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타벅스를 가는 이유는 맛 때문도 아니고 그냥 오로지 콘센트 걱정 없이 노트북을 하기 편하고, 오랫동안 책을 볼 수 있는 이유가 가장 크다. 사람들과 미팅 있을 때도 종종 가지만 사실상 나 혼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일을 하러 가는 케이스가 더 많다. 귀로는 갤럭시 버즈로 음악을 듣고, 입으로는 카페인 수혈을 하면서 책을 마음껏 볼 수 있고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행복 중의 하나이다.
아무리 외향형이라고 해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머물러 있지 않고 발전하고 노력하는 이런 시간이 확보되어야 뭔가 일주일이 뿌듯하고 나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만약 나만의 시간 없이 계속해서 스케줄이 꽉 차 있으면 기가 빨린다. 적어도 한 달에 몇 권의 책은 읽어주고, 양질의 글을 뽑아내거나 뭔가 지식적인 습득이 있을 때 기쁘고 마음이 꽉 찬다. 단순하게 내향형들만 이렇게 에너지를 채운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외향형이어도 "뇌인"의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만의 지식 탐구나 지적 성장을 꼭 필요로 한다. 그래서 약속도 너무 타이트하게 잡지 않으려 한다. 또한 혼자서 조용히 운동하는 헬스를 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가는 것도 아니고, 매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족들 모임도 있고, 한달어스 모임도 있고, 내가 오롯이 내 마음대로 모든 시간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아무것도 없는 주에나 가능한 이 시간을 누리려고 스타벅스에 와서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아이스가 주문 불가란다!!
아니 도대체 오후 3시인데 얼음이 떨어져서 따뜻한 음료만 주문하라는 게 말인지 방귀인지.... 얼마나 주문이 많았으면 제빙기의 얼음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일까. 도대체 이 매장의 매출은 얼마를 찍은 것일까? 서울도 아니고 경기도인데도 이 정도라고?? 별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뭔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 손에는 벌써부터 프리퀀시 사은품이 들려 있었다. 나는 아예 가망이 없으니 도전조차 하지 않지만 자주 오는 사람들, 혹은 그것으로 재테크를 하는 사람들은 예약이 되는 사은품을 겟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마셨겠는가.
일반 음료를 주문할 때도 매장에서 주문하지 않고 사이렌 오더로 하고, 개인컵을 갖고 다니는 등 최대한 별 적립을 최대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낙인데 아이스 전용 텀블러를 갖고 나온나는 선택권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따뜻한 음료를 일회용 컵에 주문해서 오늘은 0 별이다. (결제를 스타벅스 카드로 했으면 1개의 별이라도 획득했겠지만 오늘은 기존에 있던 기프트콘을 이용했고, 추가 결제를 1000원 이상 하지 않았기에 0 별이다)
오늘은 아아를 마시고 싶었는데 얼음이 없다고 더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 코로나로 어딘가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 매장을 접는 일이 심심하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반면, 어디는 얼음이 없어서 아이스 주문이 불가하다니 많은 생각이 오갔다. 얼음이 딸릴 정도로 정신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스 주문 자체가 안되니 연신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는 직원분들을 보고 있노라니 아아가 안된다고 짜증을 낼 수 없었다. 얼음이 딸릴 정도로 바쁜 상황이니 직원분들은 얼마나 힘드시겠냐... YJ 용진이 형만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얼음이 없어서 아아를 마시지 못한 채 뜨거운 라떼를 마셔야만 했던 진귀한 경험을 한 하루였다. (물론 몇시간이 지나고나서 귀가 할때보니 아이스 주문은 재개된 듯 보였다. 내가 방문한 시간이 피크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