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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Mar 15. 2024

차가운 얼굴


 

몇 년 전, 어떤 부부가 점점 오르기만 하는 집값을 두고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냐며 연일 신문을 오르내릴 때처럼 이외에 집 사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을 겨우 설득하여 신도시에 첫 내 집을 마련할 즈음, 


바쁜 남편을 대신하여 함께 동행한 전 직장 동료의 까칠한 질문에 공인중개소 여소장은 내 얼굴을  한번 보더니 '이분 때문에 화내지 않는다며 장담하건대 나중에 집을 팔게 되더라도 집값이 오르면 올랐지 내리진 않을 것이다' 말하였다.


은행빚이 비록 반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하였고 다시 시내로 들어올 즈음에는 그 소장의 말처럼 시세차익을 누렸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 작년 가을에  막내옷이 필요하여 전에 살던 신도시에 있는 아웃렛을 나는 오랜만에 찾게 되었다.


양쪽으로 늘어선 건물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혼자 점심을 먹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한 매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데스크에 서 있던 그녀는 내게 다가와 힐끔 나를 쳐다보더니 '조막만 한 얼굴이 차가워 보인다'하였다.


그 짧은 순간 그녀의 말에 나는 찰나의 시간 같은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처음 집을 산 후로 이십여 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가.


오래전 한 사람은 내 얼굴 때문에 화를 낼 수 없다 하였는데 또 한 사람은 차가워 보인다니 나는 그 말이 어쩐 일인지 기분 나쁘지 않았다.


병을 앓으면서도 나는 한번 시원하게 누구 붙잡고 울어본 적도 없었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어디에도  하소연해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조금만 힘들고 불편해도 참지를 못하였다.


큰댁 형님은 만날 때마다 본인이 결혼할 때 시댁으로부터 숟가락하나 얻지 못하였다 똑같은 레퍼토리 지겹지도 않은지 하염없이 쏟아내고


사촌은 요즘 남남처럼 지낸다는데 나더러 어쩌란 말인지 큰집에 행사 있을 때마다 나는 빠짐없이 참석하였지만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사촌오빠일로 동갑나이 사촌은 내게 서운함을 토로하였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그럴수록 내 얼굴은 점점 차가워만 갔다.

 

뜨거운 내 심장처럼 한번 내 손 마주 잡은 사람은 누구나 손이 따뜻하다 말하는데 마음만은  변함없이 따뜻하게라며 오늘도 혼자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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