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18 (토)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오는 강릉 씨리...
9월에 기우제 지낸 게 이제야 빛을 발ㅎr...
오봉저수지 댐 방류했다고... 껄껄껄.
<경포 마라톤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플래카드로 보았다. 마라톤 코스가 우리 집 앞을 지나간다는 것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창 밖을 보니 연곡해변으로 올라가는 대로는 이미 통제되었고, 경찰차와 구급차도 보였다.
큰 행사인 건 맞지만 이렇게 한두 시간 전부터 빗속에 서서 행사 진행하는 분들을 보니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8시 30분에 경포광장에서 마라톤이 시작된다고 하니 우리 집쯤 오면 9시 정도 되려나...
야채 손질해서 주스 내리고 있는데 선두가 보였다. 진짜 단연코 빠른 한 사람. 초원을 달리는 치타인 줄!
그 뒤를 따르는 선두 그룹은 정말 성큼성큼 자세도 페이스도 뛰어나다는 게 느껴졌다. 시계를 보니 8시 50분~55분 정도 됐다.
신기해하며 남편을 불러 세워 같이 구경하다가 사진도 찍어보고, 속으로 수줍게 '파이팅'을 몇 번 외쳤다. 다른 일을 하다 돌아봤는데 우르르 계속 지나가는 러너들.
요즘 러닝 붐이 일었다고 하더니 비가 와도 그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나 보다.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정말 열심히 뛴다.
반환점을 돌아 되돌아가는 길에는 비가 폭우처럼 쏟아졌는데, 꿋꿋이 뛰는 분들 보며 존경의 박수가 절로 나왔다. "힘내"라는 말을 외칠까 말까 고민을 백 번 하다 (아무도 나 안 쳐다볼 테지만 혼자 부끄러워함...) 장대비 같은 빗속을 오도도도도 뛰어가는 분들 뒤에 대고 소리쳤다.
"화이티잉~~~!!!"
흔히 우리가 달리기의 쾌감을 이야기할 때 '러너스 하이'라는 표현을 다. 오늘은 정말이지 간접 러너스 하이를 느낀 날이었다.
초록창과 인스타그램에 검색을 해봤더니 이번 마라톤 대회에 혼자 참여하신 분들도 꽤 많은 것 같았다. 정말 용기 있고 멋지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지체 없이 뛰어드는 일, 망설임보다는 도전을 선택하는 모습이 훌륭하다.
강릉에 와서 이주 정도 슬로조깅을 열심히 했었는데, 계단에서 넘어져 인대가 늘어난 후에는 뛸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면 러닝 까지는 아니어도 슬로 조깅은 꼭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남편이 회사에서 하는 단체 봉사활동을 간 사이, 나는 요즘 푹 빠져있는 <저스트 메이크업> 6화를 보았다. 우리 피렌체 스냅사진 찍어준 살롱 반하 원장님이 헤어도 메이크업도 진짜 잘하셨는데. 언젠가 유럽에 다시 가게 된다면 '돌로미티 웨딩 스냅'도 찍어보고 싶다. 그때는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비가 많이 와서 외출을 잠시 망설였지만 세탁소, 수선집도 들릴 일이 있어 영진-주문진 찍고 메시56으로 출발. 오랜만에 먹는 '카이센동'은 역시나 맛있었다. 따뜻한 차를 달라고 하면 '호지차'인 듯 한 음료를 주는데 이게 정말 별미다. 쓰지도 떫지도 않고 심지어 일본에서 먹은 차보다 훨씬 맛있어서 둘 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쳤다.
송정하나로마트에서 장보고, 파크랜드 들러 남편의 가을 바지와 니트도 구입했다. 집에 오니 3시가 되었네. 무무는 빨래하고 나는 장 봐 온 온갖 야채 손질. 정말 건강식 챙겨 먹기는 '부지런함'과의 싸움이다. 그 와중에 잠시 낮잠도 자고 각자 저녁을 차렸다. 남편이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음식이 '라면'이라 무무는 송이를 넣은 송이라면, 나는 샐러드와 고구마를 먹었다. 내내 불편했던 복부 팽만감이 어제부터 많이 좋아져서 편하게 식사한다. 몸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거였으면 좋겠다.
토요일은 딱히 즐겨보는 예능이 없어서 어제 한 <나 혼자 산다>를 다시 보고 계단 오르기 운동. 바로 반신욕 하면 몸이 조금 힘들어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누워서 주열기 타임을 가질 예정이다.
일상생활을 다 하지만 왜인지 마음가짐은 '전업 치병' 모드다.
사실 항상 '암환자'인 걸 잊고 살아야 할지, 늘 인식하고 살는 게 맞는지 가끔 고민이 되었다. 겉은 너무 멀쩡한데 조금만 무리하면 금방 몸에 무리가 오고, 6개월 정기 검진마다 손바닥 뒤집듯이 달라지는 인생에 20년째 적응 중이라 혼란이 오곤 했다. 근데 뭐 둘 다 나니까. 평생 건강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것도 맞고. 때론 너무 많은 생각, 너무 깊은 생각이 앞으로 나아가는 걸 방해하는 것 같기도 한다.
무슨 생각하면서 훈련하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하며 웃던 김연아 선수처럼.
나도 그냥 해야겠다.
습관처럼 운동하고,
당연한 듯 좋은 음식들을 먹고,
언제나처럼 희망을 꿈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