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워지는 순간
2025년 9월 런던도착 후 첫 헤외(?) 여행지는 부다페스트였다. LSE의 한 학기는 12주이지만 6주 차는 보통 수업이 없는 Reading week로 진행되는데 그동안 따라잡지 못한 리딩을 보충하라는 의미이다. 몇몇 수업은 이 시기에 Formative 과제들을 내 주기도 한다. (Formative는 평가엔 들어가지 않는 중간과제의 개념으로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데, 최종과제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가늠할 수 있는 피드백이 주어지므로 모두들 잘 제출하는 편이다.)
런던에 오기 전에는 리딩위크도 꽉꽉 채워 신나게 여행을 다녀야지 했지만, 막상 5주를 겪고 나니 그저 쉬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로 돌아가고 나면 다시없을 기회이니 어디든 가라는 주변의 설득에 고민하다 3박 4일 부다페스트행 표를 끊었다. 정말 지루해서 듣고 싶지 않은 한 과목의 수업시간을 이용해 표를 예매하고 중국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그 친구는 바로 나에게 되물었다.
“비자 필요 없어?”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유럽을 가는데 왜 비자 걱정을 하지…?
“비자? 모르겠는데? 필요 없을걸?”
“아, 너 한국인이지…”
이 이야기를 하니 미국에서 유학하는 친구가 이야기하길, 미국 여권보다 한국 여권이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나라가 더 많다고. 그래서인지 한국사람들은 입국심사에 대해서도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고 했다. 사실 나도 입국심사? 그게 뭐? 그냥 도장 찍어주고 지나가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기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비행기표를 끊고,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정한 뒤, 헝가리에 입국하는 순간, E-gate에 한국 국기가 유럽연합과 함께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같은 시기 부다페스트를 여행하고 있는 같은 과 미국 친구와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그 친구도 입국하며 한국 국기를 보았는지 나에게 물었다.
“한국은 헝가리와 어떤 관계이길래, 심사 없이 E-gate 통과가 되는 거야?”
“글쎄, 우리 공무원들 중 누군가가 열심히 일하지 않았을까..”
그 친구도 미국도 안 되는 것이 한국이 된다는 것에 조금 놀란 듯했다. 사실 내 입장에선 정말 엄청난 일이었다.
영국도 한국은 E-gate를 이용할 수 있는데, 영국이 E-gate를 만들 당시 대사관에서 일했던 입법관님이 대상국가에 한국을 끼워넣기 위해 정말 영혼을 갈아넣어가며 일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번 웨스트민스터 의회에 한국어 가이드를 넣는 것을 성공한 입법관님은 나에게 말하길, 그 나라가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 한국도 함께 수혜자가 되게 하는 것에 있어 한국은 국가의 힘보다는 공무원 개인의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중국은 나라의 힘이 세서 쉽게 가능하고, 일본은 나라에서 돈을 엄청 쏟아붓는데, 한국은 사실 국가적인 도움보다는 파견 와 있는 개개인이 발로 뛰어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여권 파워, E-gate통과 등의 일들이, 먼 타국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라의 상태가 어떠하든,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 외교관들의 엄청난 노력의 결과라 생각하니, 그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져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적당한 찬 바람과 속을 채우는 굴라쉬의 환상적인 조합을 맞보면서도, 나는 또 한 번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대한민국, 이 작지만 위대한 나라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