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하고 난 얼마 후에 막내는 잠을 더 자고 싶다며 올봄부터는 아침은 먹지 않겠다고 내게 말하였다. 남편도 늘어나는 배를 보며 이참에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동참하겠다 하였는데 지금까지 준비한 아침밥 대신에 나는 구운 감자나 고구마와 함께 삶은 계란 그리고 견과류를 섞은 샐러드 또는 사과와 야채를 넣고 간 주스로 아침을 차렸다, 가끔은 영양떡을 번갈아 먹기도 하는데 공부하는 스트레스를 풀려는 마음인지 디저트를 즐기는 막내는 평소에는 저녁 식사 후에 떡볶이와 만두, 야채와 닭가슴살을 넣은 또띠아, 샌드위치, 수제 햄버거 그리고 치킨을 같은 것으로 간식을 먹었는데 금요일에는 다른 좋아하는 것으로 전화로 주문을 해서 먹는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 점심을 먹고 나면 늘 한 손에 고구마 말랭이를 들고 있던 친구가 있었다. 학교에서 십 분 거리에 사는 우리는 점심시간이 되면 집으로 와서 먹었는데 내가 집으로 와도 엄마는 나를 기다리거나 어떤 음식을 해놓지 않아 나는 물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다시 그 친구와 함께 학교에 갔다. 다른 간식이나 고구마말랭이를 든 친구의 모습을 나는 매번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했는데 자주 다투시는 부모님 사이에서 늘 긴장을 한 탓인지 점심을 먹는 것도 배고픈 것도 잊은 채 고구마 말랭이를 챙겨주는 할머니가 있는 친구를 나는 부러워했었던 것 같다,
내가 중학생일 때 소풍을 갈 때면 엄마는 흰 밥 위에 계란 프라이를 얹은 도시락을 싸 주었다. 감수성이 한창 예민한 시기인 사춘기의 나는 친구들 앞에서 김밥이 아닌 도시락을 열 자신이 없어 그대로 가시고 왔는데 엄마는 수학여행을 갈 때만 이웃에 사는 아주머니에게 부탁하여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 주었다. 그럴 때면 나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도시락 뚜껑을 열며 눈이 부신 듯 통 안에 가지런히 누운 김밥을 바라보았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 나는 아이가 소풍을 가는 날이 아니어도 한동안 김밥을 만들어서 먹었다, 가는소금을 뿌리고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섞은 하얀 쌀밥을 구운 김 위에 펴고 그 위에 시금치, 당근, 어묵, 단무지, 게맛살, 계란, 조린 우엉, 불고기나 참치를 올리고 만든 김밥을 나는 자주 만들어 먹었는데 가끔은 머위장아찌나 깻잎 같은 채소를 올리기도 하였다.
생각해 보니 아, 나의 유년은 좋은 추억보다 아픈 기억이 많다.
농사를 지었는데도 보리쌀에 김치라도 하나 만들어서 점심때 왜 나를 기다리지 않았는지 여전히 김밥을 만들 줄 모르는 낯선 엄마에게 나는 지금까지 묻지 않았다. 나를 부르는 엄마 하는 소리에 꿈에서 깨어나듯 화들짝 놀라며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아이의 모습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데 오늘이 금요일임을 상기하며 나는 큰소리로 아이에게 대답을 한다.
" 응, 엄마 여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