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거만한 코쟁이들, 여전히 자랑하고 싶은 우리나라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12주의 수업, 그리고 4주간의 방학, 그리고 다시 12주의 수업이 끝나면, 시험과 논문만을 남기고 학교의 모든 과정이 끝난다. 한편으론 5천만 원 상당의 학비를 내는데 고작 이 정도의 수업과 이 정도의 구성이라니 싶기도 하다.
석사과정부터는 무엇을 '배운다' 라기보다는 이런저런 수업에서 기본방향을 얻고 스스로 연구하고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을 중점으로 둔다고 보기에 1년은 더더욱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기간이다.
이제 다시 한 학기가 시작했고, 그래도 저번학기에 나름 친해졌다고 첫 수업 시작 전의 모습인 저번 학기와는 다르게 매우 시끌벅적했다. 그 사이 서로 친한 무리가 생겼는데 문제는 그 사이의 경계가 너무 뚜렷이 보인달까. 물론 그 무리는 역시나 International이라기보단 서양 vs 동양이고 방학이 끝나고 나니 그 간극은 더 커져 있었다.
저번 학기 친해진 친구들 중 인도친구는 유독 서양권 무리를 싫어했는데, 만나서 이야기할 때면 늘 그들에 관한 안 좋은 점이 나온다. 누구는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고, 자기한테 어떻게 했으며 등등... 그러나 듣고 있다 보면 '걔가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싶기도 하고 '자기를 모두 반길 거라 생각했지만 아닌 현실이 싫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매번 수업시간마다 '뭄바이'의 이야기를 한번 이상은 꼭 해야 하는 그 친구는 자신이 '인도'인임과, 자신의 '명석함'을 자신하고 그런 자신의 '매력'을 알아주지 않고 쌀쌀맞게 대하는 저 미국인무리가 매우 싫었던 모양이다. 인도가 그렇게 잘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면 나도 남들의 시선으로는 그렇게 보이려나 싶기도 하다. 나도 매번 '서울'의 이야기를 하고 싶고, 내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럽고, '한국'이 이루어낸 이곳과는 비교도 안 되는 '청결'과 '정직함', 그리고 '성실함'을 모르는 이 서양 놈들이 아니꼬왔으니까.
한번 미국애와 파키스탄 애와 함께 대화하다가 파키스탄 애가 자기는 영국에 와서 분리수거를 배웠다며 일반쓰레기(음식물도 여기에 넣는다)와 재활용(세분화되지 않은 그냥 모든 재활용 다 때려 박는 시스템)을 나누는 것이 생소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한국의 더 세분화된 재활용을 말해주며 여기보다 더 힘들게 해야 해서 좀 피곤하다 했는데 둘 다 '아 그래~' 하고 바로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것이 어찌나 서운하던지..
생각해 보면 한국이야기를 하면, 그것이 자기들보다 더 나은 이야기일 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마치 '한국이 잘나 봐야 한국이지, 뭐 어쩌라고' 하는 듯한 느낌. 그렇구나, 내가 '인도가 잘나 봐야 인도지, 뭐 어쩌라고' 하는 것과 같구나. 그러나 어쩌겠어. 난 한국인이고 한국이 좋은걸! 내가 맨날 한국 이야기를 할 때 '일본도 그렇잖아'라고 하는 말이 매우 거슬리는걸.
그렇게 이 거만한 코쟁이들 속에서 우리 작지만 강한 나라 한국을 사랑하며 다시 한 학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