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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파리, 런던의 독립서점들을 거닐다

서점 여행자의 노트 (김윤아) :: 북저널리즘

by 해나책장



여행객은 무거운 배낭을 벗어 놓고,

서가 곳곳에 파묻혀 책을 읽고 침대에서 글을 썼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공간을 찾은 방문객을

열성 독자로 만드는 것은 서점의 명확한 가치관,

그리고 이 공간에서만 해볼 수 있는 경험들이다.

오래된 서점인 줄만 알았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한 뒤,

나는 세계 곳곳의 서점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독자와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공간을 찾기 위해 여러 도시로 떠났다. p.8









서점과 도서관을 좋아한다.

얼마나 좋아하냐면 서점과 도서관이 나오는 세상의 모든 책들을 전부 읽어버리고 싶을만큼 좋아한다.


서점과 도서관이 주는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는 여러 장면들에 인사이트를 얻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도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rg9RkHuS2OI



오늘 소개하는 [서점 여행자의 노트]는 내가 참 좋아하는 책이다.

해외 여행이 자유로웠던 시절에 외국에 가게 되면 꼭 서점과 도서관을 둘러보곤 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갈 수 없으니 이 책을 보면 위안이 된다.


이 책은 너무 좋아서 총 세 번 정도 읽은 책이다.

이번에 리뷰를 준비하며 다시 읽는 동안도 세계 서점들을 여행하는듯 좋았다.







:: 책의 구성과 전반적인 소개




이 책의 저자 김윤아 작가님은 기업 홍보팀 기획자로 일하시는데

글을 상당히 잘 쓰신다.

하나투어 객원 에디터로 활동하시며 서점 여행을 주제로 여행 매거진에 글을 기고하셨다.


이 책을 요약하자면 '작가님의 여행 기록과 성장 노트'인데

서점을 돌며 영감받은 부분들에서 작가님이 가진 가치관과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

공감 되는 부분이 많아서 내적 친밀감도 높았지.



도시의 문화와 지성을 만들어가는 공간으로써 독립 서점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서점을 통해 지역 사회의 사회적 책임에 기여하는 부분에 감흥하며

자신의 내면에서 어떻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

잘 들여다보고 표현해내시는 일련의 과정들이 매끄럽다.

내가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탓이기도 하지만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밑줄을 정말 많이 치게 되었다.



이 책은 뉴욕, 파리, 런던의 독립서점을 돌며 기록한 여행 에세이이다.

책은 네 개의 챕터와 프롤로그, 에필로그로 구성 된다.




1장 대화 : 파리와 뉴욕의 서재
2장 연대 :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
3장 발견 : 책의 보물선
4장 확장 : 일상을 다시 보다




개인적으로 대화 > 연대 > 발견 > 확장이라는 챕터 구성의 흐름이 좋았고

기획한 의도가 잘 느껴져 그 흐름을 따라가며 읽기에 순조로웠다.









"뉴욕, 런던, 파리의 개성 있는 서점에서 방문객은

평범한 고객을 넘어 서점의 이웃이자 가족으로, 도시의 시민으로 성장한다.

무엇보다 책을 통해 스스로의 세계를 넓히는 독자가 된다.

세 도시에서 만난 열한 곳의 서점들은 나에게

대화, 연대, 발견, 확장이라는 가치를 알려 주었다.

도시와 시민, 삶과 취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소중한 공간,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다." p.9






내 마음에 남았던 네 개의 서점으로 리뷰를 만들어 보았다.






:: 파리 센강변에 갈 땐 부키니스트를 꼭 만나보세요.




500여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키니스트는

파리 센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초록색 천막을 친 중고 책방이다.

이 부키니스트는 프랑스 역사의 변곡점을 함께 했다.

프랑스 혁명 기간에는 시민의식을 고취하는 책들을 판매했고,

제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프랑스 군인이 독일군의 눈을 피해 비밀 암호를 전달하는 통로가 되었다.


부키니스트는 단순히 책을 거래하는 장소가 아니라

파리 시민들이 책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공동체 공간이다.

이런 의미를 살려 1991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된다.





이게 바로 헤밍웨이가 사랑한 도시의
클라스구나!!




놀라운 건 모든 부키니스트가 자신이 파는 중고책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전문가라는 점.

파리시는 부키니스트를 선발할 때 지원자가 판매하고 싶은 분야의 책을 선별할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부키니스트는 파리시의 보호를 받는 상인이고,

이들에게 중고책은 파리의 역사를 간직한 소중한 자산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파리야 기다려.

부키니스트 꼭 만나자.










"센강 변을 거닐다 보면 새로 나온 그림을 보여 주는 노르딕과

한 사람만을 위해 준비한 책을 꺼내 든 샬롯을 만날 수 있다.

철학과 역사, 영화와 문학을 즐기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강변의 서적상,

부키니스트들은 누군가 말을 걸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부키니스트와의 대화는 상품 소개나 가격 흥정 같은 상인과 손님의 대화에 그치지 않는다.

파리라는 책장에 꽂혀 있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에 대해,

개인과 사회의 의식을 확장하는 지식에 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파리는 우리가 묻는 만큼 더 넓게 펼쳐진다." p.22












:: 저는 하우징웍스 서점의

직원이 되는 꿈을 꿨습니다





나도 지난 가을에 뉴욕에 있는 하우징웍스 서점을 방문했다.

이 서점은 뉴욕 시민들의 기부로 완성되는 서점인만큼

시민의 관심사와 일상이 고스란히 반영 된다.


하우징웍스는 에이즈 운동 단체 액트업 회원 다섯 명이 만든 공간이다.

이들은 하우징웍스 북스토어 카페라는 이름으로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고,

수익금 전부를 에이즈 환자 치료와 노숙자 직업 교육에 썼다.

지금까지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약물 치료, 정신 상담, 직업 훈련 등을 제공하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최대의 봉사 단체로 성장했다.






하우징웍스에 책을 기부하는 일은
자신의 지적 깊이를 드러내는 일이며
지역의 품격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소호가 트렌디하게 변하는 동안 1996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올곧게 철학을 지켜온 서점.

작가님은 하우징웍스를 방문하신 후 에이즈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셨다고.




"나처럼 평범한 시민이 에이즈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면,

하우징웍스의 미션은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에서 살지도 않고 잠시 서점에 들렀을 뿐인 여행자의 태도를 바꾸었으니 말이다" p.30





나역시 이 서점에 방문한 후

'여기서 살게 되면 하우징웍스 직원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 블루스타킹스가 가르쳐 준 연대,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함께 고민해 주세요




블루스타킹스는 공부하는 여성을 반기지 않던 시대에

지적 욕구를 가진 여성을 비꼬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이제는 여성 권리 운동가들 사이에서

여성의 권리를 전복적으로 지지하는 의미로 사용 되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블루스타킹스는

1999년에 캐스린 웰시라는 젊은 여성 창업자가 설립한 여성 서점이다.

이 곳은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여성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운영 되는 공간이다.




"블루스타킹스는 우리에게 파란색 스타킹을 신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가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고민하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에 얼마나 다양한 색들이 있는지 충분히 인식하고,

본인이 스스로 입고 싶은 색을 고르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 서점은 어떤 선택이든 존중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p.39





이 곳에는 다양한 시민 교육 워크숍이 진행 되고

사람들은 극우주의를 막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참가자들이 함께 비건 레스토랑을 방문해 채식주의와 환경 보호에 대해 논한다고 한다.


블루스타킹스 카페에서는 공정 무역 커피, 유기농 재료로 만든 비건 쿠키를 판매하고

수익금으로 원주민을 위한 학교를 건립하고 지원한다.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소비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생각하게 된다고.



나는 도시의 공간들이 성숙한 문화를 이끌어 가고

시민들이 연대 속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지성과 성숙함에 대한 로망이 있다.

앞서 말한 파리의 부키니스트, 뉴욕의 하우징웍스, 블루스타킹스처럼

그런 성숙한 문화에 시민들이 동참하고 있다는 게

그 도시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처럼 느껴져서 무척 부럽고 감탄스러웠다.







:: 미래의 서점주인을 꿈꾼다면

아거시 서점을 공부하세요








이 책의 매력적인 서점이 정말 많이 나오는데

그 중 가장 내 마음을 뛰게 한 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아거시 서점이었다.

아거시는 1925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뉴욕의 가장 오래 된 서점으로

중고서적 수집가였던 루이스 코헨이 설립한 고서적 전문 서점이다.


지금은 그의 딸들이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 점은 서점지기들의 철학과 방향이 명확하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사람들"이며

"위험에 처해 있는 동시대 책들을 지키고 싶다"는 직업적 사명감과,

보존할 가치가 있는 책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실질적인 행동들이 연결된다는 점,

고객을 위한 맞춤형 책을 기획해주는

'풋바이북스Foot by Books' 서비스 등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다는 점 등등.



사실 이제 독립서점들이 많이 보편화 되어서

특색있는 책을 큐레이션 하고

독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상품화해서 추천해주는 건 흔한 마케팅이 되었다.


비슷한 형태가 많아질 때 분명하게 도드라지는 게

그 기획자가 가진 역량과 개성인 것 같다.

아거시 서점이 가진 자신감과 강점이 '전문성과 깊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거의 백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쌓아온 방향이라는 게

다른 서점들에겐 "넘사벽"이지 않았을까.






아거시 서점의 직원들은 서재 앞에 서는 일에 대해

"자신의 지식과 재능을 시험받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책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엄청난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책을 산지 1년이 넘어서 리뷰하기까지

총 세 번 정도 꺼내 읽었던 책인데 읽을 때마다 참 좋았다.

가 지켜가고 싶은 가치와 깊이, 올바른 태도와 정직한 신념이

가득 담긴 책이라서 그런 것 같다.



리뷰 준비하며 북저널리즘 출판사로부터 받은 사려깊은 배려도

리뷰 보시고 메세지 주신 윤아 작가님의 다정한 메모도 이 서점 여행에 담아놓을 풍경이다.


모든 면에서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던 서점 여행.

이 책에서 함께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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