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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노 Jun 20. 2023

성당 다니는데 왜 싸우는 걸까

 “아니 엄마는 그럴 거면 성당에 왜 다니는 거야?”

어머니는 잊을 만하면 꼭 다투신다. 그놈의 말이 또 문제다. 왜 사람 관계는 힘든 걸까. 서로 편 가르고 가벼이 감정을 드러낸다. 가슴에 머금지 못하고 상대 없는 자리에서 뱉은 거센말은 돌고 돌아 처음 꺼낸 사람에게 돌아간다. 그곳이 성당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네 이웃을 서로 사랑하라”라는 가르침 따위는 안중에 없다. 무려 한 시간이 넘는 친구분과의 전화 통화. 했던 얘기 또 하신다. 저녁밥은 이미 굳어버렸고 된장국은 다 식어버렸다.

‘이럴 땐 차라리 엄마가 성당을 안 다녔으면 좋겠어.’

어머니는 성당 일을 전투적으로 하신다. 성당에서 안 해본 일이 없을 지경이다. 직책도 자주 바뀐다. 분과장, 구역장, 단장, 회장, 위원장 같은 책임 있는 자리에서 본당 신부님을 대기업 사장 모시듯 대하신다. 신부님 마음을 억지로 맞추려는 행동들이 눈에 빤히 보여 불편하실듯한데 신부님께서는 그걸 또 넘어가신다. 장담하건대 어머니께서 회사에 취직했다면 분명 출세하셨을 거다. 온갖 먹거리를 팔아 ‘성전 건립기금’을 마련하시는 거 보면 수완이 좋아 장사도 잘하셨을 거다.

“네 엄마가 일 하나는 기똥차게 해내잖니”

자존감 충만하셔서 다행이다. ‘성당에 일할 사람이 없다’라고 생각지 않으신다. 어머니께서 삶을 대하는 태도는 긍정적이다. 주위에는 어머니를 ‘형님’이라 부르는 자매님들이 늘 함께한다. 누군가 힘들면 형님과 아우들은 한데 뭉쳐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아버지는 현직에 계실 때 “성당은 미사만 드리는 게 최고다”라며 신앙의 본질을 강조하시더니 퇴직하신 뒤로는 어머니를 따르는 분들과 성당 봉사에 애쓰신다.

    

 나는 철도 기관사다. 열차 운전하는 일을 한다. 열차는 기관사가 이리저리 마음대로 다룰 거 같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성당도 신부님 혼자 꾸려가는 게 아니듯 열차도 기관사 혼자 힘으로는 움직일 수 없다. 열차는 관제, 선로, 신호, 차량, 기관사 등 업무 결합으로 선로를 따라 신호 조건에 맞춰 운행한다. 열차가 힘에 부쳐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지 못하거나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오갈 수 없을 때는 사고 열차와 가장 가까이 있는 열차가 와서 도와주기도 한다. 사고 열차의 기관사는 관제에 ‘구원’을 요청하고 관제사는 사고 열차와 가장 가까이 있는 열차를 '구원 열차'로 지정한다. 옴짝달싹 못 하던 열차는 다가와 힘껏 밀어주는 '구원 열차'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기도 한다. 우리가 관계를 벗어나 살 수 있을까. ‘혼자서는 살 수 없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우주에 속해 있다.  

   

 비대면이 유행이지만 ‘혼자 사는 게 좋다’라는 뜻이 아니다. 관계를 불편해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접촉이 줄었다고 관계조차 없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래 확실히 하자. 울 어머니는 싸움닭이 아니다.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어긋나 부딪혔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어울리셨다. 관계 속에서 기쁨을 느끼신다.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나면 흐뭇해하신다. 은퇴하시고 어머니께서 차려놓으신 신앙생활에 숟가락 얻으신 아버지에게 성당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코로나 시대가 내게 준 교훈은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거. ‘즐겁고 뿌듯하게 보낸 지금이 모여 비로소 행복해진다’라는 걸 배웠다. 행복이라는 열매는 알찬 하루를 보상하는 선물이 아닐까. 맺힌 열매가 익으면 하느님 집도 가까워지겠지? 부모님도 알 수 없는 훗날을 위해 사시지 마시고 그저 오늘 이웃들과 선한 마음을 갖고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사람 관계에 부담 갖지는 마시길. 내가 아는 하느님 인간들 요 며칠 싸웠다고 속 좁게 대문 잠그고 그러실 분 아니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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