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그 소중함에 관하여

항일운동으로 지켜낸 우리의 언어

by HuwomanB

한 인도친구가 물었다.

"한국은 따로 언어가 없지?"


옆에 있던 미국 친구가 대신 대답했다.

"미친놈아, 한국은 한국어가 있어."


(그래 미친놈아)


인도애들이 자기들의 언어에 대해 대화하다 나온 어이없는 질문이었지만, 그들의 상황을 알기에 모종의 뿌듯함을 느꼈다.

인도는, 지역언어가 서로 달라서 공용어라고 할 것이 없다고 한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 했을 때, 그 당시에는 인도의 공용어가 있었는지까지는 찾아보지 못했지만, 영국은 인도의 상류층, 지배층에 영어를 보급하고 사용하게 했고, 자연스럽게 영어가 공용어가 되었다고 한다. 식민통치가 끝난 후에도, 기존에 사용하던 영어를 버리지 않았고, 힌디어를 공용어로 바꾸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지역색에 대한 반발로 '중립적'인 영어를 계속 공용어로 두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도는 제1언어로 자신의 지역어를 태어나면서 배우고, 제2언어로 영어를 교육과정 속에서 배우게 되는데, 같은 인도인끼리 만나도 공통으로 대화할 수 있는 언어는 영어뿐이라, 영어로 대화를 시작한다고 핬다. 힌디어를 같이 배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이 더 소수라고.


같은 식민통치를 당했어도, 우리의 언어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해 주셨던 독립운동가분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그전에, '한글'이라는 모든 민족을 통합할 수 있는 언어체계를 직접 만드신 세종대왕님은 얼마나 위대한 분이신가.

물론, 한국은 작은 나라이고, 인도는 워낙 땅이 크니, 서울말과 제주말 달라지듯 한국도 땅이 컸다면 말이 통하지 않는 지역어가 생기긴 했겠지만, 그럼에도 '언어'를 지키기 위해 했던 투쟁을 무시할 순 없다.

일본은, 영국이 인도에게 한 것처럼 일본어를 보급하고 가르치며 우리의 언어를 없애려 했지만, 우리는 지켜냈다.

그 일이 과연 쉬웠을까.

저 넓은 인도, 저 많은 인도인도 해내지 못한 일을, 우리는 해냈다.


요새 읽고 있는 책 Flashlight에는 그런 에피소드가 하나 나온다.

일제강점기, 일본에 살고 있는 한 소년은 자신이 일본인 학교에서 우등생임에 자랑스러워한다.

해방 후, 일본 내 한인들이 해방의 기쁨을 알리는 현수막을 들고 거리로 나왔지만 그 소년은 그 글자를 읽지 못한다.

그가 이모에게 저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이모는 이렇게 한탄한다.

"반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애가, 자기 나라 말도 모르다니!"

우리나라 역시 그러한 위험 속에서 살았고, 하지만 다행히도 많은 어른들의 노력으로 이렇게 나는 내 나라의 언어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인도가 배우는 영어가 진짜 영어와 다르듯, 만약 우리가 한글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우리의 일본어도 일본어가 아닌 일본인들의 놀림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이곳에 도착해서, 영어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때,

자신은 어릴 때부터 지역어, 영어, 힌디어 세 언어를 동시에 배웠다고 하며 영어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인도 친구를 보며

왜 우리나라는 영어가 공용어가 아닐까 아주잠깐 정말 아주 잠깐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체성과 생각과 문화가 담긴 한글을 버리느니, 그냥 영어로 인한 불편함을 잠깐 겪는 것이 낫다. 어차피 조금만 배우면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 영어이고, 지금은 굳이, 안돼도 상관없는 것이 영어이니까.


국어는 곧 정체성이다. 한국어의 맞춤법도, 표현도, 단어도 모르면서 영어 발음만 신경 쓰는 세대가 살아남을 길은 없다.

해외에 제대로 살아 본 사람이라면 그 '발음'이 얼마나 쓸데없는지 알 것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인도, 일본, 중국 다 각자의 영어발음이 있다. 우리도 그냥 한국 영어발음이 있는 것이라고 이들은 인식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내용으로 말하느냐이다.


이런 현실 앞에 어릴 때부터 뇌에 영어를 넣느라 제대로 된 문해력과 사고력을 기르지 못한 세대는, 그저 허비한 세대일 뿐이다.

그 시간에 우리나라 문학작품을 더 보고, 국어사전을 더 찾아보자.


얼마 전 영어는 잘하지만 사흘과 나흘의 차이를 모르는 내 또래 여자아이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렵게 지켜주신 우리의 언어, 우리도 지키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이전 07화'한국인'이라는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