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시작하기 가장 알맞은 계절
혹시 그거 아세요
사랑은 겨울에 온전히 느낄 수 있어요.
베이지색 벙어리장갑 안에서 손을 쥐락펴락,
스웨이드 부츠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가까워지는 얼굴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다,
눈동자마저 얼어붙어 유리알처럼 단단하고 투명해진 순간.
비로소 내 안에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지는 거예요
명치 부근이 화끈거리는.
얼어 죽기 전에 뜨거워 죽을 것 같은
그러다 오히려 나를 살게 해주는.
그런 것이 날 것으로 느껴지는 거예요
겨울을 처음 겪는 고양이처럼요
목덜미에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
그런 마음이 불어왔어요
그의 유리 같은 눈동자를 보는데
아아 나는 이제 살았구나, 싶었어요.
글, 그림 by 예주 (@yeju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