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월 끝자락 기저귀 떼기
32개월 아이 이야기
아이 기저귀 떼기는 29개월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솔직히 말하면 18개월부터 아기 변기를 샀더랬다. 어린이집 엄마들 단톡방에서 대부분 아이들이 첫째인지라 기저귀를 떼는 시기를 잘 몰랐다. 누군가 변기를 사기 시작했고 다들 그즈음 아기변기를 구입한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기저귀 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아이가 크는 만큼 상대적으로 변기 크기만 작아졌다. 분명히 처음 샀을 때는 변기가 너무 커서 엉덩이가 빠질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아이가 변기에 앉아 쉬를 하면 쉬가 변기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그래서 아이가 변기에 쉬를 할 때마다 수건을 배 부분에 덮어준다.
29개월 때는 지인 아이가 29개월에 기저귀를 뗐다는 소식을 듣고 도전했다. 5일 정도 기저귀를 벗기고 팬티를 입혔는데 아이는 계속 팬티에 쉬야 응가를 하더니 스트레스를 받고 변기를 거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저귀를 뗄 수 있을까? 방법도 모르겠고 걱정만 하고 있는데 어느 날 하원 때 어린이집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하은이 이제 변기에 하는 거 해보려고 해요. 내일부터는 방수 팬티를 보내주세요. 요즘 변기에 쉬 하는 친구들도 생겨서 내일은 팬티 입는 친구들 파티하기로 했어요"
선생님은 나에게 눈짓을 해가며 아이가 듣게끔 파티한다는 말을 강조하셨다. 나도 눈치를 채고
"아. 이제 팬티 입는 친구들은 내일 파티하는군요"라고 하면서 하은이에게
"하은이는 언니니깐 내일 팬티 입고 가자. 팬티 입은 친구들은 파티한대."라고 했다.
32개월인 아이가 요즘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이렇다.
"엄마, 난 아기야 언니야?"
"난 언니야. 난 다 컸어"
"이건 아기는 못 해?"
"나는 언니니깐 할 수 있어. 난 언니라 힘이 세" 등이다.
더 이상 본인이 아기가 아니라는 인식을 하는 것 같다.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그렇지. 하은이는 언니지? 근데 진짜 언니는 팬티를 입고 변기에 쉬야하는 거야. 기저귀에 쉬야하면 아기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됐는지 이런 말을 하면
"아니야. 난 기저귀 할 거야"라고 한다.
어쨌든 다음날부터 팬티를 입혀 어린이집에 보냈다. 그러니 실수한 날은 여분으로 보낸 옷을 입기도 하고 실수하지 않은 날도 있고 했다. 주말에도 선생님이 시도해 보라고 하셔서
"하은아 쉬 마려우면 엄마한테 말해야 돼. 변기에 하자"라고 하니 표현을 해서 변기에 쉬를 했다.
아직 밤에는 기저귀를 하지만 어린이집은 팬티를 입고 가고 변기에 쉬를 하고 있다. 기저귀를 어떻게 떼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어린이집 선생님 도움으로 자연스럽게 떼게 되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밤기저귀도 곧 떼기를. 그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