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
지내면 지낼수록 런던이 싫었다. 런던이 좋다고 오는 사람들이 대체 무엇을 보고 오는 것일까 싶었다.
물론 나도 예전엔 런던이 좋아서 여행을 왔었다. 그때는 모든 거리가 아름다워 보였고, 낭만적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활을 하게 되는 순간 거리는 그냥 거리였고, 박물관도 미술관도 한번 경험했으면 그만인 그런 곳이었다.
런던의 연말은 화려하다. 11월부터 각종 거리의 장식들이 완성되고 불빛이 들어온다. 건물들도 화려한 조명을 뽐낸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나는, 그저 무미건조했다.
런던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사촌동생이 일주일 간 머물다 갔다. 에세이 지옥에 빠져있던 다는 같이 관광을 다니진 못하고 저녁을 두어 번 함께하고, 윈터원더랜드에 함께 갔다. 나 스스로가 무언가를 즐기기보다는 그저 동생이 좋은 추억을 남기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덕분에 저녁거리도 구경하고, 매년 달라진다는 본드 거리의 건물장식도 구경하면서, 이 연말의 화려함이 조금은 즐거웠다.
그 후 교회에서 친한 동생들이 찾아왔다. 나를 방문하는 목적이라기보다는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는 동생과 그 동생이 영국여행을 가고 싶다 해서 함께하고 있는 그 동생의 형, 이렇게 둘이 런던을 구경하는 김에 밥 한 끼 함께하자는 연락이었다. 흔쾌히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진 뒤 못내 아쉬워 다른 날 저녁을 또 함께 했다.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길게 하고, 여러 가지 에피소드로 신나게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난 다음 날, 빅벤과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웠다. 매일 등하굣길에 지겹게 본 풍경인데, 처음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내 마음이 조금 따뜻해져 있었다.
결국 내게 필요했던 건, 학교도, 공부도, 거리의 화려함도 아닌 나를 소중히 여기고, 내가 소중히 하는 사람들과 온기를 나누는 것이었던 것 같다.
여기서 아무리 소셜라이징을 하고, 친구들을 만난 들, 그 피상적인 관계가 나의 허기짐을 달래주지 못했고, 하하 호호 즐겁게 대화하고 들어오면 바로 휘발되는 경험이었다. 진득한, 깊은, 서로 간의 마음을 나누는 것, 그게 결국 필요한 것이었다. 연말을 정말 나의 사람들과 보내고 나니, 나는 조금 힘이 났다. 이 도시가 조금은 예뻐 보였다.
런던, 이곳에서 지낸 3개월,
그 안에서 내가 느낀 추위와 외로움은, 결국 사람의 온기가 부족한 탓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언어로 신나게 떠들지 못한 탓도 있었다.
함께 유학하고 있는 한 한국분이 "얘네는 내가 유머라곤 하나도 없는 사람인 줄 알겠지"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났다.
나에겐 우리의 정서로 소통하고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따뜻하게 시작한 새 해이지만, 또 한편으로 이 먼 곳까지 나에 대한 루머를 닿게 하며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도 존재했고,
그 사이에서 또다시 외로움을 느꼈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