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식물처럼 빛을 향해 자라나는 성장 소설 호프자런의 랩걸을 만나다

by 해나책장


"사람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과학을 선택한 것은 과학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다시 말해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내게 제공해준 것이 과학이었다." p.33




42년 동안 대학에서 물리학과 지구과학 입문을 가르친 아버지,

영문학을 공부한 어머니

어린 시절 아버지의 과학실에서 놀며 어머니의 공부를 도우며 자란 자런은

단단하고 깊이 있는 문장과 실용적이고 방대한 과학의 세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성장한다.

그녀는 이 책에서 자신을 '과학의 속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는데

그건 과학이 주는 실질적인 무언가를 구체적인 결과로 보상받는 게 좋았기 때문이라고.





식물의 세계와 함께 자라는 자런의 세계




이 책은 과학자의 문장으로 쓴 식물의 세계와

자런의 이야기가 한 챕터 씩 교차한다.

우주와 시공간, 식물의 세계가 주는 광활함과 과학의 본질은 내가 늘 열광하는 주제.

자련의 깊이 있고 논리적인 문체와 식물의 생애는

한 사람의 인생과 함께 과학 도감을 읽는 것 같은 만족감을 충족시켜준다.







특별한 파트너 빌,

자런의 세계를 받쳐주는 나무 같은 사람




가을의 나무 같은 사람 빌.

읽으면서 내가 참 좋아했던 인물이다.

자런과 빌의 관계는 이 책의 관전 포인트와 만족도를 높이는 부분이기도 한데

두 사람은 경계인처럼 살아가며 동료로서 서로에게 연대를 가진다.

손가락에 장애가 있었던 빌, 여자로서 보수적인 학계에서 배척 당했던 자런.

그런 자런을 나아가게 하는 힘은 과학의 세계에 대한 애정과 신뢰,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동료에 대한 신뢰와 자신이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신뢰였다.

그 과정이 문장마다 느껴져(게다가 엄청 잘 써서) 읽는 내내 몹시 뭉클했다.








세상 끝에서 추는 춤

내 모습 그대로, 네 모습 그대로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빌이 세상 끝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다.

손가락의 장애를 가진 빌은 세상 속의 경계인으로 섞이지 못하고

과학자의 세계 속에서 여자라는 성별은 자런에게 멍울을 만든다.

자런은 춤을 추는 빌을 바라보며 그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닌 지금의 그를 온전히 받아들였다고,

그리고 그를 받아들이는 그 마음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나는 빌의 바로 앞에 앉아서 고개를 쳐들고 그를 바라봤다.

빌이 지금 하고 있는 일, 빌이라는 인간,

그리고 그 순간의 모든 것을

똑바로 목격하는 증인으로서 그를 바라봤다.

그곳, 세상의 끝에서 그는 끝이 없는 대낮에 춤을 췄고,

나는 그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닌

지금의 그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를 받아들이며 느껴진 그 힘은 나로 하여금 잠시나마,

그 힘을 내 안으로 돌려 나 자신도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도록 했다." p.287




이 책은 자런의 성장 소설이자 나무의 일대기이다.

자런의 나무는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며 치열하게 과학이라는 세계에 뿌리를 내린다.

그 과정에 빌이 없었다면,

다정한 남편이 없었다면,

과학을 사랑하는 그 순수한 동기와 열정이 없었다면 그녀는 과연 버틸 수 있었을까?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p.52








해나의 한 줄 요약 :

당신은 삶에서 어떤 나무를 심고 누구와 함께 가꾸고 있나요?




그림1.png




https://www.youtube.com/watch?v=fOdVj1iM8HQ























keyword
해나책장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기획자 프로필
구독자 261
이전 03화읽기, 쓰기, 고독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