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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Aug 12. 2020

알잖아, 이겨냈잖아!

얼마 만에 마주하는 맑은 날씨입니까.

개인적으로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커져만 가는 

장마 피해 소식을 들으니 마냥 비 내리는 날을 즐기고 있을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안녕이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


비가 내리는 동안 빨래는 실내에서 말려야 했고,  바이크는 전혀 움직이지 못했으며, 

스니커즈 대신 슬리퍼, 비냉보다 물냉, 짜장보다 짬뽕, 개보다는 고양이(?)와 같은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기록적인 장마가 생긴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여러 입을 통해 듣고 있자니

근심 걱정만 더해가는군요.


코로나로 진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장마피해까지 그야말로 혼란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자니 문득 사춘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일찍이 게임을 해오던 저는 사춘기라고 해서 게임을 놓고 있지는 않았던 터라

얼굴에 울긋불긋 단풍같이 물든 여드름을 달고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게임만 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게임만큼은 아니지만 운동도 중학생 때부터 시작을 해서 열심히 운동도 하던 시기였습니다. 

운 좋게도 운동신경이 좋았는지 일찍 인정을 받아 어린 나이에 운동을 가르치는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게임과 운동만 했느냐 그게 또 게임을 하면 자연스레 만화를 좋아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림을 끄적거립니다. 이런 그림 저런 그림 마구 그립니다.

혼자 그리다 막히니까 화실도 다니면서 그립니다. 제멋대로 그렸지요.


너무 다양한 것에 손을 댄 것이 아니냐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아직 끝이 난 게 아닙니다.

당시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일본 음악에 심취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뭐가 나올지 두려워지시기도 하겠습니다만

안심하시길 전자기타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음악에 빠져

전자기타를 하겠다고 하던 때가 참 가관이었구나 라는 회상을 하게 됩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사춘기 시절에 저렇게나 다양한 관심분야에 시간을 쏟으며 지내왔다는 게 

지금 생각해봐도 믿기질 않는군요.

문제는 워낙 다양한 관심분야를 한꺼번에 수행하려니 그 능력치가 무엇하나 특히 잘하질 못하게 됐습니다.


고전게임 프린세스 메이커(일명 공주 키우기)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공부, 운동, 마법, 전투, 기품, 풍유한(!)을 한꺼번에 성장시키려고 했을 때 생기는 전체 성장 더딤 현상이 이죠.

(실제로 게임을 할 때에도 캐릭터를 나 자신과 비슷하게 키우려는 욕심이 있었는지 결과적으로 다양한 능력치가 고루 낮은 딸내미가 완성되었지요.)


선명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당시 자신을 생각해보자면 혼란 그 자체랄까.

좋아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뭐 하나 버리기는 싫은, (자신의 주변에 수많은 장난감을 두고 하나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강아지처럼) 예민하다는 한 단어로는 그 혼란함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의 다양한 감정을 갖고 사춘기를 보낸 것 같습니다. 


코로나와 장마로 인한 혼란스러움을 겪다 보니 문득 지난 시절의 사춘기와 닮아 있다는 

생각에 이야기가 길어졌군요. 

사춘기와 군대 시절은 뭔가 희로애락의 결정체라는 생각에 이래저래 이야기가 길어지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례했습니다.


그 혼란스러운 사춘기도 지나 지금의 제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감정의 열화를 지나서 말이죠. 


부디 지금 모두가 코로나와 자연재해로 겪는 어려움 또한 우리 모두가 경험해 왔던 인내의 시간과 같이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면서 저의 부끄럽고 뜨거웠던 사춘기 이야기를 조금 꺼내보았습니다.


전혀 원하지는 않으시겠지만 사춘기 풀버전을 작성하자면 원고 분량은 자신 있게, 

가뿐하게 뽑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꾸만 제 안의 흑염룡이 꼬리를 치는군요. 서둘러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힘냅시다.

이겨냅시다.

그림. 홍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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