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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수진 Aug 19. 2021

냉정한 악어새

정글에 정착하다


냉정한 악어새 ⓒ 방수진. 2021.





그의 걸음걸이는

나무늘보처럼 조심스럽다


그의 마음은

산책하는 개처럼 옆길로 샌다


가로등 불빛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같이 보인다


그가 그 풍경들이 단순하다고 생각할 때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그의 얼굴을 촉수처럼 비춘다


그는 악어가 되었다고 상상해본다


다른 생물을 잡아먹거나 잡아먹히기도 하는 것처럼

지금은 악어새가 되어 악어 이빨을 닦고 있다


그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악어새처럼


어쩌면 그는 한때

수많은 기생충을 잡아먹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자유로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그는 냉정해졌다


냉정하게 생각하는 악어새와 같이. 악어새와 같이.

이제야 정글에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유는 무엇일까

그의 과제는 어디까지일까

다른 사람들은 어떤 과제를 안고 살아갈까


신호등의 불빛이 반짝거린다

그는 이제야 횡단보도를 건넜다






정글 속 악어새들 ⓒ 방수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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