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토일 Oct 08. 2021

힘 준 소설, 힘 뺀 소설

습작

 언제부턴가 쪽지, 안부글로 블로그 렌탈에 관한 메시지가 온다. 블로그에 주로 올리는 글은 일상의 소소한 조각들이다. 내 고양이에 관한 것, 항암치료, 맛집 같은 것. 주로 15-20자 내외로 한문장을 쓰려고 한다. 짧게 짧게 필터링 없이 쓴다.  그때 그때 생각나는 말들을 쓰다보니 맞춤법이라 든지 비문은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오타도 많다.

 

 아주 오랫동안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2학년 9살 시점부터) 글을 썼기 때문에 사유를 글로 쓸때는 필터링을 거친다. 이 말을 써도 될까, 이렇게 까지 쓰면 안돼는거 아닐까 하는 것들. 2년제 문예창작과 졸업 후 5년 뒤에 신문방송학과에 편입했다. 기사문의 경우 되는 것보다 안돼는 게 더 많아졌다. 그러면서 문장을 쓰는 일이 점 점 더 힘이 들었다.


 힘이 든다는 것은 힘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힘을 주며 글을 쓰다 보니 점점 더 글쓰기가 싫어졌다. 좋고 싫고의 호불호의 문제라기 보다 부담감으로 느껴졌달까. 그 압박감은 즐거움을 앗아갔다. 그리고 먹고 사는일이 바빠지기 시작했고 글쓰기를 안했다.


SNS 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 웹에이전시의 기획팀에서 잠깐 일했다. 처음에는 단문의 트위터에 매력을 느꼈고 서울에서하는 오프라인 트위터 행사에도 참가할 정도로 재밌게 했었다. 마치 pc통신 시대의 천리안에 처음 접속했을때 처럼 재밌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블로그에도 흥미를 느꼈고 개인블로그도 운영하게 되었다. 블로그나 단문의 트위터가 매력적인 것은 글쓰기에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힘 빼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  힘을 빼면 수영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다시 글 쓰기를 할 수 있었다. 재미가 있고 감사가 있었다.


 그나마 놓지 않고 실오라기를 붙들고 쓰기를 연명해온 것은 아마도 반짝 하고 빛나던 첫 순간의 기억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좋다고 말했던 그 순간. 대학을 졸업하고도 백일장을 나갔다. 백일장은 그 날의 시재가 주어지고 그 자리에서 글을 쓴다. 그리고 장원부터 장려까지 정해진다. 백일장이 좋은 점은 수상할 때의 즐거움도 있지만 내가 쓴 글을 누군가(심사위원들이)는 읽는다는게 더 컸다. 이런생각들을 하며 살아간다고 표현하면 누군가는 그걸 읽어준다.  힘을 준 글을 썼던 것처럼 잔뜩 힘을 준체 살아가다가 정말 오랜만에 백일장에 갔었다. 그렇게 그렇게 안써지던 글 쓰기가 이제는 문장이 되어 나온다. 반짝 하고 순간이 빛난다.

 

이전 21화 멋대가리 없는 어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