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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Aug 15. 2024

나의 육아는 긍정훈육 전과 후로 나뉜다.

어느새 아이는 34개월이 되었다. 올 것 같지 않았던 36개월이 가까워오자 아기 시절이 끝난다는 생각에 문뜩 슬퍼지기까지 했다.

'이렇게 금방 클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걸 그랬나?'

하지만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아이를 본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상과 현실은 역시나 같을 수 없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이가 고집 피우고 떼부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었다. 어린이집에서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될 때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이것저것 작성할게 많았는데 그중 '육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이 있었다.

난 <훈육방법을 모르겠다. 육아가 너무 어렵다>고 작성했다.

이것은 나뿐 아니라 대부분 부모들이 작성한 듯하다. 어린이집에서는 몇 개월 후 긍정훈육 강사를 섭외해 학부모교육 시간을 마련했다. 나는 주저 않고 바로 신청했다.


 긍정훈육을 받기 위해 어린이집에 방문했다. 많은 부모들이 왔을 거란 예상과 달리 10명 정도가 참석했다. 그중 아빠들도 3명 있었다. 외에도 긍정훈육이 궁금한 원장님과 선생님들도 강의를 듣기 위해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어린이집 교사를 하지만 훈육은 교사도 어려운 듯했다.

 강사분은 어린이집 교사를 19년 정도하고 긍정훈육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분이었다. 이분은 강의를 지식 전달하는 방법이 아닌 부모들이 직접 아이 역할을 하거나 부모 역할을 하는 등 체험하게 했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소위 말하는 문제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식사자리에서 돌아다닌다거나, 어린이집 등원을 해야 하는데 옷을 안 입는다고 고집을 피우거나, 손톱을 깎아야 하는데 안 깎는다고 하는 등 힘든 순간은 끊임없이 찾아온다. 이런 행동을 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했다. "밥 먹을 때 돌아다니지 마. 손톱 깎아야지. 어린이집 늦었어. 빨리 입어" 등이다. 대부분 지시형으로 강압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아이는 울거나 떼를 쓰는 반항했고, 그러면 내가 원하는 것이 더욱 늦어졌기에 아이의 감정을 건드리는 게 좋을 게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아이가 안 한다고 고집 피우면 그것은 포기하고 다른 것을 시도해 보는 식으로 육아가 이뤄졌다.


 긍정훈육 강의에 모인 부모들 대부분 이런 걸로 어려움을 겪는 듯했다. 강사는 아이 역할, 부모역할 할 사람을 찾았다. 난 주저 없이 아이 역할을 신청했다. 내가 아이 입장에서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었다. 질문은 지시형, 질문형으로 이루어졌고 난 아이 입장에서 부모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었다.


먼저 지시형.

"손 씻고 밥 먹어라. 버스 오니깐 빨리 옷 입자. 목욕하고 자야지. 징징대지 마, 너 때문에 미쳐버릴 거 같아. 너 계속 그러면 이거 누구 줘버린다."

지시형 멘트가 끝나고 강사는 나에게 물었다.

"아이 입장에서 이런 말 들으니 어떤 생각이 드나요?"

지시형을 들어보니 지시라고 무조건 기분 나쁘진 않았다. '손 씻고 밥 먹어라' 이런 멘트는 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징징대지 마, 너 때문에 미쳐버릴 거 같아'라던가 '이거 누구 줘버린다.' 등 멘트는 반항심이 생겼다. 그렇게 말하자 강사가 말했다.

"그럼 징징대지 마 이런 말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 입장에서라지만 어른이라도 기분 나쁜 말이었다. 난 솔직하게 말했다.

"지시한 반대로 하고 싶어요. 더 하기 싫고요. 고집 피우고 싶어요. 기분이 나빠요"라고 답했다.


이어서 질문형 문장이 이어졌다.

"이것 좀 가져다 줄래? 소리 지르면 듣는 사람들 기분이 어떨까? 장난감 혼자 가지고 놀면 동생 마음이 어떨까?" 등이다.(실제 질문이 있었지만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질문이 끝나자 강사가 질문했다.

"어떤 생각이 들어요?"

"질문을 들으니 대답해야 하니깐 생각하게 돼요. 뭔가 존중받는 기분이 들고 가급적 협조하고 싶어요."  

그러자 강사가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이 나왔어요. 뭘까요?"

부모들 중 누군가 말했다.

"생각하게 된다는 거 아닐까요?"

"맞아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돼요. 이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존중받는 기분이 들고요. 이렇게 큰 아이들은 자존감도 높고 자기 주도적인 아이로 크게 됩니다."

 

강사 말은 맞았다. 스스로 아이 입장이 되어 체험해 보니 아이 감정을 알 것 같았다. 난 강압적으로 지시하거나 화내는 게 아이의 문제행동만 강화한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교육받은 이후 자연스럽게 화를 안 내게 됐다.

대신 질문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아이가 손톱 깎는 걸 싫어해서 잘 때 몰래 깎곤 했는데 이제는 이렇게 한다.

"하은아, 손톱이 길구나. 손톱이 길면 친구랑 놀다가 모르고 손톱으로 긁으면 어떻게 될까?"

아이는 생각하더니

"친구가 다쳐요."

"그렇지. 그럼 어떻게 해야 되지?"

"손톱을 깎아야 돼요."

"그래. 손톱 깎자."

대화 후 손톱을 깎으니 아이는 반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떠들거나 소리 지를 때도 전 같으면 "소리 지르지 마" 했을 텐데 이제는 "하은이가 소리 지르면 사람들이 어떨까?" 이런 식으로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화를 낼 일이 거의 사라졌다.


이 글은 긍정훈육 교육받은 일부 내용에 불과하다. 누군가에겐 효과가 없을 수도 있지만 난 큰 도움을 받았다. 아이는 요즘 대화를 할 때면 질문을 많이 한다. 아무래도 내가 질문을 많이 하니 아이도 따라 하는 듯하다. 육아에 어려움이 있는 분이 있다면 긍정훈육 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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