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잠이 많은 내가 새벽 운동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웃긴 건 해보지도 않고 왜 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까? 아무리 아침잠이 많다고 해도 시도해보지도 않은 채 '내가 그걸 어떻게 해!'라고 스스로가 결론을 내렸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세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나도 그게 잘못된 생각인 줄도 몰랐다. 지금에 와서야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옷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을 여는 것 까지가 1단계 미션이다. 그것만 하면 아무리 적은 양을 해도 괜찮고, 땀이 나지 않고 산책처럼 어슬렁거려도 상관없다. 매일 그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행위가 반복되고,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 자체가 미션 클리어라고 생각하는 1인이다. 헬린이에서 운동한 지 22개월 차인 나는 요즘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한다. 헬스장이 바로 집 앞이라 씻으러 가는 개념으로 도장 찍기를 시작했고, 한꺼번에 긴 시간을 하기에는 에너지와 시간이 부족하므로 나눠서 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침에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굳이 일찍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밤에도 일찍 잠들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아침 운동이라는 세팅 하나만으로도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고, 퇴근 후에도 쓸데없이 핸드폰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하루의 쌓였던 스트레스를 운동을 푸는 개념이기에 1일 2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나라고 해서 매일 운동가는 것이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다. 가짜 사나이를 통해 팬이 된 운동 유투버 까로님도 수행하는 마음으로 매일 운동한다고 한다. 까로님과 함께 운동하는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도 시즌이 아닌 날에도 진짜 꾸준히 운동하는 것을 보면서 진짜 찐이다 생각했는데 이번에 뭉쳐야 쏜다에 나와서 대단한 기량을 마음껏 뽑내 주시는 것 보고 내가 다 반가웠다.
7시 퇴근을 하고 헬스장에 도착해서 운동을 마치면 9시 혹은 10시가 된다. 곧바로 직행했을 때 이렇고 '잠깐 가방만 놔두고 나와야지' 혹은 '배고프니까 일단 먹고 하자'라고 마음을 먹고 집으로 간 날의 갈등이 실로 엄청나다. 며칠 전에도 주변 상가에 뭔가를 찾으러 갔는데 내 발걸음은 헬스장이 아닌 집으로 가 있었고, 집으로 가서 일단 저녁을 먹으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1일 2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냥 나와의 약속일뿐이다)
저녁을 먹고 약간의 멍을 때리다가 헬스장이 닫힌후인 10시에서야 집을 나서게 되었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으니 천을 따라 걸으면 된다. 헬스장에서 만큼의 속도는 아니지만 걷기 시작하는데... 어떤 한 문장이 나의 마음을 후벼 팠다. "예전에 새벽 운동을 매일 같이 했었지만 어머님이 편찮으신 이후에는 그럴 여유가 없다. 나도 운동 인증하고 싶다..."
운동을 할 수 있는 신체와 시간과 환경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사람과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 분들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게을러서 안 하고, 또 못하는 상황이 오면 상황과 환경을 핑계 삼는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이걸 이미 알고 있다면 아예 타협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내가 상황과 환경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 멀쩡히 걸을 수 있고, 운동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냥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속도도 상관없고, 거리도 상관없다. 하고 안하고의 문제다.
한달어스 14기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한달독서 팀원들이 자율적으로 인증하는 '아무 운동 챌린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미션 외에 그냥 운동한 것을 기록하는 것이다. 인증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인증을 하던 팀원이 갑자기 인증을 안 하면 다들 '응?'이라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속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아무튼 여기에 운동을 하지 않았던 분들이 동참했으면 하는 마음에 어제는 꽃 사진 찍기(꽃을 찍기 위해서는 잠깐이라도 어디든 걸어야 하니까) 오늘은 하늘 찍기 미션을 던져보았다.
꼼수를 부리려면 부리는 거지만 궁극적으로 변화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에 너무 핸드폰만 보지 않고 하늘을 보기도 하고, 주변에 아름답게 피어있었지만 눈길 조차 주지 못했던 꽃들을 발견하면서 소소한 행복한 사소한 감사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부추 리더의 마음을 다들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시도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마음속에 '아 나도 사진 찍으러 나갈까?' '나간 김에 점심시간에 10분이라도 산책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만 해도 성공이다. 이렇게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꼭 지금이 아니라도 어느 날 어떤 꽃을 보면서, 하늘을 보면서 이 미션이 생각날 테고 '맞아 운동해야 하는데' ' 그냥 좀 걸어볼까?' 이런 마음이 들것을 알기에 ㅎㅎㅎ 운동을 하지 않던 팀원들도 시도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