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이라면 (유이우) | 창비
유이우 시인의 [내가 정말이라면]은
시를 좋아하는 내게도 많이 낯선 시집이었다.
단어들이 굴러다니고
시인의 시선과 마음을 따라 발견 된 것들이
독특하게 배치되어 한 편 한 편의 시를 만들어 낸다.
시들은 대체로 독특하고 따뜻하다.
구체적인 단어의 의미들을 해석하기보다
그가 펼쳐놓은 단어들과 그림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며 바라보면 더 좋은 시집이다.
"기린은 기린만의 세상을 만들었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뜨거움을 원하지 않았고, 오해가 없었고,
그리고.....마음이 없었다." (오래전의 기린 1) p.20
시인은 외로워서 무언가를 계속 한다.
사람들의 오해와 경계 밖에서의 고독을 견딘다.
견디면서 마음을 모른척한다.
하지만 모른척 해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어떤 마음들이 있다.
그것이 사물과 단어가 되어 시인의 시 속에 배치 된다.
읽다보면 외롭고 적막하고 쓸쓸하고 슬퍼진다.
그러면서도 홀로 무언가를 끄적이며 견딘 시간들에
공감 되어 위로를 받는다.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생각하게 된다.
'외로움이 이렇게 따뜻하다면
나는 외로워도 견딜 수 있겠다.'
"도착할 거라 믿었던 발도 없이
우리들은 늘 세상 속이었고
커지며 사라지며
세상을
고요하게
살아내기 시작했다" (햇빛) p.26
시인의 시집을 읽다보면 선율과 음악, 머무름과 조율,
산책과 고독을 모두 만나게 된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언어가 달라 다 알아듣진 못하지만
낯설어도 좋아서 계속 걸어가고 싶던 길들이 있는 것처럼
시인의 시는 계속 읽고 싶어지는 글들이다.
"수많은 순간순간 자유가 몸을 일으켜
바다 쪽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저기 먼 돛단배에게 주었다.
돛단배는 가로를 알고 있다는 듯이
언제나 수평선쪽으로 더 가버리는 것
마음과 몸이 멀어서 하늘이 높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 p.12
차분하고 쓸쓸한 감정이 아름다워서
낯선 시인데도 익숙한듯 반가워서
리듬감이 좋아 음악처럼 들리는 단어들의 배열이 좋아서
이 책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유이우 시인의 [내가 정말이라면]
https://www.youtube.com/watch?v=HUHlHOP7G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