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익숙해지려면
20분 러닝, 스텝 훈련.
50분 기본기 훈련 시간. 공중볼 컨트롤 세 종류. 인사이드 컨트롤, 발바닥 컨트롤, 발등 컨트롤. 40분 동안 컨트롤 연습하고 10분은 패스 연습.
20분 미니 경기.
3분 정도 늦었다. 가는 길에 붕어빵을 샀다. 2주 전, 미니 경기를 하기 전에 붕어빵 내기를 내기를 했다. 졌다. 붕어빵을 담는 동안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춥지 않냐고 한다. 무릎까지 오는 양말도 신고 있다. 실제로 추위를 느끼진 못했다. 반바지 다음으로 상의가 눈에 들어왔나 보다. 축구 배우러 가냐고 한다. 안 힘드냐고도 묻는다. 그렇기는 하지만 땀도 흘리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여러모로 좋아서 간다고 했다. 미리 다 구워져 있는 빵을 담아 오기만 하면 되는데 조금 늦었다. 건물 앞에는 우리 수업 전에 운동했던 초등 고학년 학생들이 차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다. 붕어빵 냄새를 맡고는 먹고 싶다고 했다. 나눠주고 올라가면 양이 부족할 거 같았는데, 줄 걸 그랬다.
몸풀기를 20분 한다. 2주 만에 왔기 때문에 힘들 거라 예상했었다. 실내 연습장을 여섯 바퀴 도는데 생각보다 숨이 차지 않는다. 오늘 미니 경기도 제법 괜찮겠다 싶었다.
우리가 물을 마시고 숨을 고르는 동안 감독은 스텝 연습하는 도구를 정리한다. 인원수에 맞게 공을 넣어준다. 오늘은 무엇을 배울까? 컨트롤이다. 세 종류를 배웠다. 인사이드 컨트롤, 발바닥 컨트롤, 발등 컨트롤.
인사이드 컨트롤은 처음 배워 본다. 나한테 공중으로 공이 오면 인사이드로 공을 살짝 누른다. 공중에 있을 때보다 땅에 공이 있어야 내가 좀 더 편하게 공을 찰 수 있다. 누른다고 해서 공을 서게 하는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공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오른발 인사이드 컨트롤을 하면 공이 왼쪽으로 간다. 내 몸도 따라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을 받기 전에 미리 상대 선수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왼쪽에 상대 선수가 있다면, 나는 오른발 인사이드 컨트롤을 하면 안 된다. 반대로 왼쪽 인사이드 컨트롤을 하면 공이 오른쪽으로 향하고, 이쪽에 상대 수비수가 없어야 할 수 있는 동작이다.
쉽지 않다. 처음 배우는 기본기 중에서도 제법 잘 되는 게 있는가 하면, 하면서 조금씩 나아질 때도 있다. 30퍼센트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뭔가 부자연스럽다. 타이밍을 못 잡거나, 공과 내 발의 위치가 맞지 않았다. 감독은 시범을 보여주며 설명도 여러 차례 했다. 우리가 하면 피드백도 해줬다. 자세를 더 낮춰야 한다거나 인사이드가 지면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나마 조금 나아진다. 시범 동작을 보고 내가 해보니, 가장 큰 문제점을 고칠 수 있었다. 공중에 공이 있다고 해서 다리를 골반까지 들어 올려야 하는 건 아니었다. 발에 닿을 때에는 공과 발이 지면과 가까운 게 좋았다. 일단 이 점에 신경 쓰면서 하니 좀 더 나아졌다. 여기에, 자세를 낮추면 조금씩 공을 컨트롤할 수 있었다. 아직 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왼발로 바꾼다. 주발이 아니어서 평소에도 힘이 없는 발이다. 부상 후에는 더 약해졌다. 발에만 힘을 준다고 생각하고 갖다 대는데, 몸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니 제대로 되지 않는다. 모두 다 연습이 되지는 않았는데 다음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는 발바닥 컨트롤이다. 배워 본 적 있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익숙하지가 않다. 공이 튕겨져 나간다. 역시 타이밍을 잡는 게 쉽지 않다. 상대가 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던진 공을 발로 컨트롤하는데 말이다. 공이 앞으로 튕겨 나가면 멀리 가서 뛰어가 잡게 된다. 몇 번 그렇게 하다가, 케이지를 바라보며 던졌다. 이 컨트롤은 상대가 내 앞에 없을 때 할 수 있다. 공을 세우는 게 목적이 아니다. 나에게 오는 공을 컨트롤해서 공이 앞으로 나가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인사이드 컨트롤보다는 조금 더 잘했다.
마지막으로 연습한 건 발등 컨트롤이다. 일명 순두부 컨트롤이라고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기본기이다. 자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끔 있는 일인데 공이 내 발 위에 살짝 멈춰 있을 때가 있다. 이때 희열을 느낀다.
컨트롤 연습을 마친 후, 패스 연습을 한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오른발로 패스 연습. 이후에 왼발 패스를 한다. 서 있는 자리에서 패스 연습을 하다가 움직이면서 주고받는 연습도 한다. 사람이 앞으로 가면 패스를 하고 받은 사람은 다시 공을 준다. 그리고 원래 내 자리로 돌아가서 공을 받는다.
10분 동안은 또 다른 패스 연습을 한다. 이번엔 다 같이 섰다. 세모 모양으로 서서 한쪽 방향으로 공을 찬다. 오른발 패스 연습을 하려면 나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에게 공을 주면 된다. 줄 때는 오른발로 찰 수 있게 차는 게 좋다. 차고 나면 내가 찬 곳으로 뛰어간다. 집중이 잘되지 않길래 보니까 물도 마시지 않고 45분 넘게 연습을 했다.
드디어 미니 경기다. 오늘은 작전을 짰다. 그동안은 작전 없이 했는데 처음이다. 4 대 1 경기이니까, 둘씩 나눴다. 수비 두 명, 공격 두 명이다. 힘들면 바꾸기로 했다. 20분 내도록 하나의 포지션만 맡으면 다리가 내 마음처럼 안 움직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오늘은 2주 만에 하는 경기이다.
몸풀기할 때 숨이 차지 않았으니까 괜찮겠지 싶었는데 아니었다. 시작한 지 3분 되었을까. 이때부터 숨이 차기 시작했다. 살살 걷다가 한두 번 더 달린 후에는 수비에게 바꿔 달라고 했다. 골키퍼를 봤다. 키퍼인데도 불구하고 손을 잘 쓰지 않는데 오늘은 의도적으로 손을 썼다. 왜냐하면 감독도 골대 라인 안에 공이 들어가면 손으로 잡은 다음에 공을 차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갔기 때문이다. 내가 공을 잡았다는 말은 상대가 이 근처에 있다는 말. 뻥 차서 골대 안으로 넣어도 상관없지만 이렇게 골을 넣고 싶지는 않다. 나도 요즘 축구의 흐름인 ‘빌드 업’을 하고 싶다. 공을 차면서 같은 팀 사람들에게 뛰어가라고 했다. 처음에 내가 공을 바로 패스할지 몰랐던 감독은 당황했지만, 이다음부터는 재빨리 본인 진영으로 가서 수비를 한다. 먼저 선제골을 넣었다가, 동점이 되었고, 역전도 되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봐준 건 아니라고 본다. 오늘은 동점으로 경기가 끝났다.
집에 오는 길에, 컨트롤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인사이드 컨트롤. 연습할 때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려보면서 따라 했는데도 잘 안 됐다. 운동 신경이 없는 편이 아니어서 조금 배우면 제법 따라 하는데, 오늘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처음 하면 그렇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동안의 훈련도 제법 잘 되는 거였지 계속 잘하는 건 아니었다. 꾸준히 정확한 동작을 했던 건 아니라는 뜻이다. 무슨 일이든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내가 했던 일 중 ‘자기화’를 만든 것은 늘 문제가 있었다. 잘 안 되는 점이 있었고, 내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아이 중심으로 살면서 나를 잃어버린 후에 다이어리를 쓰면서 내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지금 쓰는 다이어리는 그동안 써 온 다이어리의 장, 단점과 가치관을 담아 만든 양식이다. 이 과정에서 순탄하게 흘러간 적은 없었다. 일단 내 시간이 없다는 것, 나를 잃어버린 채 살고 있다는 문제점으로 시작했다. 다이어리 유목민으로 지냈을 때도 있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안 쓴 다이어리는 두고 새로운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한 달 쓸 때도 있었고, 조금 더 길게 반년을 기록하며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쓰면서 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했다. 하루를 계획하고 이대로 보내면 좋겠다 싶었다. 시간보다 할 일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지 않은 다이어리를 버려야 하나 싶었는데 다시 꺼내 보면서 바라는 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 덕분에 틀을 만들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쉽게 다이어리를 한 권 다 채웠다면, 나는 그만두었을지도 모르겠다. 긴장과 도전의 느낌이 없는 건 뿌듯함도 없기 때문이다. 한 권을 다 채우지 못해서 그냥 쓰지 말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다양한 양식을 써보며 만든 거라 지금 이 다이어리가 소중하다. 내 시간을 갖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으나 지금은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걸 나눠주고 꾸준히 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꾸준히라고는 했지만 그들도 시행착오를 거쳤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야 더 간절하고 애틋해진다.
집으로 가는 동안 인사이드 컨트롤이 맴도는 거 보니, 하나 얻고 싶은 게 있나 보다. 완벽? 마스터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공이 잘 안 맞더라도, 다음 동작이 부자연스럽더라도 ‘나는 안돼. 못하겠어.’하면서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뿐이다. 안 되더라도 하면 좀 더 나아지고 익숙해진다. 쉽게 이룰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축구를 통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