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면서 아침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건 일상이 되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세안, 화장, 옷 입기 등 준비가 끝나면 그제야 39개월 된 딸아이를 깨운다. 아이는 거의 매일 늦게 자기 때문에 아침에 깨우면 얼굴을 최대한 찌푸리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짜증을 낸다.
"피곤해~~"
매일 저녁 "이제 잘 시간입니다. 방으로 오세요."라고 말하며 아이 이 닦일 칫솔, 양치컵과 자기 전 꼭 먹고 자는 우유를 덥혀온다. 자기 전 책 1시간 이상 읽어주기, 양치해 주기, 우유 2병 준비가 매일 루틴이다. 아이는 이게 다 충족돼야 울지 않고 순수히 잠을 청한다. 이 루틴은 저녁 9시에 시작하면 10시 반 정도, 10시쯤 시작하면 거의 12시에 끝난다. 매일 밤 아이를 재우는 일은 그리스 신화 속 매일 바위를 올리는 시지프스를 떠올리게 한다. 나 몰라라 하고 잠에 먼저 들면 아빠와 신나게 놀던 아이가 밤 12시가 다 되어 나를 깨운다.
"엄마 책 읽어줘~"
"엄마 책 읽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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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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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책 읽어줘~~~~~"
못 들은 척 안 일어나면 일어날 때까지 반복하며 점점 목소리는 커지고 나중에는 소리를 지르며 운다. 안 일어날 수가 없다. 결국 일어나서 책을 읽어준다. 그리고 양치질, 우유 먹기까지. 이런 날은 취침 시간이 새벽 1시가 넘어간다.
그날 역시 그랬다. 아이는 전날 거의 12시에 잠이 들었고 난 아침 8시쯤 아이를 깨웠다. 늦어도 9시까진 등원해야 한다. 아이는 역시나 오만상을 찌푸리며
"엄마 안아줘~"라며 운다. 아이를 달랜 후
"오늘은 무슨 옷 입을까?"라고 묻는다. 아이는 내가 그냥 입히는 옷을 절대 입지 않는다. 반드시 본인이 골라야 한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옷을 들고
"이거 어때? 이거 예쁘지. 공주옷이네"라며 아이 앞에서 옷을 흔든다. 아이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그럼 뭐? 무슨 옷? 이건 어때?"
이 과정도 5분 정도 걸린다. 겨우 옷을 선택하면 옷을 입히고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어린이집에 도착.
인터폰으로 선생님을 부른 후 내려오실 때까지 기다리며 아이에게 가방을 메주고 신발을 준비하게 한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은 후 3층에 있는 교실로 선생님과 함께 간다. 선생님이 오시기 전 신발을 벗고 신발장에 두게 하고 싶지만 아이는 선생님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선생님이 오셨다. 인사를 한 후 아이의 신발을 벗긴다.
"하은아. 신발 신발장에 갖다 놔야지"
평소면 신발을 손에 쥐고 잘하던 아이가 오늘은 신발을 잡지 않는다. 양쪽 신발 안쪽을 맞잡은 후 아이 손에 들이밀었다.
"신발 잡아. 신발장에 둬야지."
아이는 대답도, 신발을 잡지도 않는다. 선생님들도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보고 있다.
내가 있어 안 하는 것 같아 서둘러 인사를 하고 어린이집을 나온다.
"하은아. 엄마 갈게. 이따 봐"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어린이집을 나선다.
'하은이가 왜 저러지? 더 교육을 시켜야겠어. 말을 너무 안 듣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퇴근 후 어린이집을 향해 가는 길. 키즈노트에 알림장이 떴다. 매일매일 아이 사진과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린이집 선생님이 작성해서 보내주시는 알림장. 오늘 알림장 말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아침에 어머니가 가시고 바로 하은이가 신발을 들고 들어와 정리했답니다. 교실로 올라오면서 "하은아 엄마랑 조금 더 있고 싶었니?"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대답하는 하은이예요~~^^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