 지닌 장르로 재탄생 시키곤 한다.

세 번째, 대중성과 예술성의 조화다. 개인적으로 내가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건, 아마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그의 유머 감각 때문이다. 존 포드나 구로사와 아키라, 프랭크 카프라같은 감독들처럼 그는 아무리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할때라도 풍부한 유머를 통해 재미있게 표현한다. 그러다 보니 그의 영화 대부분은 그들 거장들처럼 흥행에도 성공하고 작품으로도 크게 평가 받는 게 아닌가 싶다.

네 번째,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 연출이 뛰어나다. 그의 영화속 배우들은 다들 연기가 현실감있고 리얼하다. 감독의 연기 연출 덕분이라고 본다. 초기작 <플란다스의 개>이후부터 선남선녀가 드물다. 그저 잘 생긴 전형적인 배우보다는 연기 잘하는 현실감 있는 배우를 선호한다.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 <괴물>의 배두나, 고아성, 변희봉, <기생충>의 이정은, 장혜진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봉준호 영화에서 드물게 잘 생긴 배우 원빈이 <마더>에 등장하지만 그의 역할은 정신지체가 있는 청년이다

다섯 번째, 영화속 인물들을 전형적인 선악 구도로 만들진 않는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만든 아쉬가르 파르하디처럼 그의 영화속 인물들은 선악 대립이라기 보다는 선과 선의 대립이 많다. 봉준호 영화에서 전형적인 악당은 보기 힘들다. <기생충>에선 오히려 악으로 묘사될 법한 부자를 오히려 착하게 묘사하고, 가난한 기택의 가족들을 주인공이지만 착한 듯 하면서도 위선적으로 그린다. 감독의 시선이 인간의 선악의 문제보다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에 더 천착하기 때문인 듯 하다..


 세 가족의 대립구도: 데칼코마니, 결국 본질은 같다?

   기본적으로 <기생충>은 세 가족의 대립구도로 이뤄진다. 기택의 반지하 가족과 박사장의 저택 가족, 그리고 지하에 기생해 사는 문광 가족이다. 이 영화가 참신할 수 있었던 건 가난한 반지하 가족과 부자인 박사장 가족의 대립을 그린 게 아니라, 가난한 반지하 가족과 더 가난한 지하 가족간의 대립을 그렸기 때문이다. 두 가족은 부잣집 가족에 서로 기생하기 위해 다투다 비극을 맞이한다.  

   내가 <기생충>을 보고 가장 신선하게 본 캐릭터는 조여정이 연기하는 연교다. 한 배우가 감독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나를 보여준 멋진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 조여정이란 배우에 대해 관심도 없고, 다소 에로틱한 연기만 잘하는 배우라는 선입견이 있었으나, 이 영화에서 조여정은 연교의 캐릭터를 아주 매력적으로, 적절하게 연기해 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물론 이정은, 장혜진 등 모든 배우들의 앙상블이 뛰어나긴 했지만, 내겐 조여정의 연기와 연교 캐릭터가 단연 돋보였다. 특히 저택을 대문을 나오며 기정(박소담)과 윤기사 얘기를 하는 중에 자기가 속고 있는 걸 모른 채 되려 기정에게 ‘아유, 제시카 어려서 뭘 몰라. 순수해’말하는 장면은 그녀 캐릭터가 가장 재밌게 묘사되는 부분이다.


정말 좋은 작품들은 모티프 활용을 기막히게 잘한다

   대부분의 좋은 영화들이 그렇지만, <기생충>은 유난히  ‘모티프’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모티프란 사전적으로는 ‘창작의 동기가 되는 중심 재제나 생각’이지만, 영화에서는  ‘자주 반복되면서, 캐릭터나 주제를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대사나 소도구, 상황, 행위, 캐릭터, 공간’ 등을 말한다. 대개 가장 중요한 모티프가 영화의 제목으로 사용되곤 하는데, <기생충> 역시 기생충처럼 기생해서 산다는 상황의 모티프가 핵심 요소라서 제목을 그렇게 지은 것 같다. 이젠 거의 유행어가 되어 버린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거나, ‘실전은 기세야’ ‘상징적이다’, ‘선을 넘는다’, '리스펙트' 같은 건 각 인물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대사의 모티프이고, 기우(최우식)가 친구에게 선물 받은 ‘돌(산수경석)’이나 각 자의 ‘핸드폰 카메라’, ‘다송이 그린 추상화’는 소도구의 모티프다. '모르스 부호'는 행위의 모티프, 반지하 사는 기택 가족에게 나는 ‘냄새’나 문광의 ‘복숭아 알러지’ 박사장의 아들인 ‘다송의 트라우마’는 캐릭터의 모티프에 속한다. 미장센 설정으로 유명한 공간의 모티프로는 ‘반지하 및 지하’ 그리고 ‘계단’이 있다.

   영화를 보면, 알다시피, 이런 모티프의 적절한 설정은 영화를 몰입하게 하는 힘을 주고, 나중에 아이러니와 결합되면서 극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기생충>의 컨셉을 아이러니 관점에서 보면, 부잣집 지하에 기생해 사는 부부(근세, 문광)를 쫒아내려다 결국엔 기택(송강호) 그 자신이 지하에 기생해 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친구에게 선물받은 산수경석이란 돌이 재화와 운을 가져온다는 생각으로 품고 다니던 기우가 결국엔 그 돌에 맞아 죽을 뻔 한다는 설정 역시 흥미롭게 묘사된 아이러니다.


위대한 기생(충) : 이 영화가 적절하게 기생한 영화들


   사실 현대영화, 아니 현대 예술에서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건 없다. 영화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좋은 영화일수록 과거의 걸작 영화들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그건 대부분 패러디, 또는 오마주로 포장되지만, 나는 그런 걸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화가 피카소가 말했듯이, 진짜 위대한 감독들은 과거 걸작들을 기막히게 재창조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현대 영화감독중 타란티노가 그런 면에서 탁월하다. 영화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지식이 있는 그는 노골적으로 ‘난 내가 본 모든 영화에서 도둑질한다’고 말한다. 그의 성공적인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1992)은 그야말로 스탠리 큐브릭의 <킬링>(1956)의 플롯과 임영동의 홍콩영화 <용호풍운>(1987)의 스토리를 조합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로 나온 <저수지의 개들>은 타란티노의 이후 스타일을 보여주는 신선한 갱스터 영화로 재탄생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타란티노 영화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에 속한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찬사를 받은 <기생충>이 기생(영향받은)한 영화들-레퍼런스-은 무엇일까?

   일단 봉준호 감독도 공개적으로 영향받은 바 있다고 얘기한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다. 이 영화가 <기생충>과 유사성을 보인 것은 인물들의 ‘신분상승 욕구’, 하층민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이층 저택’, 그리고 하녀가 부잣집에 들어가 일하며 주인 남자를 유혹해 저택의 여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 계단이 계층 갈등의 공간으로 사용된다는 점, 결국 하녀와 가족의 대립으로 둘 다 파멸에 이른다는 점 등이다.  

구로사와의  <천국과 지옥>(1963)    조셉 로지의  <하인>(1963)  클로드 샤블롤의 <의식>(1995)   

   봉준호가 좋아하는 히치 콕의 <사이코>의 플롯과 공간도 <기생충>에 큰 영감을 준 듯하다. 두 작품을 공통점을 보자면, 집의 계단이 중요한 모티프를  역할을 한다는 것, 비밀스런 지하공간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영화 중반부터 갑자기 장르가 바뀐다는 점이다. 특히 영화 중반에 이야기 분위기가 완전 바뀐다는 것은 <사이코>와 유사하다. <사이코>에서 초중반까지 이야기를 끌어가던 여주인공이 죽고, 노만 베이츠라는 청년의 이야기로 바뀌는데, <기생충>에서도 쫒겨난 가정부 이정은이 저택이 갑자기 돌아오면서부터 이야기의 분위기가 완전 달라진다. 

   유사한 패턴을 보인 영국영화도 있다. 조셉 로지 감독의 <하인>(The Servant, 1963)으로, 당대 유명한 부조리 극작가인 해롤드 핀터의 시나리오로 만든 작품인데, 한 하인이 저택에 들어가 일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르조아를 대표하는 인물(주인)과 프롤레타리아를 대표하는 인물(하인)이 하나의 갇힌 공간(저택)에 생활하면서 둘의 권력관계가 서서히 전도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하인이 점차 주인처럼 되어간 것이다. 이 영화 역시 계단이 주요 갈등 공간으로 활용되는데, 당시 귀족 계급이 존재하는 영국사회와 귀족들의 위선과 게으름을 풍자하고 있다. 공간과 상황의 모티프가 <기생충>과 유사하다.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의 <천국과 지옥>(1963)도 일종의 레퍼런스다. 한때 봉준호 감독이 리메이크 제안을 받기도 했다는 그 영화는 IMDB에서 8.4점을 받아 <올드보이>와 비슷한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유명한 고전인데, 이 영화 역시 부자와 가난한 자의 계층 갈등을 ‘유괴 사건’를 통해 다루고 있다. 이 영화 역시 <기생충>처럼 부자가 착하고, 선악 대립이라기 보다는 사회 시스템의 본질을 풍자하고 있다.

   마지막 레퍼런스로 클로드 샤브롤의 <의식>(1995)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봉준호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당시 소감에서 프랑스 뉴벨 바그 감독중 한 사람인 샤브롤 감독을 언급하며 ‘영감을 줘서 감사하다’고 경의를 표할 정도였다. 이 영화 역시 빈부 격차와 계층갈등을 다루고 있고 계단 역시 중요한 모티프로 활용되고 있다. 한 하녀가 부잣집에 취업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 역시 <기생충>의 박사장 가족처럼 부잣집 주인 가족들이 모두 착하게 나온다.  

   이상 언급한 네 편은 봉준호의 <기생충>에 은연중에 영향을 줬으리라 본다. 봉준호는 그런 영화에 신세진 것을 굳히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의 자신감은 피카소처럼 확실하게 재창조해서 자기만의 색깔이 들어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데서 오는 것일 것이다. 영화 창작자들은 봉준호처럼 과거 영화를 보고 잘 훔쳐, 내 것으로 만들려면 정말 걸작들을 많이보고 철저히 분석하는 습관을 가져야한다. 물론 그렇다해도 아무나 그처럼 대가가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겠지만, 그래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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