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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편집자들의 일과 마음, 그리고 태도

북튜버 해나의 북리뷰 편집자의 일

by 해나책장


당신이 만난 책

모든 책에는 편집자가 있다




한 권의 책이 기획되고 출간되어 독자와 만날 때까지

편집자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

편집자의 취향과 성향, 역량에 따라

책의 결과 깊이가 달라지니까.



출판의 세계와 편집자의 일에 대한 로망이 있는 분들,

그리고 수익성과 작품성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는 게 여전히 어려운

현직 기획자와 마케터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난 너무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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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tMCSnaRkJ8A








이 책은 편집자의 일에 대한 질문과 답변으로 이어지는 인터뷰 책이다.

이봄, 돌베개, 1984Books, 워크룸프레스, 목수책방, 북노마드

이렇게 특색 있는 여섯 출판사의 편집자가 인터뷰이로 참여한다.


윤동희 대표님이 쓰신 [편집자의 일] 부록에서

편집자의 일의 전반적인 틀과 출판의 방향이 소개되고

나머지 다섯 편집자에겐 동일한 질문을 한다.


[편집자의 일의 질문들]


편집자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
편집자의 일
편집 과정의 포인트
저자 섭외 노하우
작가 관리 노하우
경영자와 편집자의 입장의 균형






같은 질문에서 다른 대답을 듣게 되는데

이를 통해 각 출판인들이 지향하는 방향과 해당 출판사의 책의 결을 가늠할 수 있다.

출판의 세계에 로망이 있는 분들은

굉장히 재미있게 읽으실 듯.




공감하고 배우게 되는 편집자의 마음

진지함, 성실함, 자기 철학




여섯 편집자에게 느낄 수 있는 공통적인 마음은

진지함, 성실함, 그리고 자기 철학이다.

나는 네 가지 구성으로 유익했던 부분을 정리해 보았다.








하나, 독자를 고려한 기획을 하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노력을 하자




"기획할 때, 투고 원고를 검토할 때, 편집 회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반대로 피하는 종류는 무엇인가요."


이봄 출판사 고미영 대표님은

저자를 영입할 때 SNS를 많이 참고한다고 하셨다.


'보통 1만 명의 팔로워가 있으면 인기가 있다고 하지만

10만 명은 되어야 구매층이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댓글이나 '좋아요'를 통해서

실제로 소통하고 있는 사람을 염두에 두신다고.



편집자의 역할은
트렌드를 계속 따라가는 것




'편집자는 SNS를 보듯 출판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새로운 곳을 찾아다녀야 한다.

서점의 자기 브랜드화가 중요해질 것이다.

그 서점에 꼭 가고 싶은 이유가 있어야 한다'


브랜딩 기획이 업인 나에게도 트렌드와 자기 브랜드화는 언제나 화두이기에

너무나 공감했던 지점.





둘, 편집자의 태도는 책의 완성도와 작업자의 일의 보람을 결정한다.




편집 과정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돌베개 김수한 편집자님

기획할 때와 투고 원고를 검토할 때

'누가 읽을까'를 염두에 두고 검토를 하신다고.


'완성도

특징이 한 가지라도 있는 기획,

스타일을 지닌 원고'

를 지향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읽을까,

그때와 곳이 잘 보이는 원고가 반갑다'라고 하심.


"재료와 용도를 제대로 파악하여

잘 빚은 항아리 같은 책을 만들고 싶다"


실용적이면서도 읽히면서도

깊이를 담아낸 한 편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편집자가 큰 그림을 계속 따라가는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워크룸프레스 박활성 대표님

내가 너무 닮고 싶은 출판사 워크룸 프레스 (사랑해요!!)의

박활성 대표님이 동일한 질문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완벽한 편집은 없지만

최소한 자신이 맡은 책에 최선을 다하는,

적어도 책이 나왔을 때 후회 없도록 편집을 해야 한다.

이건 편집자로서 자부심 비슷한 걸 가지고

계속 일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p.77



워크룸 프레스 인터뷰를 읽으며

작업자들의 결정권에 대한 존중이

많이 느껴지는 게 너무나 좋았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입장과

편집자의 입장을 어떻게 유지하고 계시나요?"라는 질문에서

"근사한 취향을 가진 편집자들을 영입하고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게 해요."라고 답변하심.


아마도 이게 트렌디하면서도 마이너적이면서도 개성이 분명한

워크룸프레스를 만들어가는 가장 핵심적인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셋, 삶과 글이 닮아있는 작업물을 만들자



"스타일이란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해왔는지에 대한 족적이다."

_르네 도말 p.116



본질과 비즈니스라는 경계 안에서 균형을 잡는 건

높은 자존감만으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시대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답을 정해놓고 갈 수 없어서

유연함과 단단함, 자기 소신이 잘 여물어야 걸어갈 수 있다.

이건 아무리 오래 일해도 잘 모르겠고 어렵다.

그래서 생각이 많아진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1인 출판사 1984Books 신승엽 편집장님의 인터뷰가 정말 좋았다.

인터뷰 편하게 하신 듯 보여도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여 자리를 잡아갈 때까지

숙성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때까지 정말 사업자들은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에

덤덤히 말하는 것 같아도 실무자들에겐 고충이 많다.


그래서 자기 소신을 믿고 진지하고 성실하게 나아가는 동료들의 이야기

자주 들어야 하는데 그래서 현직자들의 인터뷰집 읽는 걸 난 좋아함.

읽으면서 인터뷰 참 좋았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입장과 편집자의 입장을
어떻게 유지하고 계시나요.



"이 책은 많이 팔리겠다 같은 예감은 해본 적이 없다.

반대로 이 책은 많이 팔리지 않아도

최대한 손해는 보지 않게 만들겠다는 각오로 만든다.

잘 팔릴 것 같아도 나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제대로 만들 자신이 없다.

지금은 날카로운 예감보다는

취향의 깊이와 폭을 넓이는 데 집중하고 싶다." p. 118




날카로운 예감보다는 취향의 깊이와 폭을 넓이는 데

집중하고 싶다는 답변은 지혜로움.

예감에 기대어 일희일비하기보다

있어야 할 곳에서 할 일을 하고 있는 게 더 생산적이다.




어떤 작가에게 끌리나요?



"삶과 글이 닮아 있는 작가를 좋아합니다.

매력적인 문장이나 독특한 아이디어 이전에

어떤 시선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면 작업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p.122





네 번째, 세상에 필요한 책인가 질문하자




'땅을 살리는 퇴비 같은 지식'

목수책방 전은정 대표님




편집 과정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오래 고민하는 부분은

이 책이 나에게 흥미로운 주제인가,

생태 주제의 책을 찾는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책이 될 수 있을까에 관한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나의 취향보다

이 책이 과연 세상에 필요한가,

어떤 사람이 읽어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계속 곱씹게 됩니다.

1인 출판사이지만 엄연히 책이라는 상품을 제작해 판매해서

그 이익으로 또 다른 책을 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독자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독자가 원하는 주제를

어떻게 그들의 취향에 맞게 잘 포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과정이 나의 취향이나 신념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을 찾는 일이 현재 편집자로서

나에게 당면한 가장 큰 숙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p.143



별의별 책이 다 쏟아지는 시대이지만

시대를 통과해 살아남는 책은 의미 있는 책인 것 같다.


대표님은 '나의 취향보다 이 책이 과연 세상에 필요한가,

어떤 사람이 읽어줄까'라는 질문 한다고 하시는데

사업을 하고 북튜버를 하면서 나는 이 질문이 너무나 와 닿았다.

늘 내가 해야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종이책이 점점 외면받는 세상이 와버렸는데,

나는 도대체 어떤 책,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가가

점점 큰 고민거리다.

땅을 살리는 퇴비처럼 쌓여서 의미 있는 지식이 되고,

다른 지식이 커갈 수 있는 양분이 될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오래가고 세월의 힘을 이겨내는 기업들은

브랜드에 대한 철학과 소신,

그리고 꾸준함과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구성.png



내가 어떤 편집자가 되어야 할까,

어떤 직업인이 되어야 할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의 답변들이 많이 힘이 되고

건강한 지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함.



"규모를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줄일 방법을 아는 것"

(더글라스 러쉬코프)이 장수의 비결이다.

출판을 숫자화하지 말고,

동시대를 재구성하는 능력을 지닌 '편집력'이라는 관점에서

출판 자체에 접근해가는 것.

시장의 공식에 들어맞는 책이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에 생성되는 것을 한 권 한 권 만들어가는 것.

이제 진짜 질문을 던질 때다." p.191

(북노마드, 윤동희 대표)




해나의 한 줄 요약:


진심과 철학을 깊이 있게 풀어낼

역량과 태도를 기르는 것이 편집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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