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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가볍게

실전 연습을 하면서

by 벨리따 Dec 10. 2024

오랜만에 센터에 수업 전에 도착했다. 시환이가 야외 훈련을 하는 날에는 집에 8시 20분에 도착한다. 내 수업은 8시 40분부터 시작이다. 집에서 15분이 걸린다. 남편이 타고 온 차를 바로 타고 간다 하더라도 거의 수업 시간에 맞춰 도착을 한다. 오늘은 눈이 내려서 야외 훈련을 진행하지 않았다. 남편도 퇴근해서 7시에 집에 오고 시환이도 8시 전에 집에 도착했다. 내가 옷을 갈아입고 있지 않으니까 남편도 시환이도 오늘 운동을 가지 않냐고 묻는다. 8시 20분에 출발해서 수업 10분 걸려 도착했다. 우리 수업 전에는 초등 고학년의 수업이 있다. 아이들은 날아다닌다. 칭찬을 받으며 수업을 마친 아이들, 나도 저 나이에 축구를 하면 칭찬받지 않을까? 칭찬을 받고 싶은 걸까? 나이를 먹었어도 칭찬은 주기적으로 들으면 좋다. 칭찬과 인정, 이 두 개는 일은 하는 사람에게도 전업주부에게도 듣기 좋은 말이다. 자존감이 올라가고, 나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듯해서. 




오늘도 일곱 바퀴 돌았다. 스텝 연습을 한다. 피치로 시작했다. 그다음으로 사이드 스텝과 크로스 스텝을 이어서 하는 걸 연습했다. 하나만 연습할 때는 자연스럽게 했는데, 두 개를 붙여서 하니 동작이 몸에 익지 않아 어색하다. 처음 축구를 배울 때가 생각난다.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사이드 스텝이 안 돼서 훈련 도구인 사다리 모양의 스텝 레더를 사서 집에서 연습했다. 이제 다시 꺼내야 할 때인가. 

기본기 훈련 시간. 경기에서 할 수 있는 걸 연습했다. 단계가 올라가고 있다. 처음에는 동작 하나만 배웠다. 패스 자세, 드리블할 때 발의 어느 부위를 맞혀야 하는지, 시져스와 보디 페인팅을 할 때 몸 중심 이동처럼 기본자세, 발의 방향, 공이 맞는 부위에 대해서 배운다. 그런 다음 연결시킨다. 드리블하다가 패스. 드리블하다가 시저스 후 패스 이런 식이다. 오늘은 움직임도 같이 했다. 축구 경기에서 보면 패스를 주고 바로 다른 공간으로 움직인다. 패스하고 나면 곧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게 중요하다. 드리블, 페인팅, 패스, 다른 공간으로 움직이고, 리턴.  

이 연습 좋았다. 선수들도 이런 걸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드니 숨이 차고, 물 흐르듯 연결이 되지 않아도 집중해서 하게 된다. 


슛 연습도 했다. 오랜만이니까 일단 자세부터. 내가 부상 입고 쉬는 동안 슛 연습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내 기준으로 본다면 일 년 만에 배운다. 자세를 가르쳐 주지 않고 일단 동작을 해보라고 한다. 그동안 배운 게 있으니까.  

남편이 시환이한테 슛 동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집중해서 들은 게 아니다 보니 어렴풋하게 기억한다. 오른쪽 다리는 쭉 뻗고, 왼팔은 앞으로 펼쳐 뻗은 다음 공이 맞을 때는 폴더폰처럼 몸이 접혀야 한다고 했다. 공은 발등에 맞아야 하고. 다리는 뒤에서 오지 말고, 옆에서 와야 한다고 했었다. 미니 경기 외에는 축구를 해 본 적이 없으니 가족과 축구 연습을 하러 가도 슛 연습은 하지 않았다. 시환이 공 차는 실력이, 특히 롱킥과 슛 감각이 는 걸 보니 따라잡고 싶어서 해 본 적이 있다. 자세가 이상해서이겠지. 고관절에 통증이 있어서 더 이상 슛 연습을 하지 않았다. 그 후로도 한 번씩 했는데 할 때마다 같은 부위가 불편하다. 아프면 며칠 가기도 하고. 오늘도 겁부터 난다. 


감독님과 남편, 차이는 있다. 남편은 내가 공 한 번 차고 나면 하나씩 다 짚는다. 잘못된 자세나 위치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이론을 설명한다. 나름 운동 감각이 있는 편이라고 자부한다. 그래서 내가 공을 차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낌으로 알고 있다. 머리로는 발등을 맞혀야 하고, 다리는 옆에서 와야 하는 걸 알면서도 몸이 그렇게 따라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동작으로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발등에도 맞춰보고, 발끝에도 걸려보고, 발목에 가까운 부위로도 차 보면서 제대로 된 동작을 배우고 감을 잡는다. 문제는 정확한 부위에 맞히는 연습을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 할 때마다 다른 부위에 맞는다는 거다. 남편과 감독님, 두 명 다 나의 문제점을 짚어주는데 남편은 말이 길어진다. 그만큼 설명했는데 정확도가 떨어지니 답답해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렇게 꼼꼼하게 알려주는 남편 덕분에 수업에 가면 이해는 잘 되는 편이다. 감독님의 설명과 남편이 하는 말이 같으니, 전문 자격증이 없고 선수 출신이 아닌 남편의 말을 귀담아들어야겠다며 생각하게 된다. 아쉬운 사람이 매달리게 되어 있으니, 지금은 남편한테 기대고 있다.  

동작만 해보라 해서 공 앞에서 멈췄다. 끊어서 하니 뭔가 되는 느낌이다. 혼자 연습할 때는 공을 차도 세지가 않았다. 오늘은 속도부터 다르다. 이전에는 주로 땅으로 갔었는데 오늘은 공이 골대의 중앙 위치에, 위에 맞는다. 골이 되기도 하고, 골대 밖으로 차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같이 수업 듣는 사람들도 발등보다 다른 부위가 더 맞으니 리프팅을 잠깐 했다. 주로 발목에 가까운 부위에 맞고 있어서 아프다. 차라리 발등을 맞으면 덜 아픈데. 슛 연습이나 리프팅은 가족끼리 축구하러 갔을 때 혼자서 연습을 해봐야겠다. 확실히 리프팅 개수가 늘어나니까 공 차는 게 좀 더 편해진 걸 느낀다. 지금도 연습량은 부족하지만 리프팅은 좀 더 집중해서 연습해 봐야겠다. 



미니 경기. 오늘은 찰떡 파이 내기다. 시작하기 전에 작전을 짰다. 오늘 작전은, ‘도와주기’이다. 우리 팀의 공격 상황이라고 한다면 내가 감독님을 1 대 1 상황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패스다. 패스하려고 하면 적당한 자리에 없었다.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그 상태에서 공을 약하게 차면 감독님이 중간에 가로채 갔다. 공 잡으면 최대한 가까이 가야 한다는 걸 기억하고 경기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이동할 때 사람 사이로 지나간 거다. 우리 팀과 감독님 사이를 가로질러 간 적이 있다. 또는 우리 팀 사람이 공을 잡고 있는데 바로 앞으로 지나간 적이 있다.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닌데 속도나 방향을 순식간에 바꾸면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 그동안은 이랬던 적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너무 '가까이'에만 집중해서일 수도 있겠다. 다음 주에는 어떻게 경기를 하는지 봐야 한다. 습관이라면 고치고. 


우리끼리 간격을 좁혀서 그런 건지 전반전이 다 끝났을 때쯤 8점 차이가 났다. 최종 점수가 3 대 0으로 끝난 것은, 지는 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이기고 있는 팀의 점수를 차감하며 계산하기 때문이다. 3 대 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가 골을 넣으면 2 대 0이 되는 것이다. 감독님이 봐준 것도 아닌데 우리가 이겼던 건, 가까이 있으려고 한 덕분이다. 이제 실마리를 찾아가는 걸까. 




오늘 연습, 실전에서 이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다. 드리블, 페인팅, 패스, 움직인 후, 다시 공 받아 공간으로 패스하기. 점수가 날 수 있는 상황에서 골로 연결시키기.  대 1이 안 통하니까 협력하면서 공격과 수비하기. 이 모든 것은 내가 축구 경기라는 무대에서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 연습하며 내 실력을 쌓아야 한다. 

서하는 세 살부터, 작든 크든 무대를 경험했다. 어린이집에서는 재롱잔치, 유치원에서는 피아노 연주, 동요 그리고 춤 공연, 학교에서는 클라리넷 연주를 해봤다. 세 살 일 때는 내가 연습을 시킨 것도 있었다. 서하와 마주 보고 ‘아기 상어’ 노래에 맞춰 같이 율동했다. 학부모들이 많이 있는 상황에서 긴장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은 몸에 익도록 연습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 살, 다섯 살에도 율동과 노래를 계속 연습한다. 나와 연습은 네다섯 번 정도, 혼자서는 하고 싶은 만큼. 그래서인지 서하는 무대에 서면 여유가 있다. 입장하고 나면 자기 자리를 찾을 줄 안다. 가족이 어디 있는지 또는 관객이 얼마나 있는지 둘러보기도 한다. 손도 흔들어 준다. 말로는 떨린다 하면서도 웃으며 손 흔드는 모습을 보면 무대 체질인가 싶기도 하고, 무대를 즐긴다는 생각마저 든다. 엉엉 울고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귀엽지만 관객의 반응을 살피고, 지휘자의 손짓도 봐가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모두 연습한 덕분에 무대에서 나타나는 것이라 믿는다. 


수학 능력 시험도, 취업도,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에 대한 결과로 등급을,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다. 공연일이라는 시점, 시험이라는 경쟁 속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의 연습과 훈련을 통해 실력을 차츰 쌓아간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시간과 노력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은 맞다.   

인생에서는 어떨까? 매일매일이 실전이다. 그렇다면 눈을 뜨고 있는 동안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말인가? 매일 새로운 날인데, 꼭 어떤 모습을 이른바 아웃풋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뜻일까? 이렇게 살면 강박에 사로잡힐 것만 같다. 열심히, 바쁘게 살지 않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다. 다들 N 잡에, 시간을 초와 분 단위로 살아가고 있다. 처음 해보는 일, 만나는 하루. 어느 누가 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힘든 시기를 겪은 사람들은 이 또한 지나간다고 쓰러지지 말고 버티라고 말한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열심히, 아등바등하며 살았던 날들을 후회한다고 했다. 인생이라는 무대를 좀 더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한다 생각하며 보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보다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누려도 제법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실전에 대비하는 연습을 통해 인생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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