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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나 Mar 05. 2021

육아휴직 중 이직이 염치없다고?

휴직 중 이직하면 포기해야 할게얼마나 많은데...

육아휴직 중 이직, 워킹맘의 이직과 관련된 몇 개의 글을 브런치에 작성했는데 유난히 나의 마음에 두고두고 걸리는 댓글이 하나 있었다. 육아휴직 중 이직을 하는 것이 과연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제공하는 취지와 맞는 것인지, 회사와 동료들의 배려를 무시한 너무 염치없는 행동은 아닌지 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왜 육아휴직 중 이직이 염치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왜 회사의 배려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육아휴직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육아휴직은 복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육아휴직으로 떠난 사람의 대체자를 정규직으로 충원하기 어렵다. 그로 인해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다른 동료들이 분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운이 좋아 1년 정도 그 자리를 대신해 줄 계약직을 뽑을 수도 있지만 새로 들어온 사람이 단기간 내에 전임자(육아휴직자)의 업무를 100% 소화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기존 팀원들의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기존 동료들은 육아휴직자를 배려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기존 육아휴직자가 갑작스럽게 퇴사를 하거나 이직을 하면 육아휴직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나중에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 보자.

왜 육아휴직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직을 할까? 애초에 이직을 하기로 마음먹고 육아휴직을 하는 사람도 드물게 있겠지만, 대부분 출산과 어린아이의 양육을 위해서 육아휴직을 한다. 이렇듯 아직 돌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를 두고 조기복직을 해야 하는 것까지(육아휴직 도중에 이직을 하면 결국 조기복직을 한 후에 퇴사를 해야 한다. 즉, 법적으로 보장된 1년의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감수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뛰어드는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육아휴직 중 이직을 하면 나름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다.

기존 직장의 익숙한 환경과 업무, 재직기간이 길수록 많아지는 연차, 육아를 하고 있음을 이해해주는 동료들(어쩌면 없을 수도 있고), 복직 6개월 이후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직 중 이직을 하게 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일일이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 것은 아니지만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이유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 기존의 회사가 워킹맘에게 친화적인 문화를 가진 회사가 아닐 경우 

2. 출퇴근 거리 등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힘든 물리적인 조건이 있을 경우

3. 새로운 회사에서 훨씬 좋은 처우(연봉 인상, 승진 등)를 제시한 경우


만약 1번과 2번의 이유로 이직을 결심했다면 이직하는 당사자는 계속해서 경력을 이어나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내 경력 다른 사람이 챙겨주는 것은 아니니 결국 당사자가 직접 살 길을 찾을 수밖에... 그리고 1번, 2번의 이유라면 육아휴직을 들어가는 시점에 이미 동료들은 그의 복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3번의 이유라면 당사자는 정말 능력자다. 육아휴직이라는 어쩌면 핸디캡이 될지도 모르는 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처우라니!!! 이런 사람이라면 언제든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될 가능성이 높으니 언젠가는 이직할 사람 조금 더 빨리 이직하게 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과연 이런 이유나 조건으로 육아휴직 중 이직하는 사람이 몇 프로나 될까? 


사람들이 육아휴직 후 퇴사하는 사람보다 육아휴직 후 이직하는 사람을 더 염치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퇴사하는 사람의 경우 육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커리어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여기고 이직은 배은망덕(?)하게 더 나은 회사를 찾아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퇴직이나 이직이나 기존 직장의 동료들에게 오는 여파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자에 대해서는 조금 더 배은망덕이라는 죗값이 더해지는 것 같은 현실이 씁쓸하다. 휴직 중 이직하는 사람도 결국에는 경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출산하기 전부터 철저하게 이직을 계획해서 아이를 낳고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자기개발을 하면서 잠자는 시간도 부족한데 시간을 쪼개 이력서를 쓰고 이직을 위해 면접을 보러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과연 기존의 직장이 복직 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거나, 출산/육아로 인한 불이익이 전혀 없는 제도와 문화를 가진 회사라면 이직을 결심할 워킹맘이 얼마나 될까?


육아휴직 중 이직에 대해서 덮어놓고 배은망덕, 염치없음이라는 딱지를 붙이기 전에 어떤 요소들이 워킹맘을 다른 회사로 내몰았나를 더욱 고민하고 보완하는 그런 사회, 회사가 많아지면 좋겠다. 




어쩌다 보니 휴직 중 이직한 사람의 변명 같은 글을 작성하게 됐다. 


이 글을 육아휴직을 하면서 이직을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읽게 될 것 같은데 그런 분들께 한 가지만 당부하자면...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이 결정됐으면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기존 직장의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올바른 문화를 가진 직장, 타인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동료라면 당신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이해해 줄 것이다. 만약 이해하지 못하고 드러내고 비난을 하더라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상황에서는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반응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너무 상처 받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은 결국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다음에 혹시 비슷한 상황에 처한 동료를 만나게 된다면 그의 이직으로 인해 내가 당장 잠깐 동안 바빠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 동료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제도, 문화의 개선으로 해결되어야만 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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