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은 하였으나 큰 효과는 없는 상황
내가 아는 것이라곤 ChatGPT 밖에 없었다. LSE의 살인적인 리딩양에 대해 걱정하니 다들 AI를 이용해서 요악을 해달라고 하면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GPT는 바보였고, plus를 구독함에도 바보였고, 프롬프트 작성을 제대로 못하는 내가 바보인 건지 얘가 바보인 건지 서로 이렇게 해라 그게 아니다 실랑이만 하다 끝이 났다.
그러다 수업을 기다리던 중 다른 아이들의 대화를 통해 notebook LM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딩자료를 올리면 요약을 해주고, 원하는 언어로 podcast까지 만들어주니 이해하는 데 훨씬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확실히 많은 도움이 되었으나 여기서 문제는 나의 불안함이었다. podcast로 개괄을 듣고 나서도 그 리딩을 제대로 한 것 같지가 않았다. 내가 이해하는 내용에서 다른 무언가가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에 결국 꼼꼼하게 다시 리딩을 했고, 결국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내가 읽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notebook LM과도 멀어졌다.
그리고 새 학기가 되고, ponder AI라는 것을 또 알게 되었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을 통해 알게 된 이 툴은 notebook LM보다 더 체계적이었다. 요약과 마인드맵,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한 질문을 적으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리딩을 근거로 정리해 주고 여러 개의 카드들을 연결한 형식으로 산출이 되어서 뭔가 머리에 더 체계적으로 입력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또다시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은 각각의 카드에 원문추적이 되는데 그 원문추적을 신뢰할 수 없었다. 어떤 내용이든 거의 초록에서 추출한 것처럼 나와서 이게 뭐지 싶었다. 결국 흐름만 파악하고 다시 꼼꼼히 읽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Generative AI는 바보고(혹은 그것을 바보로 만드는 내가 바보고), Assistant AI는 결국 Assistant여서 내가 추가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했다. 그렇다면 결국 리딩에 AI를 쓰는 것은 완벽하지 못했다. 결국 나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Assistant AI로 흐름을 파악하고, 그 흐름을 토대로 꼼꼼히 읽고, 그 뒤에 나오는 질문을 다시 Assistant AI에 입력하여 정말 이들이 말하는 Deep Dive를 할 것인가, Assistant AI로 흐름만 파악하고 대충 뭉개볼 것인가.
사실, 저번 학기 아무리 꼼꼼히 읽고 가도, 이들의 빠른 말과, 다양한 자기주장에 끼어들어 더 깊은 인사이트를 제공하지 못하는 나였기에 이번 학기는 ponder로 내용파악만 해보고 대충 뭉개보기를 실천하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나의 참여 퀄리티가 저번학기와 이번학기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여기서 의문은, 근데 니들(영어권애들)은 왜 나와 같이 헤매는 건데? 내가 대충 파악하고 가도, 너네는 다 읽어서 날 이끌어줘야 하는 거 아니었어? 왜 나와 같은 의문과 나와 같은 이해력만 가지고 있는 거야?
결국 그래서 결론은, AI가 파악해 준 흐름이,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얘네의 이해력이, 그리 깊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하여 일단은 그렇게 뭉개고 있기로 했는데 점점 게을러져 가는 나를 보며 이제라도 AI+스스로의 학습능력으로 좀 더 노력을 해볼까 싶어 지다가도, 그럴 시간에 논문에 더 신경 쓰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 결국 남는 시간 핑계고를 트는 나를 발견한다.
AI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맞으나, 늘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보다. 혹은 내가, 이미, 세대가 그런 세대인 걸 지도.
그래도 조금은 정신을 차리고, AI로 번 시간만큼 좀 더 부지런히 살아보자고 오늘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