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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리따 Mar 03. 2023

행복을 느끼는 방법

'행복'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추상적이기도 하고요, 손에 잡히지 않아요. 언젠가부터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도 했죠.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요? 행복이라는 단어에 대해 가끔씩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방법은 한 가지만 있지는 않아요. 사람마다 다른데요 그중 공통점은 있어 보입니다. 바로 '남을 기쁘게 할 때' 느낀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남은 나와 가까운,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일 때도 있고요 때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어요. 우리가 지나가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때라고 보면 되겠지요. 타인이 즐거우면 내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말, 어떤가요? 공감이 되시나요?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신랑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어요. 그 친구들은 20대의 신랑이 축구를 했던 모임이었고, 동갑인 친구는 네 명어서 이름도 F4입니다. 이번에는 세 명만 모였어요. 두 명은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고요 한 명은 솔로입니다. 금요일에 온다고 하길래 저희랑 솔로인 친구는 2박 3일 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끼리 워낙 잘 지내서 결국 친구네 가족도 하루 더 묶기로 했답니다. 


솔로 친구 한 명은 요즘 위스키 모임을 간다고 합니다. 저도 남편을 통해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모임인지는 알지 못했어요. A4용지 박스를 가지고 들어왔는데요 알고 보니 그 박스가 위스키를 넣어 온 상자였어요. 


금요일 밤, 상자 안에서 한 병씩 꺼냅니다. 처음 보는 양주였어요. 다 꺼내서 일렬로 줄 세우고 나니 여섯 병이더라고요. 도수 순으로 놓기도 했는데, 앞에서부터 네 병은 영국에서 만든 위스키였고요, 뒤에 두 병은 미국 양주였습니다. 우리가 여섯 병을 다 마신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소주보다 훨씬 높은 도수에 희석하지 않고, 어른 다섯 명인데 양주는 여섯 병, 양주 병은 소주보다 크기도 더 크잖아요? 


안주는 참치회와 모둠회였어요. 남편은 원주에서 맛있는 집이라고 했지만, 남편이 손질하고 해동한 참치가 저는 왜 더 맛있는 걸까요? 그래도 양주 한 모금과 회 한 점해서 맛있게 먹긴 했습니다. 


친구는 술병만 가지고 온 게 아니었어요. 양주잔을 케이스에 담아 가지고 왔더라고요. 인당 두 잔씩입니다. 조금씩만 따라 맛과 향을 느낄 거라고 하더군요. 향이 섞이지 않게 같은 잔에 바로 마시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잔도 챙겨 온 거였어요. 


집에 있는 양주는 꺼내지도 않았고요, 저희들은 일 번부터 육 번까지 마셔보고 마음에 드는 술을 선택해 마셨습니다. 미각이 좀 더 좋은 친구들은 맛을 구별하기도 했고요, 저는 쉽게 구별이 가지 않아 제일 잘 맞는 술이 뭔지 그날 맛있는 술만 찾기로 했습니다. 신기했어요. 소주든 양주든 까면 한 병을 다 비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요, 오늘 마신 술이 내일 되면 또 다른 맛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한두 잔만 마시고 다음에 마신다고도 했어요.


다음 날 저녁이었습니다. 같은 자리에 다시 앉았어요. 전날 저는 일찍 잤었는데, 처음보다 술이 많이 없어졌다는 걸 알았습니다. 안주는 더 많아졌네요. 이번에는 특별히 주문한 안주도 있었어요. 위스키 모임에 나오는 사람인데 술을 마시기 위해서 안주를 만든다고 합니다. 립에는 양주를 바른다고 해요. 술마다 향이 다르니 이 향, 저 향 바르고 테스트했던 게 제품 판매로 이어졌습니다. 


여섯 병 중 두 병은 다 마셔서 친구는 네 병만 가지고 갔습니다. 꽤 많이 마셨는데요, 저도 전날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향과 맛을 느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한 번 먹어봤으니 좋아하는 술부터 시작했어요. 전날과 다르다는 건 모르겠더라고요. 아마도 전 장금이과는 아닌 거 같아요. 그래도 내가 어떤 걸 더 좋아하는지는 확실히 알았어요. 


맛을 느끼며 먹다 보니 궁금하더라고요. 위스키 모임에 대해 물어봤어요. 자연스레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도 알려주더라고요. 이야기를 들으며 마시니 더 맛있는 느낌. 들으면 들을수록 선입견(오픈하면 다 마셔야 한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거실에 양주장이 있고 그 안에는 마시다 남겨 놓은 위스키가 있다는 점도요. 이런 재미를 알게 해 주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어요. 


"너희들이 좋아하니까 나도 기분이 좋네."

여기서 너희들은 남편의 아내 두 명입니다. 친구들은 그냥 마시고 듣기만 하는데 저랑 다른 친구는 맛을 보고 리액션을 하고, 관심을 가지고, 고맙다는 말도 했어요. 신랑의 친구 와이프는 술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소주가 안 맞는 거였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위스키를 가지고 온 친구의 말이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네가 좋으니까 나도 좋다. 이렇게 표현해 주는 친구에게도 고마운 마음입니다. 저희도 진심이었고요, 친구의 말도 저희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어요. 어쩌면 이 말은 타인이 자신을 인정해 주는 말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의 존재, 가치를 말이죠. 그래서 그 친구도 행복한 것이죠. 


친구들은 집으로 갔지만 제 마음속에는 아직도 말이 남아있습니다. 타인이 즐거워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내가 한 일이 어떤 사람이 기쁨을 느끼기를 바란다면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겠지요. 그러려면 사람을 관찰하고 파악해야 합니다. 지나가는 말도 놓치면 안 되겠지요. 그렇다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여행을 다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같이 맛집을 다니거나 요리를 해 줄 순 없어요. 내가 집순이이고, 맛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같이 하는 그 행위는 나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타인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나의 행복도 챙겨야 합니다. 


이번 모임의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술 한 잔씩은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위스키 모임을 나가는 그 친구는 그렇기에 자신의 술을 가지고 온 것이고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같이 있는 시간을 진정성 있게 보내면 그게 또 행복이 아닐까요? 내 앞에 앉은 사람이 웃으니까 나도 기분이 좋아서 미소를 짓게 되는 일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거 같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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