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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배운다

넥슨 아이콘 매치를 보며

by 벨리따 Nov 26. 2024

스마트폰을 선물로 받으면 좋아하는 게 보통인데 시환이는 그렇게 좋지는 않은가 보다. 집에 두고 다닌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카카오톡, 게임 앱을 설치해 주지 않으니 가지고 다닐 필요성을 못 느꼈을 테다. 학교에서는 폰을 꺼내지 못한다. 수업이 끝나고 엄마를 기다리는 건 이제 더 이상 왜 안 오나 하는 걱정, 조급함 따위는 없다. 폰을 가지고 다닐 이유, 없다. 우리 부부는 무조건 못 하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며 패밀리 링크로 아이의 폰 사용 제한을 걸어두고 'FC 모바일' 게임을 할 수 있게 해 줬다. 학교에서 또 축구 센터에서 그렇게 축구를 하고도 집에 오면 손으로 조종해 축구를, 아니 더 정확히는 축구 게임을 한다. 머릿속에는 온통 축구 생각뿐이다. 이렇게 좋아하니까 게임 앱을 다운로드한다고 했을 때 말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축구 게임은 남편 폰에 먼저 설치를 했었다. 축구 센터를 다니는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는 하고 싶다고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제, 자기 폰으로 할 수 있다. 


서울에서 사촌 동생의 결혼식이 있던 날. 집에 오는 길에 남편과 아이는 나도 모르는 이야기를 한다. 드로그바, 카카, 야야 투레가, 피를로 등등. 오늘 저녁에 아이콘 매치가 있다고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FC 모바일' 앱의 유통을 맡고 있는 넥슨이 특별한 경기를 준비했다. '아이콘 매치'이다. 게임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뛰는 축구 선수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 경기를 한다. 처음부터 모든 선수를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한 번씩 선수 카드가 뜨는데 이때까지 기다리거나 선수를 사야 하는 걸로 보인다. 어떤 경우에는 선수의 능력을 향상하는 뭔가가 나오는 거 같다. 선수 점수가 올라가고, 내가 경기에서 이기면 팀의 점수가 올라간다. 이번 아이콘 매치는 목록에 있는 선수들 중에서 섭외를 했다. 지금은 은퇴해서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선수들을, 게임에서 내가 조종하는 선수들을 경기로 보다니. 그것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축구 선수들이 모였다. 이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더 재미있는 건 팀 구성이다. 한 팀은 공격수로만 구성을 했고, 다른 한 팀은 수비수만 모았다.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일반적으로 축구 경기에서는 볼 수 없는 조합이다. 이 얘기를 들으니 나도 기대된다. 괜히 남편에게 투정을 부린다. 이런 경기가 있으면 예매 좀 하라고. 서울 왔을 때 경기까지 보고 가면 얼마나 좋냐고. 





궁금하다. 공격수 팀은 공격을 퍼부을까. 그럴 때 수비수는 또 어떻게 수비를 할까. 경기 시작 전 나는 공격 팀이 이길 거라 예상했다. 골을 넣으면 이기니까, 골 넣는 건 공격수 전문이니까. 의외로 수비수 팀이 선제골을 넣었다. 경기는 쉽게 풀렸다. 골키퍼가 나온 걸 보고 골대로 공을 차서 또 득점을 했다. 저녁 준비한다고 경기 내내 앉아서 볼 수는 없었지만 보는 동안에는 공격수 팀이 공을 잡고 상대 진영까지 간 적을 거의 보지 못했다. 결과는 4 대 1. 수비수 팀의 승리이다. 수비 역할이 중요한 건 알았지만 이렇게 쉽게, 크게 이길 줄은 몰랐다. 


시환이도 유소년 축구 경기를 나간다. 골을 넣고 축하받는 모습이 축구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부럽고 좋아 보이는 걸까. 수비수 포지션을 맡고 있으면서도 그 역할에 충실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공격도 적극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골은 넣고 싶어 하고, 막상 공이 오면 기회를 날려버리고, 상대가 공을 잡으면 상대에게 붙고 몸 싸움하지 않는다. 상대가 역습을 하면 빨리 뛰어와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기린처럼 달리고 있다. 수비를 잘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오늘 이 경기로 인해 시환이가 수비의 역할,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토트넘으로 이적하는 강원 FC 양민혁 선수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원주에 살고 있으니 강원  FC  경기를 보러 가기도 하고, 최근 EPL로 이적해 화제다. 시환이보다 10살가량 많아서 이야기를 들려주면 자극이 될 거 같았다. 유스 시절, 감독이 수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교체를 했다고 한다. 공격수라고 하더라도 수비하는 척이 아닌 적극적으로 하라는 주문을 내렸다고. 양민혁 선수는 2024년 경기를 뛸 때 늘 주전 명단에 있었다. 나처럼 축구에 대해 아직 뭘 모르는 사람은 골을 넣어야, 상대를 뚫어야 눈에 들어온다. 반면 축구를 하는 사람들은 수비를 강조한다. 




'아이콘 매치'를 보면서 경기만 본 건 아니다. 나는 이 경기를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염두에 두면서 봤다. 이왕 축구에 관한 글을 쓰기로 했으니, 이벤트 경기인 '아이콘 매치'에 관한 글도 써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배울 점 세 가지를 찾아본다. 

첫째, 인생에도 수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인생에서 공격과 수비는 무엇을 의미할까? 많은 일을 하고, 정신없이 바쁘고, 앞만 보며 질주하고, 성공과 돈을 쫓아가는 것이 공격이다. 이렇게 살아야 할 때도 있지만 공격만 해서는 안 된다. 휴식을 취하고, 나와 하루 그리고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주위 사람들도 챙기며, 취미 생활도 즐기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수비도 필요하다. 그래야지만 제대로 욕구를 추구할 줄도 알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쉬는 게 불편한 사람이 있다. 뒤처지는 거 같아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공격적인 자세로 살아가면 성과가 있어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수도 있다. 기억해야 한다. 인생의 진정한 승리는 수비가 동반되었을 때 가능하다.  

둘째, 내 삶의 이벤트를 만드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넥슨에서 기획을 하고 선수들을 섭외한 건 맞다. 이벤트 매치에 초대된 이유는 그들이 최고의 선수였기 때문이다. 선수 이전부터 훈련을 통해 그 자리까지 간 거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어느 한 분야에서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뜻일까? 아니다. 지금 내 상황에 맞는 이벤트를 만들 수 있다. 의미 있는 일을 계획하고 의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먼저,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글쓰기를 권하고 싶다. 글을 써서 SNS에 공유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 내 이름이 적힌 책을 출간하는 일. 공모전에 도전해 보는 일.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못할 일은 일은 아니다. 또, 요즘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는 것도 내 인생에 의미 있는 일을 만드는 방법이다. 새로운 취미를 배워 보는 건 어떨까? 나도 축구를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축구를 시작했는데 삶의 활력이 생기고, 축구 보는 시각이 달라졌으며, 이렇게 축구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여행으로도 충분히 내 인생의 이벤트를 만들 수 있다. 첫 해외여행은 중국 북경과 라싸였다. 2011년에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미국 뉴욕과 보스턴에 여행을 다녀왔다. 다른 곳보다도 기억에 남는다. 이런 특별한 경험 덕분에 힘든 순간에도 버텨가고 살아간다. 글쓰기. 마라톤과 같은 도전. 취미 활동. 여행 등. 내가 나한테 선물해 줄 수 있는 이벤트라 생각한다.  

셋째,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고3 때 아르헨티나의 모레노 빙하 영상을 보고 남미 여행을 꿈꿨다. 유럽 여행은 많이 가는데 남미로 가는 건, 나한테는 즐거운 상상일 뿐이었다. 직장을 다니며 신문에서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에 관한 기사를 보았을 때도 머릿속에 이미지로 그려봤을 뿐이다. 3년 후, 남미로 여행을 떠났다. 모레노 빙하도, 우유니 소금 사막도 다녀왔다. 이때부터 나는 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 왔다. 간직하고 있으면 이루어진다고 했다. 지나고 보니 아쉬운 점이 있다. 여행을 가기 위한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언어를 배운 적도 없었고,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지도 않았다. 근처에 가고 싶은 여행지를 찾아보지도, 여행을 위한 돈을 모으지도 않았다. 이제는 막연히 꿈만 꾸지 말라고 한다.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행동이 필요하다. 남미 여행은 운이 좋아서였지만 충동적으로 선택한 이유도 있다. 물론 이와 같은 경우가 없지는 않겠지만 차근차근 준비했을 때 더 현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경기도 아이디어부터 시합까지 하나씩 준비하고 풀어가면서 만들어낸 결과다. 지금, 나는 새로운 모습을 이미지로 그리고 있다. 더 이상 운에 맡기지 않는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하나씩 해가고 있는 중이다. 경기 덕분에 내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해진다. 




축구를 배우기 전에는 경기만 봤다. 집중해서 본 것도 아니다. 옆에서 "어! 됐다!" "가자!" 이런 말을 할 때면 티브이 앞에 있었다. 봐도 아직 뭘 모르지만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본다. 내가 배운 기술이 나오는지를 보기 위해서 더 집중한다. 또, 경기를 보고 나면 배움을 찾는다. 느낀 점에 대해 글로 적어본다. 축구를 배우고 경기를 보면 우리의 사는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 순간 우리는 배운다. '아이콘 매치'를 통해 오늘도 배웠다. 내 인생에 수비를 허락해야 한다는 것. 내 삶의 이벤트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 행동하면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 이 배움 덕분에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간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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