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하는 오만가지 생각 중
20분 러닝 앤 스텝
50분 기본기 훈련
드리블, 인사이드 터치, 아웃사이드 터치, 씨져스, 보디 페인팅 연습.
20분 미니 경기
4 대 1(감독님)로 붙음. 0 대 2로 패.
평소에는 여섯 바퀴. 오늘은 일곱 바퀴 달리기. 사이드 스텝, 크로스 스텝, 뒤로 사이드 스텝. 뒤로 크로스 스텝. 이름 모르는 두 가지 스텝 연습. 사다리, 벌집 모양 말고 작은 콘을 세워 놓고 하니 발에 콘이 자꾸 걸린다.
사는 게 참 이상하지. 누가 내 인생에 참견하고 지적하면 그를 안 보고 싶어 하는데, 콘은 걸리면 제자리에 두네. 내 발이 콘이 닿아서 그런가 보다. 맞네. 내가 참견할 때는 상대가 원하지 않아도 하게 되는데, 누군가 내 삶에 간섭한다 싶으면 멀리하려 하는구나. 듣기 싫은 이유가 어쩌면 그게 사실이라서,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면이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도움 달라고 얘기하기 전까지는 듣는 쪽으로, 말을 하더라도 스스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질문을 해봐야겠다. 또, 누군가 내 인생에 참견한다면 감정으로 대하는 경우는 피하는 게 맞겠지만, 내가 직시하지 못하는 부분을 짚어주는 사람이라면 이제 더 이상 거리 두려고 하지 말고 곁에 두어야겠다.
한 사람 당 수비수 두 명이 있다. 오늘 수비수는 160센티미터의 내 키만 한 노란 봉 하나와 무릎까지 오는 파란색의 꼬깔콘이다. 봉에서 콘까지 드리블해서 간다. 콘에서 인사이드로 돌고 드리블을 해서 원래 자리까지 돌아가는 연습을 했다. 왼발 열 번, 오른발 열 번을 한다. 파란색까지 가는 방법을 바꿔서도 한다. 드리블 대신 왼발로 인사이드 터치 두 번, 오른발로 인사이드 터치 두 번, 다시 왼발. 그러면 오른발로 인사이드 터치를 하면서 콘을 돌게 된다. 올 때도 터치 두 번씩 하는 걸로. 열 번 하고 나면 시작하는 발을 바꿔 출발한다.
주말에 팬텀 연습을 했다.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공을 발 안쪽에 둔 다음, 인사이드로 터치하는 연습을 하는 거다. 내 다리 사이에서 공이 움직이고,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좋다. 이걸 해서 그런지 인사이드 터치하는 느낌이 좋다.
그래도 구분할 필요는 있다. 익숙해서 편안하고 좋은 느낌인 건지, 제대로 해서 잘한다는 생각을 하는 건지. 나는 다이어리를 쓸 때가 그랬다. 이제, 쓰는 데는 익숙해졌다. 그래서 다이어리 쓰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변화의 관점에서는 아니다. 뭔가 달라지려면 목표에 맞게 제대로 된 방법을 써야 한다. 내 경험상 편안한 상태가 지속될 때는 '잠깐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을 인사이드로 차는 것은 내가 이제까지 축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동작이다. 자주, 많이 해서 느낌이 좋은 건지 맞춰야 하는 부위에 제대로 맞추고 있는지. 후자가 중요하겠다. 뭐든 제대로 해야 한다.
드리블, 인사이드 터치 다음은 아웃사이드 터치다. 나는 이 연습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더 많이 뛰기 때문이다. 운동이 되는 느낌이 든다. 숨도 차고 땀도 난다. 아웃사이드 터치는 발의 새끼발가락 아랫부분으로 공을 맞히는 것이다. 왼발 아웃사이드 터치를 한다고 하면, 두 번째에 공이 닿고 나서 바로 공을 따라 뛰어야 한다. 바깥으로 나가는 공을 잡기 위해서이다. 발만 가는 게 아니라 내 몸이 따라가서 공을 잡았을 때, 해냈다는 느낌 때문인지 이 동작은 재미도 있다.
남편의 말이 생각난다. 운동해야겠다는 말을 했을 때, 남편은 요가나 필라테스를 빠뜨리지 않고 추천했다. 유연해지고, 코어 힘도 생기고, 밸런스도 잡힌다는 이유로. 나는 싫었다. 정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막상 배워보니, 땀도 나고 운동하는 느낌이 있어 기존의 생각은 달라졌다. 그래도 축구 센터에 와서 '성인반(여성)' 글자를 봤을 때, 꼭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뛰고, 땀나고, 움직임이 많고. 나는 일단 운동은 움직임, 그것도 공간의 이동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요가는 매트 위에서 하니, 선호하지 않는 운동이었던 것이다. 운동하는 느낌, 움직이는 느낌이 좋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 기분이 울적할 때도, 뭔가 고민이 있을 때도, 아이들 일로 속상한 일이 있어도,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할 때도 움직여야 한다. 이 움직임에는 몸을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생산하는 활동도 포함한다. 꼭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면 된다. 그걸 찾지 못하면 내 존재 가치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주부로 지냈을 때는 내가 이 세상에 왜 왔나 싶었다. 책과 드라마를 통해서 나는 '누군가를 돕는 일'을 좋아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강사로, 작가로, 코치로 살아간다. 돈을 못 벌 때도 있었지만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은 하나 덕분에 버티고 이겨내고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번엔 속임수 연습을 한다. 파란 콘 근처까지 드리블해서 가는 도중에 보디 페인팅 또는 시저스 후 아웃사이드 터치를 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돌아오는 게 아니다. 수비수를 제쳤으니 앞으로 치고 나가면 된다. 이런 건 연습할 때는 되는데 경기에서는 왜 나오지 않는 건지.
실전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첫째, 동작이 몸에 익지 않아서. 즉, 훈련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둘째, 활용해 보겠다는 계획도 없어서. 아무리 몸에 익어도 어떤 상황에서 쓸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일도 부족했다. 셋째, 하다가 뺏길 거 같아서. 아무래도 감독님 앞에서 하려니 겁부터 먹게 된다. 뺏기면 바로 역습이 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많이 해 본 동작만 한다. 그러니 나아진다는 느낌도 없다. 기술 따로 경기 따로인 상태이니까.
세 가지 이유에 대해 하나씩 짚어보자. 첫 번째, 선수가 아니니까 훈련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결정하면 된다. 내가 실전에서 해보고 싶다면 시간을 늘려야 한다. 시간이 안 나면 포기해야 한다. 연습을 하지도 않고 실력이 나아지는 걸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두 번째, 이미지 트레이닝은 충분히 해볼 수 있다. 우리 가족은 <뭉쳐야 찬다>, 축구 경기 하이라이트를 같이 본다. 그들의 경기를 통해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 수 있다. 그냥 보지 말고, 선수의 움직임, 상황을 좀 더 관찰하고 집중하면서 봐야겠다. 세 번째, 일단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뭐가 문제인지를 모른다. 빼앗기더라도 한 번 해보는 게 필요하다. 몸 전체가 덜 가서 상대가 속지 않았다든지, 상대 바로 앞에서 속이는 동작을 해서 공을 빼앗겼다든지. 일단 해봐야 뺏기는지 치고 나가는지도 안다. 결론은 훈련하거나 욕심을 내려놓거나, 이미지 트레이닝은 충분히 할 수 있으니 해보고, 실패할까 두려워하지 말고 해 보기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잠깐 물 마시는 시간을 갖은 후, 패스 연습을 한다. 패스, 리턴, 뛰어가고 몸을 열어서 받는 연습. 지난달에 패스받을 때 몸을 열어서 받는 동작을 배웠다. 그때는 잘 됐는데 하는 방법 설명 없이 바로 하니까 잘 안된다.
복습이 필요하다. 배우는 시간이 있었으면 혼자 익히는 시간도 있어야 실력이 는다. 글쓰기 분량이 늘었던 때가 생각난다. 첫 개인 저서를 쓸 때, 분량으로 스트레스받았는데 어느 순간 편하게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이유를 찾았다. 정해진 분량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글쓰기 연습을 했기 때문이다. 배운다고 해서 내 것이 되는 게 아니다. 나 혼자 정리하고, 이해하고, 몸에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니 경기를 앞두고 네 명 중 세 명이 바닥에 앉았다. 훈련이 힘들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런 적도 없었다. 이유도 알 거 같다. 둘 중 하나다. 진짜 훈련이 힘들었거나, 지난주에 쉬어서 몸이 힘들어하거나. 지난주에 내가 빠진다고 하니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서 참석 여부를 확인해, 한 주 쉬었다고 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 같이 수업 듣는 사람들 모두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래서 뛸 수는 있을까. 그럼 운동이 힘들었을까? 이제까지 수업을 본다면, 오늘 수업은 많이 힘든 축에 속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다. 힘들면, 밤 10시 30분에 집에 와서 눕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된다. 나는 바로 샤워를 했고, 오늘 배운 걸 잊어버리기 전에 글로 남기고 있는 중이다. 훈련 그 자체만 보면 힘들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것.
쉬어서 그렇다. 최근 4주를 보면, 한 번 가고, 그다음 주 쉬고. 2주 만에 가서 연습하고 또 빠졌다. 그렇다고 주중에 운동을 열심히 하지도 않았으니 힘들어할 수밖에. 힘들 때 진짜 힘든 상황인지 아닌지, 한발 물러나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인정을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나 게을러라고.
미니 경기 시작. 선제골을 넣었지만, 상대는 곧 쫓아왔다. 후반전에는 엎치락뒤치락을 하다가 감독님의 승으로 끝이 났다. 오늘 미니 경기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배운 걸 써먹고 싶다. 매일 하는 게 똑같다. 드리블, 패스, 슛. 다 배운 내용이지만 드리블해서 보디 페인팅도 한 번 하고, 패스해서 리턴 받고, 볼 컨트롤도 해보고.
경기에서 안 나오는 이유는 뻔하다. 충분한 연습이 되지 않았기 때문. 노력하지 않으면서 기대는 하고. 일주일에 한 번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거나 욕심을 버리거나. 기대하려면 기본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또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하다. 배운 걸 써먹어 보려는 생각을 한다는 그 자체가. 그만큼 축구에 대한 마음도 있고,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오늘은 하나 콕 집어서 삶의 태도를 배우기보다는 배웠던 내용 모두에서 하나씩 느낀 점이 있었다. 사람들은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이 중에는 깊게 고민하지 않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오늘 뭐 먹지?' '오늘 뭐 하지?' '만나면 뭐 하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정리이다. 축구를 배우며 인간관계, 제대로 하기, 삶의 이유, 시간과 노력, 익히는 시간, 직시, 노력과 열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오만가지 중에서 일곱 개. 축구 덕분에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이런 생각 덕분에 내 삶도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이러니 더 좋아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