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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Oct 24. 2020

인생에 정답은 없다. 나만의 답을 찾다.

나는 오늘도 한 뼘 성장하고 싶다


오래전부터 나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40대 후반이 되자 나이 들수록 직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좀 더 나이가 들어도 일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감리 업무를 알게 되었다. 감리 일은 정년이 없다. 그래서 직장에서 퇴직하신 분들도 감리 업체에서 다시 일한다. 75세 되신 분도 현장에서 감리 일을 하시는 것을 직접 확인했으니, 역량만 있다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일을 할 수 있다.              

  

IT 업계에서 감리를 하려면 기술사 또는 감리사 자격이 있어야만 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2년을 떨어지고 3년째에 겨우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중년의 가장이 모든 것을 뒤로 미루고 3년을 공부에만 전념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감리사 자격을 얻고 난 후 갑자기 뭔가 공허했다. 너무나 선명했던 목표가 어느 순간 사라진 것이다. 이제 뭘 해야 하지? 당황스러웠다.                


마침 새로 맡은 일이 이전보다 좀 여유가 있었다. 몇 년 전에 <회사를 떠나기 3년 전>이라는 책을 읽고 저자의 강연회에 참석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저자는 회사를 떠나기 전에 반드시 3년 정도 퇴직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마침 저자가 <터닝포인트>라는 교육을 한다고 했다. 그 교육 안내문에 죽음을 체험한다는 ‘임사체험’그리고 ‘장례식 연설문’ 같은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나는 이번 기회에 죽음도 체험해보면서 진지하게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다.               


기대하던 ‘임사체험’은 약식으로 진행되었다. 책상 위에 촛불을 켜고 나의 장례식 연설문을 내가 작성해 발표하라고 했다. 나는 진지하게 임했다. 나는 아내, 큰아들, 작은 아들, 어머니, 그리고 나에게 짧은 말을 남기는 형식으로 연설문을 작성했다. 그러자 작성하기 시작하면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함께 참여한 사람들은 눈치를 보는 듯했지만, 나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았다. ‘임사체험’의 느낌은 내게 강렬했다. 죽음에 대해서 짧게나마 생각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해보지 못하고 죽는다면 너무 억울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임사체험’을 시작으로 지나간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 계획을 세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3년 후에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은가. 미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구체적인 실천계획은 무엇인가. 하루가 모여 인생을 이룬다. 하루가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등에 대해 생각하고 구체적인 문장들로 적어 보는 시간이 있었다.                


터닝포인트는 좋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틀간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충분한 사색은 애초에 힘든 일이었다. 좀 더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터닝포인트를 진행했던 강사가 책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안내 메일을 보내왔다. 어릴 적 취미가 독서였던 나는 막연히 언젠가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었다. 터닝포인트에 함께 참여했던 멤버 2명이 책 쓰기 프로그램에 참가한다고 했다. 6개월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 좀 더 생각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친구 따라 장에 간다는 말처럼 나도 ‘책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엉겁결에 ‘책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보니, 어떤 주제로 책을 쓸 것인지 정해야 했다. 나는 오십대다.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왔다. 벌써 인생의 후반전을 맞이하게 됐다. 축구도 전반전과 후반전 작전은 달라야 한다. 큰 산을 등산을 할 때는 산을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는 고려할 요소가 달라야 한다. 남은 후반 인생을 잘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것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나의 화두는 ‘인생 2막,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정해졌다.               


이제까지는 먹고살고 가족을 위해 일해 왔지만, 앞으로는 나의 행복을 위해 "보수받는 일"을 줄이고 나 스스로를 위해 내 시간을 쓰고 싶다. 그런데 우습게도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떠오르지 않느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막연히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손쉬운 변명을 하자면 바쁘게 앞으로 달리기만 하고, 생각하는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가. 어떤 것에 마음이 설레는가. 이때까지는 ‘해야 하는 일’을 했다면 앞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나는 나의 화두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나는 내 안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인생에 대한 나의 질문은 지식에 대한 문제로 끝나지는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찾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알고 나를 찾아야 했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 말은 쉽지만 자신을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수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끔 생각난다. 오래전 일이라 가물하긴 하지만 58세 무렵 정년퇴직을 하신 뒤로는 일을 하지 않으셨다. 옛날 분이라 정년퇴직 이후에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도 안 하신 것 같다. 아버지는 평소에는 집에서 TV를 보시거나, 아니면 담배를 피우셨다. 그렇게 이십 수년을 무료하게 지내다 돌아가셨다. 아버지 세대처럼 아무 준비 없이 은퇴를 맞아, 20년 넘는 소중한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다 인생을 끝내기는 아깝다.               

잘 준비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하지만 머릿속 생각과 실행했을 때 느낌은 다를 수 있다. 음식을 예로 들면, 음식은 먹어 보아야 내 입에 맞는지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리 맛있다고 하더라도 내입에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나는 우유를 먹지 못한다.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이 볼 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쩌랴 내게는 우유 비린내가 나서 우유를 먹을 때는 마치 아주 쓴 보약을 먹는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을.                

오랜 시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신 아버지를 보았기에 취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별다른 취미 없이 살던 나는 취미로 당구, 탁구 등을 후보로 넣었다. 그것이 진짜 나에게 맞는지는 체험해 봐야 한다. 지나간 일 년 동안 회사 당구 동호회에 참여하면서 내가 당구가 나에게 맞고 즐길 수 있는지 점검했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재미있으면서 운동 효과가 있는 운동으로 ‘탁구’를 후보로 넣었다. 탁구를 레슨 받으면서 탁구는 나에게 맞고 즐겁다는 것을 확인했다. 30분만 탁구를 쳐도 땀이 쏟아지고 충분한 운동이 된다. 그리고 땀 흘린 뒤는 기분도 상쾌했다. 그리고 탁구는 나이 들어서 해도 몸에 무리가 없고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좋은 운동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 읽기, 생각하기, 토론하기 등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최근 독서토론 모임에 참여하면서 그것들을 모두 독서토론이라는 그릇에 다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로 비대면 회의가 대중화되기도 했다. 요즘 점심시간에 줌(ZOOM)이라는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영어회화를 배우고 있다. 편리하고 재미있다. 줌(ZOOM)으로 독서토론 모임을 하게 되면, 거리에 상관이 없다.                


참여자가 미국에 있든 동남아에 있든 지방에 있든 상관없이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다양한 국가 다양한 문화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주제로 생각과 느낌을 서로 나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나는 독서모임을 취미 중의 하나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               


책 쓰기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1년 동안 여러 생각과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게 되었다. 기쁘게도 최근에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드디어 나만의 답을 찾았다.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답은 ‘성장하는 삶’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불러주는 이가 없어서 할 일도 없고 쓸모도 없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인간은 ‘성장’ 해야 한다. 어제보다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이 인간다운 모습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어릴 적 교과서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책을 읽고 사색하고 글을 쓰고 싶다. 책에서 얻은 지식과 사색한 결과를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나누어서 더불어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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