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언어
클림트는 사람을 구원하는 그림을 그린 것 같아요.
일단 날 구원했거든.
평생 잊지 못할 그림. 베토벤 프리즈 <환희의 송가>
다 잃고 빼앗겨 앙상해진 상태에서의 안김. 그런 포옹이라면 그대로 별가루가 되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포옹을 좋아해요.
그래서 클림트의 대표작 Kiss보다 오히려 베토벤 프리즈의 마지막 작품에 더 끌리나 봐요.
<노다메 칸타빌레>의 마지막 장면 역시 그래서 완벽하다고 생각해요. 치아키 선배가 노다메를 드디어 찾았을 때. 얼마나 감정이 요동쳤을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지 알고 있었고, 그 극적인 장면을 어떻게 더 극적으로 연출할까 내심 궁금했거든요.
등을 보이고 있던 그녀의 어깨를 톡 건들지도, 그대로 박력있게 입을 맞추지도, 무어라 소리치지도 않고
그저 달려가 그녀를 가만히 안아주는 치아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답하는 노다메.
그 장면이 나왔을 때 ‘헉..’
저 정말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어요.
완벽한 포옹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
아무도 모르는 장소, 누구도 본 적 없는 광경 앞.
언어를 잊은 채 서로의 체온에 의지한 연인.
연인은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요.
ps. 애니메이션 보다가 입틀막 하고 발 동동 구르는 저를 보던 엄마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