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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완의미 Jul 25. 2019

기형의 도로에서

하얀 포자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눈앞에 펼쳐진다
때맞춰 나는 창밖으로 고개를 빼어 내밀었다
고개들을 쳐들었고, 나는 외쳤다
소리내어 울어봤다, 이곳에 울리는 내 소리들은 들으라
나는 굳이 묵묵히 지나치며 다시 통곡들을 흘렸다
내 귓가를 날카로이 스치는 바람들은 그저 그렇게 사라져만 간다

왕복16차선이 텅 비었을 때, 나는 내달렸다
어느날이 와서야 내가 이 길을 다시 달려볼까 자문했다
두 손에 흐르지 못한 채로 맺히다 만 땀들은 내 청바지에 스윽 닦았다
청아한 소리가 울리며 내게 신호했다
차갑게 내려앉은 공기만이 축축한 손가락들을 위로한다
나는 잠시 멈춰 날샌 숨을 들이켰다
내 발이 제멋대로 뛰는 통에 어젯밤 자르지 않은 발톱들만이 늦게서야 거슬린다
씻고 싶을 때 씻지 못한 자들만이 나를 위로할 것이다

불빛마저 어둑한 지금에야 나는 외로이 고백한다
내 손으로 내 얼굴을 더듬어대면서다
어둠만이 차분하게 남아 나를 움직인다
빛의 날카로움마저도 아직은 저 틈을 비틀지 못한다
이제는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들도 축축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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