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쉴 수는 없는 휴가 기간
여름휴가 기간. 보통의 사람들, 특히 직장인이라면 휴가 때 본업을 하지 않는다. 쉬거나. 가족 또는 친구와 추억을 쌓거나. 여행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굳이 휴가를 가서까지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혹여 업무와 관련된 독서, 공부, 구상 정도는 하더라도 서류나 자료를 챙겨 와 쉬는 날에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렇다면 운동선수는 어떨까? 그들의 본업인 운동을 쉬어야 할까? 실제로 휴가 기간에, 연습이 없는 날에 훈련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선수는 없다. 휴식을 가지는 동시에 부족한 부분을 연습한다. 나는 운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다. 취미로 주 1회 센터에 가서 90분 동안 축구를 배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는 날, 휴가 기간에도 축구 실력을 유지 또는 향상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축구에 맞는 근육을 유지하고 키우면, 휴가가 끝난 뒤에 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운동하는 사람에게는 쉬는 일만큼이나 운동을 꾸준히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휴가라고 해서 쉬면 단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때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왔을 때 이전의 상태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중에 세 가지만 적어보려 한다.
첫째, 체력이 떨어진다. 축구를 전, 후반 다 뛰면 90분이다. 아무리 20년을 훈련했다고 하더라도 2주를 쉬고 난 다음에 경기를 뛰라고 하면 풀타임을 소화하기가 힘들다. 체력이 떨어지면, 몸이 무거워진다. 그 말은 달리기가 느리다는 말이고, 맡은 포지션에서 보여야 할 능력을 펼칠 수가 없다. 체력을 올리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직업으로 축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감독은 이 선수에게 선발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프로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니까. 그러려면 리그가 끝난 휴가 기간에도 또 연습이 없는 날에도 운동은 필요하다. 선수뿐만이 아니다. 취미로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쉬었다가 뛰면 힘들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다시 몸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오히려 평소에 조금씩이라도 운동하는 게 더 낫다.
둘째, 근육 힘이 약해진다. 축구에 맞게 발달시켜야 하는 근육이 있다. 근육을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이 있다. 잠도 충분히 자야 하고, 단백질도 섭취해야 한다. 식단 조절도 필수적이다. 운동이 빠질 수 없다. 운동을 해야 근육이 만들어진다. 만약 하지 않는다면, 인대가 약해진다. 이 말은 부상 입기가 쉬워진다는 말이다. 선수에게도, 좋아서 하는 사람에게도 부상은 피할수록 좋다. 부상을 방지하고 기존의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정해진 시간만큼 하는 게 필요하다.
셋째,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거나 공 간수를 하지 못한다. 운동을 하지 않고 쉬면 체중이 증가한다. 운동하지 않았으니까 근육량은 떨어진다. 이런 몸이 되면 뛰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순간 스피드를 내야 할 때, 공을 빼앗길 수도 있다. 갑자기 방향 전환을 하는 경우라면 멈출 때 속도가 느려지니까 불리한 상황에 처한다. 또, 공을 발에 맞춘 적이 없으면 정확하게 컨트롤을 하지 못한다. 이런 공은 상대에게 넘어가기 쉽다. 내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차 줄 수 없다.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쉬었더니 퇴보한다.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여름휴가 때, 본업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직장인의 경우라면, 회사 일을 집이나 여행지까지 가지고 가지 않는다. 회사 일 생각을 하더라도 일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고, 계획을 세우고, 문제점을 점검해 보는 정도. 회사에서 하는 그 일을 하지는 않는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매장, 직원, 고객 관리가 그의 역할이다. 휴가지에서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에 가서 메뉴, 재료, 서비스 등을 분석할 수는 있으나 그곳에서 운영을 하지 않는다. 집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는 고객의 요구에 맞게 설계 도면을 그리는 일을 한다. 휴가지에 가서 그 일을 하는 게 가능할까? 보고 싶은 건물이 있는 곳으로 떠나 디자인을 분석하는 일은 할 수 있을지라도 그곳에 가서 캐드가 설치된 컴퓨터를 열어 도면을 그리는 일을 하는 사람. 절대라고는 못하겠지만 흔치는 않다. 운동선수는 다르다. 그들은 경기를 치르고, 여기에 맞게 훈련하는 사람이다.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안 쓰면 실력이 떨어진다. 장기를 배우고 나면 그 규칙을 알게 된다. 5년이 지나도 알고 있다. 운동이 이런 거라면, 휴가에 가서 놀면 되지만 그렇지 않다.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주 1회 가는 수업,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재미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축구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빠지지 않고 매주 갔다.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 중에서 한 주 빠지고 이 주일 만에 오는 사람이 있었다. 수업을 한 번 빠지면 다들 힘들어했다. 처음에 달리기를 할 때부터 숨이 차다. 뒤에 쳐져 있다. 보통 여섯 바퀴를 달린다. 반도 뛰지 않았는데 걷는 사람도 있었다. 마지막 미니 경기를 뛰면 더 힘들어한다. 경기는 20분 동안 진행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 동안 계속 뛰는 게 아니다. 뛸 때도 있고, 천천히 달릴 때도 있고, 뒤에서 지켜볼 때도 있다. 20분 중에서 집중해서 20분을 다 하는 사람이었다고 하더라도 쉬었다가 오면 전반 5분인데도 쉴 때가 있었다. 적극적으로 공격이나 수비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 에너지를 쏟아붓는 시간이 전반에는 5분이었다고 한다면, 후반에는 그보다 적은 3분이다. 이 모습을 보고 나니 되도록이면 빠지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23년 12월에는 금요일이 다섯 번 있었다. 매주 수업을 하지만 한 달 4회 기준이다. 다섯 번이 있으면 한 번은 쉰다는 말이다. 쉬고 2주 만에 갔다. 겨울이라 다른 계절보다 덜 움직이는 것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쉬었다가 가니 숨이 차서 폐가 허연 느낌이었다. 엑스레이 찍으면 폐에 뭔가 차 있는 게 보일 거 같은 느낌. 운동을 한 지 반년이 지났는데 쉬고 오니 달라기를 할 때부터 헥헥거린다. 스텝 연습을 하면서도 언제 물을 마실 수 있는지 시계만 자꾸 쳐다본다. 몸풀기와 미니 경기는 각각 20분 정도씩 한다. 이를 제외하면 50분은 기술 훈련 시간이다. 패스, 드리블, 보디페인팅, 볼 컨트롤 등을 한다. 제자리에서 연습하지 않는다. 움직인다. 한 겨울인데도 땀이 나서 오른팔을 들어 옷으로 이마의 땀을 닦는다. 기본기 훈련을 하면서 오늘은 미니 경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 마시고 싶다는 말도 쉽게 꺼내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시간을 확인하고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들어하는 게 보였던 걸까. 기본기 훈련 시간이 좀 더 길어졌다. 미니 경기는 20분 보다 덜 뛴다. 그마저도 다 뛰는 게 아니다. 나는 딱 초반 3분만 움직일 수 있었다. 실내이기 때문에 많이 뛰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 다리가 말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그 정도였다. 이후에는 골키퍼를 본다. 골키퍼도 집중력이 높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체력이 부족하니까 경기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골을 먹히거나 반응 속도가 느려 먹혔다. 쉬는 게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을 쉬기만 하고 와서 뛰어보니까 알게 된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휴가 기간에 한국에 오면 개인 훈련을 계속한다. 이를 알면서도 나는 취미로 배운다는 이유로, 그들은 선수니까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24년 11월, 금요일이 또 다섯 번 있다. 투표로 첫째 주 금요일에 쉬기로 했다. 수업 이틀 전에 결정했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다른 일을 한다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금요일에는 남편과 술 한잔할 생각에 운동을 아예 떠올려본 적도 없다. 주말이 되니까 생각이 났다. 마침 가족과 함께 연세대학교에 공을 차러 갔다. 나는 노트북을 가지고 카페에 바로 가려고 했었다가 생각을 바꿨다. 체력이 좋은 상태도 아니다. 발목은 여전히 아프다. 무엇보다도 2주 만에 가면 또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했다. 센터 가서 하는 시간, 강도만큼은 아니다. 카페 가기 전에 20분 동안 패스 연습을 했다. 집에서는 한 발로 균형 잡는 연습을 한다. 근력 운동을 하면서 한 발로 서 있는 동작을 한 번이라도 한다. 밸런스 매트 위에서 균형도 잡아본다. 목요일에는 여유가 있는 편이라 원주천에 가서 달리기도 해야겠다며 일정을 살펴본다. 갑자기 생긴 일정으로 달리기는 못 했지만.
운동을 더 했어야 했다. 기본기 훈련 50분을 하는데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계속 기술을 배우니까 막판에는 집중이 되지 않았다. 자리 움직이면서 패스 연습을 하는데, 차고 가만히 있거나 받을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 미니 경기 때는 초반에 3분을 뛰고 나니 숨이 찼다. 체력이 받쳐주는 날 같았으면 골 먹힐 거 같은 느낌이 들 때 전력 질주를 해서 슛을 자유롭게 차지 않도록 가까이 붙을 텐데, 오늘은 그럴 힘도 없다. 이런 일이 있을 걸 예상해서 중간에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려 했던 건데, 다른 일에 밀려 운동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역시, 후회를 덜 하려면 머리로 아는 것을 실제로 행해야 한다.
자전거 타기처럼, 장기 두는 것처럼 쉬더라도 금방 균형을 잡고, 규칙이 기억나면 얼마나 좋을까. 자전거와 장기는 처음 배울 때는 집중해야 한다.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장애물을 보고 멈출 수 있는 반사 신경도 필요하다. 핸들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장기는 말이 어떤 규칙으로 움직이는지 체득해야 한다. 체득. 자전거도, 장기도 체득이 된다. 처음에만 시간이 걸릴 뿐, 익히고 나면 즐길 일만 남았다. 반면 축구는 그렇지 않다. 스피드, 기술, 타이밍, 움직임 등 복잡한 능력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휴가라서 마냥 쉴 수는 없다.
만약 휴가를 다녀오고 나서 실력이 비슷했더라면 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력이 떨어지니까 계속할 생각을 하고, 부족한 양이지만 연습을 한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일도 이런 형태이지 않을까. 3년간 매일 책을 읽은 사람은 휴가 기간에 독서하지 않으면, 다시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5년을 중국어 공부해도 반년 쉬면 알았던 단어라 하더라도 툭 하고 나오지 않는다. 7년 동안 글을 쓴 사람이 휴가가 끝나고 자리에 앉으면 주제, 구성, 문장 어느 하나는 평소보다 머뭇거리게 된다. 10년을 직장 생활한 사람은 열흘 휴가를 보내고 나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힘들다. 일이든 공부든 축구이든 어느 것이든 또 어느 분야든 꾸준히 한다는 태도. 쉬는 날에도 어떤 형태로든 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또 행한다는 것. 축구를 통해 살아가는 태도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